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1. 지난 1월 7일 경기도 이천시 ‘코리아 2000’ 냉동물류창고 지하1층 건설현장에서 우레탄 발포작업 중 유증기가 발화하여 폭발하는 사고로 노동자 4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2. 사고 당일 사망한 노동자들은 연쇄폭발과 유독가스로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곳곳에 발화성 위험물질이 쌓여 있어 폭발이 계속되었고 넓은 공사현장에 출입구가 제대로 확보되어 있지 않았다. 밀폐된 공간에서 이뤄진 우레탄 발포작업으로 유증기가 발생하여 위험하기 때문에 공기를 냉각시키거나 환기를 시키는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있어야 했지만 안전조치는 고사하고 해서는 안 되는 화기작업까지 병행했다. 한꺼번에 지하1층에서 57명이 배관설비, 단열처리, 전기설치, 에어컨 작업을 병행 진행하였다. 인근 인력시장을 통해 하루하루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건설일용노동자들은 아무런 안전교육도 없이 위험한 작업에 투입되었다. 이들 노동자들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권리는 종이쪼가리에 불과했고 1월 12일 완공목표에 맞춰 빨리빨리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만이 강요되었다.

3. 이천화재참사로 사망한 노동자 중 37명이 하청노동자이다. 사고건설현장에는 유성 ENG등 6개의 하청업체가 투입되었고 이 가운데 한우·동신·HI코리아 등은 유성ENG로부터 배관설비와 전기설치, 파이프보온 등의 공사를 각각 재하청 받아서 작업을 했다. 또한 동신 등 재하청 업체들은 ‘십장’으로 불리는 시공참여자들에게 공사물량을 다시 재하도급 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서 건설현장의 다단계 하도급을 통상 2단계까지만 허용하고 있지만 현실에선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한 불법 다단계하도급이 판을 치고 건설현장에서 지켜져야 하는 산업안전보건규정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그 결과 40명이 목숨을 잃었다.

4. 이천화재참사는 명백한 ‘인재’이다.
사고사실이 확인될수록 ‘코리아 2000’과 하청업체들의 산업안전조치위반과 업무상 과실, 불법적 다단계 하도급의 문제가 분명해지고 있다. 또한 ‘코리아 2000’이 냉동창고 건축을 둘러싼 탈세·편법 의혹까지 확인되면서 이천화재참사는 명백한 ‘인재’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천화재참사는 ‘코리아 2000’과 하청업체들이 안전불감증과 업무상 과실을 넘어 더욱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건설현장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실상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건설일용노동자와 이주노동자들. 공사비를 남기고 임금을 떼먹는데 혈안이 되어 아무도 안전보건조치에 책임지지 않는 불법적 다단계하도급구조, 한국의 건설현장에서 한해 600~700여명이 사망하고 1만 8천여명이 다쳐나가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이윤을 위해 산업안전보건정책을 계속 완화해 왔으면서 앞으로도 더욱더 산업안전보건정책을 완화하겠다는 정부, 대규모 건설작업이 이뤄지는데도 아무런 관리감독을 하지 않는 노동부의 직무유기.

이러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은 한 건설현장의 대형참사나 중대재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5.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은 이번 이천화재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자인 ‘코리아 2000’ 대표이사와 관련자들을 즉각 구속처벌하고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은 매번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사망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건설일용노동자들이다. 불법다단계 하도급의 재하청구조 속에서 건설일용노동자들은 아무런 안전교육 없이 위험한 작업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번 반복되는 대형참사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원청업체가 노동자를 직접채용하고 안전보건조치를 철저히 할 것을 요구한다. 건설현장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전면 금지 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가 산업안전보건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노동부의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할 것을 요구한다.

6.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은 고인들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부상당한 노동자들이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은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더욱 가열차게 투쟁 해 나갈 것입니다.

2008년 1월 10일

건강한 노동자 세상을 열어가는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