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은폐도 있었고, 회사 압박도 있었다”

[레이버투데이 2006-06-12 11:52]

지난 7일 두산인프라코어(주)의 반론보도문과 관련 금속노조 두산인프라코어지회가 회사쪽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반론문을 보내왔습니다.<편집자주>

▶ 지난 7일 두산인프라코어(주)는 <매일노동뉴스>를 통한 반론보도문에서 “산업재해와 재요양 신청은 산업재해자가 직접 근로복지공단에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으므로 회사는 산재를 은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산재은폐’란 무엇인가? 업무 관련한 원인으로 4일 이상의 치료(투약기간 포함)가 필요한 재해나 질병이 발생했을 때, 산재보상보험법에 의거 산재보험 처리하지 않고, 산업안전보건법에 의거 30일 이내에 노동부에 산재발생 보고도 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할 때 ‘산재은폐’라 칭한다. 회사의 주장 관련한 내용을 반박하면,

첫째, 두산인프라코아(주)는(이하 회사) 김모 조합원 자살기도 사건 이후 ‘산재은폐’ 문제가 제기되자 노동부에 산재발생 보고를 않았던 5건의 재해 발생 사실에 대해 지난 5월25일 경인지방노동청에 보고했다. 그중 2건은 산재발생 보고시한인 30일이 이미 경과한 산재은폐에 해당되는 건이다.

둘째, 노동조합 자체 조사에 따르면 두산이 대우종합기계 인수 이후인 2005년 8월부터 2006년 5월 현재까지 회사가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해 산재요양 신청치 않고 노동부에 산재발생 보고치 않았던 재해 건이 위 5건 포함 무려 50건에 달하고 있다. 노조는 50건 모두가 4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산업재해 건이라 확신하지만 재해자들이 직접 치료에 나서지 않았던 건을 감안하더라도 경악할 만한 산재은폐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셋째, 회사는 5월29일 발행한 회사 선전물 ‘열린창’ 제29호를 통해 소제목 ‘가벼운 부상의 경우, 사내공상으로 처리해 왔으나 개선할 것입니다’ 라고 밝히면서 내용으로 ‘부상의 정도가 가벼운 경우 사내공상 처리하는 것이 우리 회사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조치’ 라고 역설하며 ‘이러한 판단에 따라 사내 공상처리를 취한 바 있었고 본 사항에 대해 종업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라고 밝히는 등 산재은폐 행위를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넷째, 김모 조합원의 경우 최초 산재승인 병명은 ‘요추부 염좌’ 였다. 현재 상병명은 ‘요추부염좌’ ‘추간판 전이’이다. 동일한 허리부위에 발생한 병명이긴 하지만 ‘추간판 전이’는 다른 병명에 해당한다. 재요양 신청할 수도 있지만 상병명과 질환의 중함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근로복지공단에서는 동일상병이 아니라며 요양을 불승인할 수 있다. 이 경우 ‘추간판 전이’의 상병은 최초요양신청을 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다. 이렇게 판단할 때 회사가 김모 조합원의 산재요양 요청에 대해 공상을 종용한 것은 산재은폐 기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며, 재요양 신청의 경우도 고용에 대한 압박과 각종 불이익을 얘기하며 차단코자 했던 것을 감안할 때 회사는 사원에 대한 지휘통제권을 악용하여 법에 명시한 산재요양신청의 권리를 통제하고 인격을 훼손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회사는 재해자가 자유롭게 산재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산재은폐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치고 병든 사람이 법에 명시된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 한껏 자유스러워야 할 부분이 강제된 타의나 생존의 불가피함에 의한 왜곡된 자의란 껍데기를 쓰고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약자라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공상이 권유 설득되고 불이익으로 압박하고 또 경제적 문제로 인해 산재치료를 포기하게 되는 모든 것이 산재은폐 행위에 해당하고 중대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 회사는 반론 보도를 통해 회사의 압박에 의한 산재 번복케 하고 이것이 자해를 유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키 위해 “병원 확인 사실”을 근거로 들고 있다.

“회사의 압박에 의한 산재 번복”은 명백하다. 김모 조합원은 재요양을 신청하겠다고 의사를 표현한 지 하루 만에 산재를 취소하겠다는 이유를 병원에 설명해야만 했다. 그래서 ‘통증이 완화됐다’고 얘기했다. 회사의 산재취소 종용을 그대로 설명하기에는 회사의 입장을 고려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압박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호도하는 것이다.

