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심야노동 폐지에 노동안전분야 개선될까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현대자동차 노사가 41년만에 심야노동을 폐지하는 주간연속 2교대제에 잠정합의하자 산업안전보건 관련 기관과 단체들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노동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요소인 야간근무 폐지가 전산업에 확산되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의미에서다. 일각에서는 ‘8+9 근무형태’로 인해 ‘불안전한 합의’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3일 김지희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3일 “외국 연구사례를 보면 심야노동은 수명을 13년 단축시킨다는 보고도 있다”며 “과로사를 유발하고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심야노동을 폐지하기로 한 이번 합의는 세계 최장시간노동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현대차 노사의 심야노동 폐지 합의를 계기로 과로사 문제를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다음달 과로사회추방대책위원회’를 공식 발족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도 이번 합의에 주목하고 있다. 조기홍 국장은 “노동자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심야노동을 폐지한 것은 많은 교대사업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야간근무가 없어지는 대신 주간 노동강도가 강화될 수 있는 우려도 있어 교대제 개편이 노동조건 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현재 ‘교대제 사업장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교대제 사업장의 건강폐해 수준을 파악하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산업의학계 한 관계자는 “이번 합의가 8+8 근무형태로 노동자의 인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겠지만 생산과 임금을 맞바꿔치기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많은 임금을 위해 야간근무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밤샘노동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발암요인이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은 지난해 12월 “야근이 생체리듬을 교란시켜 암을 유발시킨다”며 야근을 디젤엔진 배기가스와 동일한 수준의 ‘발암물질’에 포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