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증소독제로 강력한 독성물질
방역노동자 관리는 허술, 2000년 이후 중독사고 9건 발생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농산물 수입량이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 농산물의 방역·소독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관리는 허술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8일 농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수입 농산물은 2000년 2천311억3천848톤에서 지난해 2천597억3천875톤으로, 지난 7년간 300억톤 가까이 증가했다. 수입 농산물 방역·소독업체도 2001년 22개에서 2008년 9월 현재 32개로 급증했다.

곡물이나 과일 같은 농산물은 수입 직후 배송 과정에서 제품이 상하거나 벌레가 슬지 않게 전문방역업체가 훈증을 실시하도록 돼 있다. 이때 주로 사용하는 훈증소독제가 메틸브로마이드라는 매우 독성이 강한 화학약품이다.

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메틸브로마이드는 무색무취의 투명한 액체로 상온에서는 가스 상태로 존재한다. 메틸브로마이드 가스나 액체가 눈에 닿으면 결막염을 일으키고 피부에 닿으면 붉은 반점이 나타난다. 반복해서 접촉하면 비듬이나 가려움증을 동반한 피부염을 일으키고 피부화상이나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급성중독 증상으로는 대개 두통과 구토·언어장애·경련을 일으키고 고농도로 노출되면 의식을 잃고 사망한다.

만성노출시 팔다리의 감각이상·정신착란·의식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회복된 이후에도 현기증·우울증·근심 등 중추신경장해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등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킨다.

우리나라에서 메틸브로마이드 중독으로 직업병에 걸린 노동자는 2000년 이후 모두 9명이다. 공단 관계자는 “메틸브로마이드는 단기간 노출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강력한 독성물질로 우리나라에서 고농도 흡입에 따른 사망사고와 매우 심각한 후유증상을 일으킨 사례가 있다”며 “올해 또다시 중독사고가 발생한 것은 방역·소독업종의 직업병 예방사업이 부족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