민자 철도역사의 문제점 – 철도역은 상업시설이 아니다
[한계레/왜냐면]

그런데 민자역사 90%의 공간이 상업시설이나 상업을 위한 공간으로 채워지고 역무시설은 고작 10% 정도가 배치되고 있는 형편이다.

영등포역은 이 땅의 철도가 처음 달리던 1899년 완공되었고, 그 후 경부선·호남선의 정차역이자 수도권 전철역으로 한국 철도의 중심적인 구실을 맡고 있다. 그리고 1991년 민자역사 백화점이 건립되고 이후 증축공사를 2차례 하면서 교통의 요지뿐만 아니라 영등포 지역의 중심권역으로, 도시생활의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 뒤 하루 수십만 명이 이용하는 영등포역은 공공의 장소로서 국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 잡아야 했지만 수익을 앞세우다 보니 상업적인 공간으로 변하고 있으며 또한 비용절감에 안전관리가 무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영등포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면서 때론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현재 지역주민과 국민들의 이동을 위해 마련된 3층 공용통로는 15년째 롯데백화점의 가판영업 장소이다. 철길로 가로막힌 공간을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해야 함에도 지하 공용통로는 설치하지 않았다. 대합실은 휴식, 만남, 문화의 공간은 전혀 없고 오직 철도공사와 백화점의 상설매점과 가판대 등 상업시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영업을 위한 장소로 바뀌었다.

더욱이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철도공사와 롯데백화점은 영등포역 정문 출입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 할머니 한 분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는 엘리베이터만 설치했어도 사람이 숨지는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돈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공공장소인 철도역에서 목숨까지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영등포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전체 철도역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공공장소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오직 영업만을 위한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철도역 중에 서울역, 용산역, 영등포역을 비롯한 중심적인 역의 대부분은 민자역사의 백화점으로 완공되어 운영되고 있거나 준비중에 있다.

그런데 민자역사 90%의 공간이 상업시설이나 상업을 위한 공간으로 채워지고 역무시설은 고작 10% 정도가 배치되고 있는 형편이다. 더욱이 상업시설에 밀려 최소의 공간으로 마련된 대합실이나 공용통로가 백화점 영업을 위한 공간으로, 아니면 철도공사의 부대사업 공간으로 이용되면서 국민의 휴식과 만남 그리고 이동의 기본적인 기능마저도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영업이익을 위하여 국민의 불편을 외면하고 대형사고의 위험을 방치하는 현실이다. 이에 국정감사나 서울시, 그리고 각종 언론에서 민자역사의 상업적인 철도정책에 많은 비판과 지적을 했지만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철도역에 대한 국민들의 기억은 만남과 이별, 추억 그리고 희망을 간직한 마음의 고향으로, 발걸음이 잦은 생활의 한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다시금 철도역은 공공장소로서 국민의 안전과 편의시설, 장애인, 노약자, 임신부들의 이동권 확보 등 국민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또한 철도역은 국민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여행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공공의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설 연휴를 맞아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또다시 철도역으로 몰릴 것이다. 철도역이 문화와 정보가 있는 도시의 새로운 생활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김낙현/철도노조 역사공공성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