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까지 퇴출? 비정한 서울메트로
서비스지원단에 중증질환자 등 33명…“인권침해 심각”

최원형 기자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불성실·무능력 직원을 솎아낸다’는 명분으로 지난 5월 도입한 ‘서비스지원단’에 산업재해나 중증 질환으로 요양 중인 직원들까지 여럿 발령내, “심각한 노동기본권·인권 침해를 저질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 41개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25일 지하철 서울시청역 대합실에서 ‘서울지하철 서비스지원단 인권 침해 보고대회’를 열어, 처음 서비스지원단으로 발령난 311명 가운데 암 환자 6명을 비롯해 중증 질환이나 산업재해로 요양 중이던 33명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지하철 노동자가 노출되기 쉬운 석면의 영향으로 폐암 판정을 받고 산업재해로 요양 중이던 노동자, 위암 진단을 받고 휴직 중에 발령을 받은 뒤 숨진 노동자도 있다고 인권단체들은 밝혔다. 발령 사유는 병가 및 휴직 말고도, 고령(186명), 노동조합 활동(19명), 업무 부적격(67명) 등이었다고 인권단체들은 밝혔다.

2005년 산업재해를 겪어 병가를 내고 요양하던 중 서비스지원단에 발령된 신아무개씨는 보고대회에서 “일하다가 산업재해를 입었는데, 회사는 나를 ‘개인 질병으로 병가를 많이 쓴 직원’처럼 언론에 매도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서울메트로는 구체적인 발령 사유나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뚜렷한 기준도 없이 이뤄지는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해 노동자들의 노동권·인격권 등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 쪽은 “서비스지원단 발령은 실제 질환 등으로 현장에서 근무하기 어려운 직원들에게 질환 치료 기회를 준다는 목적도 있다”며, “퇴출보다는 재교육 프로그램에 가깝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비스지원단에 배치한 직원들에게 뚜렷한 일을 맡기지 않고 출·퇴근 시간만 점검하는 등, 회사 쪽이 내세운 취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신씨 등은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인력을 감축하려고 타당한 기준도 없이 노동자들을 불성실·부적격자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