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산업재해 주범, 질식사고를 막아라”
최근 7년 간 163명 숨져…6~8월 50% 발생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지난달 9일 경북 문경 단무지 생산공장에서 중국동포 박아무개(57)씨 등 노동자 3명이 단무지 절임탱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런데 가로 6미터, 세로 4.6미터의 절임탱크에는 숙성 중인 단무지와 소금물이 1.2미터 가량 차 있었다. 3명의 노동자가 한꺼번에 빠져 죽었다고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경찰은 익사로 추정했다. 보통 절임탱크에 들어가 작업하는 경우가 없고, 포크레인 기사 전아무개(38)씨까지 탱크 안에서 함께 숨진 점 때문에 의문을 남겼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사인은 ‘밀폐공간에서의 질식사’로 판명됐다.
20일 경찰과 노동부에 따르면 단무지를 절이는 과정에서 맹독가스인 황화수소가 발생하는데, 사업주가 밀폐공간 질식재해 예방수칙을 따르지 않아 3명이 한꺼번에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92년에도 단무지공장에서 똑같은 사고가 있었고 마늘 저장창고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보고됐다.
여름철이 되면 발효식품 생산공장을 비롯해 맨홀과 오·폐수 처리장 등 이른바 밀폐공간에서 질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21건의 질식사고가 발생, 모두 163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질식사고의 절반 이상이 여름철인 6~8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질식재해는 최근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는 전년보다 55%나 증가해 31명의 노동자가 숨졌고,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 올해는 6월 현재 14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사망자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질식사고가 여름철에 집중되는 이유는 후텁지근한 날씨에 비까지 자주 내려 맨홀·정화조·저장탱크에서 미생물 번식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해가스가 발생하거나 산소결핍 현상이 생긴다. 밀폐공간에서 작업할 때는 유해가스농도를 측정하는 등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하지만 단무지공장 사례처럼 노동자들이 인지조차 못하고 있다. 무방비상태에서 구조작업을 하다 또다시 질식재해를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재해발생건수보다 사망자수가 많은 이유다.
산업안전공단은 질식재해 예방을 위해 산소농도측정기나 공기호흡기 등을 무상으로 대여해주고 있다. 질식재해가 주로 영세사업장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보호장구 비용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공단은 “밀폐공간 질식사고는 사업주가 조금만 신경을 쓰고 안전조치를 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