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병’ 취급받는 편두통의 공포

이상윤/ ‘건강과 대안’ 상임연구원·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 maxime68@naver.com

일터의 건강나침반 /

일반적으로 건강 문제의 우선순위는 해당 질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그 병이 의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얼마나 심각한지 등의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기준 때문에 흔하지 않은 질병이나 아무리 아파도 숨질 확률이 적은 질병 등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소홀해지곤 한다.

하지만 꼭 사망률이 높은 질환만 심각한 것인지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대신에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거나 노동 손실을 크게 하는 질환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사망률 위주로만 접근하다 보면 한창 일할 나이에 있는 이들의 건강 문제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편두통은 남성보다는 여성에 많고 비록 심하게 통증을 느끼지만 숨질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덜한 질환 가운데 하나다. 실제 편두통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3~4배 가량 더 많다. 또 편두통 환자는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만큼 심한 통증을 느끼지만, 이 질환으로 숨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편두통 환자가 전체 인구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6.5%였다. 성별로 보면 여성은 9.7%에 이르렀다.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환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아질수록 편두통을 앓는 비율은 커졌다.

이런 편두통 환자들은 두통이 생기면 그 통증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이뤄진 연구를 보면 환자의 49%가 편두통 발작이 생기면 아무 일도 못 한 채 누워 있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때문에 생기는 사회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 편두통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대부분 생산성이 높은 20~50대이기 때문이다. 역시 미국에서 이뤄진 조사 결과를 보면 편두통 발작 때문에 결근하는 이들의 비율도 높고, 일을 하더라도 제대로 못한다고 한다. 한 예로 편두통 환자들의 1년 평균 노동 손실 시간은 약 100시간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이유들을 종합해 보면 편두통은 치료 비용뿐 아니라 노동 손실, 삶의 질 저하 등 간접 비용까지 고려하면 결코 만만하게 볼 질환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편두통에 쏟는 사회적 관심은 적은 편이다. 편두통 환자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사람도 적다. 편두통을 ‘꾀병’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도 많이 펴져 있을 정도여서, 편두통 환자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질병에 대한 사회적 홍보나 교육 등이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된 관리나 치료를 받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치료에 빠지는 사람도 많고,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를 못 받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 문제로 편두통은 결코 소홀히 다룰 질병이 아니다. 더 깊은 조사와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