김모 조합원은 지난 5월 30일 노조와 인터뷰 후 자필 서명한 글<사진>에서 “관리자가 ‘산재치료로 판정이 나지 않으면 개인이 휴직을 해서라도 완치된 후 부서가 받지 않을 수 있다’고 하여 나는 이를 ‘노무대기나 타 부서로 방출될 수도 있다’는 내용으로 이해했고 괴로웠다. 또한 관리자는 ‘공상으로 처리하면 된다. 재요양은 힘들다’, ‘연월차 까지고 호봉누락하고 여러 불이익이 온다. 산재 취소하고 연락하라’고 말을 했다. 그래서 난 취소하고 연락 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노동자의 가장 큰 두려움은 안정적인 직장을 잃는 것이다. 회사는 최고 수위의 압박을 가했던 것이고 김모 조합원은 회복되지 않은 건강상태에 대한 걱정과 가족 부양에 대한 부담 속에서 재요양 신청을 취소하고 취소 사실을 관리자에게 보고한 후 다음날 스스로 자해를 시도했던 것이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회사는 관리자에게 취소 사실을 보고했던 통화내역 조회와 공증을 거친 내역서가 제출되어야만 사실을 인정 하겠다는 말인가? 통화 내역조회 제출 이후에는 “재요양 신청을 취소하고 보고하라고” 했다는 김모 조합원 진술이 지어낸 얘기라고 강변할 것인가? 회사는 김모 조합원 및 산재환자 통제와 압박에 대한 책임을 명백히 인정하고 재발방지와 산업재해 근본적 예방을 위한 대책을 노동조합과 함께 강구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다.

▶ 두산인프라코어(주)는 산재신청 과정에서 아무런 마찰이나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노동조합으로 발송한 업무연락 [문서번호: 관리(노협)제2006-30호] 및 [열린창 제25호: 2006년 5월 24일]을 통해 “고충처리차원에서 2주씩 수차례 배려해서 5주간 치료하게 해 주었다”, “집중치료를 권고하면서 재요양 신청 권유를 했다”, 또 매일노동뉴스 반론 보도를 통해 산재신청과정에서 아무런 마찰이나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재치료를 하겠다는데 공상으로 쉬라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회사의 인식에 경악스러울 뿐이다. 회사는 김모 조합원의 공상기간이 끝나가자 “정상 출근하라”, “출근을 하지 않으면 연월차를 처리하겠다”며 수시로 전화를 해서 압박했다. 부인인 엄모씨의 증언에 의하면 “나도 회사한테 전화를 두번이나 받았다”며 “회사 관리자는 벌써 한달을 쉬었는데 산재를 신청해서 안 될 경우에는 연월차 다 까지고 호봉도 까지고 개인적인 손해가 있으니까 나와서 일을 하게 해달라고 했었다” 며 증언하고 있다.

일하다 다치고 병들면 산재로 치료하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이다. 당연한 권리를 포기케 하고 병이 완치되지 않았음을 호소하는 노동자에게 업무복귀에 대한 갖은 압박을 가했던 회사가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을 주창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납득될 수 없는 일이다.

▶ 두산인프라코어(주)는 대우종합기계 인수 이후 구조조정을 한 적이 없으며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것만이 구조조정의 내용은 아니다. 두산자본은 대우종합기계 인수이후 산차본부 케빈업무에 대해 도급화를 시행해 왔으며 현재는 프레임과 도장업무 도급화를 추진하는 등 계속하여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노동조합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상시 구조조정과정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회사는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회사가 자랑하는 사내병원에서 치료받는 노동자의 사고와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회사가 추적 조사하고 작업환경 개선과 연결되는 경우는 없다. 치료는 치료에 국한될 뿐 예방과 단절되어 있다.

대우그룹 부도 사태 이후 조합원들은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2년 이상을 쉼 없이 일해 왔다. 만성적인 인력부족 속에서 일 양과 업무는 고무줄처럼 늘어났고 잔업과 특근에 휴식은 언감생심 꿈도 못꿀 지경이다. 만성 피로는 조합원들이 다치고 병들어 가는 산업재해로 직결되고 있다. 사후 약방문보다는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회사는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착각을 벗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부족한 인력 충원과 적정 휴식 보장 그리고 과도한 작업 조정 등 근본적인 대책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다치고 병든 노동자가 산재로 자유롭고 충분히 치료받고 안정적으로 복귀 할 수 있는 조치 강구에 하루속히 나서야 할 것이다.

2006년 6월8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두산인프라코어지회

마영선 leftsu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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