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사업장 안전보건 사각지대 해소방안’ 토론회
늘어나는 영세사업장 산업재해, ‘감독 부재’가 원인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08-09-24

우리나라 전체 기업 가운데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영세사업장수는 약 140만개로, 전체 사업장의 97.6%에 달한다. 영세사업장의 산업재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전체 재해의 10건 중 8건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2004년은 10건 중 7건이었으나 최근 4년 동안 10%가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산업안전공단노조(위원장 김용선)는 와 공동으로 ‘사업장 안전보건 사각지대 해소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강성천 한나라당 의원실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청중이 국회 도서관 지하강당을 가득 메울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사업장 규모 열악할수록 산업재해 빈발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윤갑동 노조 조직국장은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재해 발생원인으로 정부와 공공기관의 관리·감독의 한계와 이에 따른 산업안전보건 사각지대 확산을 꼽았다.

소규모 사업장수는 대기업의 외주화·분사화 경영방침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중 50인 미만 사업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140만개로 전체 사업장의 97.6%를 차지한다. 연간 발생하는 산업재해 10건 중 7건이 이들 50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돼 있다. 2003년 50인 이상 사업장 재해율은 0.55에서 지난해 0.35로 급격히 감소한 반면 50인 미만 사업장은 2003년 이후 재해건수가 매년 약 3%가량 증가하고 있다. 전체 재해건수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 67%에서 지난해 76%로 3년 간 10% 가까이 늘었다.

산업재해율은 사업장 규모와 반비례한다. 지난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자는 2만6천876명으로 5~9인 사업장(1만3천829명)의 2배에 육박한다. 규모별 재해율은 △5인 미만 1.51% △5~9인 1.09% △10~29인 0.89% △ 30~49인 0.69% △50~99인 0.51% △100~299인 0.37% △300~499인 0.23% △500~999인 0.23% △1천인 이상 0.30% 등이다.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재해율은 1천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5배가 넘는다.

영세사업장 산업안전감독 사실상 ‘방치’

소규모 사업장수는 지난해 139만5천576개로 99년에 비해 6배 증가했으나 이 기간 동안 산업안전보건 감독관 수는 거의 그대로다. 지난 5월 현재 산업안전감독관은 303명으로 감독관 1인당 3천780개 사업장 3만4천178명의 노동자를 담당해야 한다. 감독관이 돌아봐야 할 사업장은 미국의 4배, 영국의 9배에 달한다.

윤 국장은 “감독관 1명이 하루 2개 사업장을 감독한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을 방문하는 데만 무려 8년이 걸린다”며 “산업안전공단 역시 연간 전체 사업장의 8~12% 정도만 기술지원을 실시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사업장 지도·감독이 상당수 중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부 산업안전과와 산업안전공단은 지도·감독 대상 사업장을 재해발생 위험이나 빈도가 높은 사업장을 선정하기 때문에 중복 방문이 많아 전체 기업 140만여개 가운데 130만여개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윤 국장은 “극히 한정된 인력으로 전체 사업장을 감독하거나 지원하는 것은 지금처럼 높은 재해율을 현상유지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윤조덕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독일사례를 예로 들었다. 독일은 지난 2004년 17만6천633개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감독을 실시했다. 이 중 1~19인 사업장이 75%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어 20~199인 사업장, 200~999인 사업장 등의 순이었다. 1천인 이상 사업장은 0.5%에 불과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7년 기준으로 총 1천903개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감독이 실시됐다. 점검은 3만3천512건이다. 감독과 점검횟수를 모두 합쳐도 독일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윤 연구위원은 “감독인력 부족은 산업재해 감소에 한계를 노정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산재예방 전문기관 역할 강화 ‘한목소리’…안전보건 민간시장 육성은 ‘글쎄’

윤 국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 절반은 추락·전도·협착 같은 재래형 사고”라며 “안전보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사업장의 재해예방을 위해 민간기관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정부의 정책은 산재율 감소에만 급급할 뿐 정작 사업장이 산재감소에 자발적으로 나설 수 있는 동기부여 제공은 하지 않아 ‘언발에 오줌누기’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국의 경우 중소규모 사업장을 제도권 내로 편입시키기 위해 경제적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윤 국장은 “200여개가 넘는 안전보건 민간기관을 활용해 영세사업장 산업안전보건을 제도권 내로 들여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는 영세사업장을 강력한 법·제도로 제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재해예방 민간시장이 활성화되면, 이를 통해 산업안전감독이 미치지 못하는 사업장을 방문해 사업주 및 노동자의 안전의식 변화를 위한 교육과 홍보가 이뤄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민간기관의 취약성이다. 지금도 상당수 민간기관이 전문성이나 기술력 취약·경제적 열세 등으로 인해 사업주의 안전보건의무에 관한 법 위반 등을 감춰주는 역할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토론자로 나온 이호성 한국경총 이사는 “소규모 사업장을 제도권 내로 편입시키기 위해 민간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민간기관들의 전문성 부족과 안전보건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적 요인으로 민간기관이 수행하기 어려운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지원사업은 산업안전공단이 해야 한다”며 “공단의 본부·지역본부·지도원별로 소규모 사업장 예방기능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신 민간기관은 공단 사업 가운데 공공성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안전보건진단이나 안전보건교육 등의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윤조덕 선임연구위원은 “소규모 사업장 산업안전보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현행법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자 선임의무를 면제하고 있는 것”이라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안전·보건관리자 선임을 의무화해 사업주의 안전보건 책임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황종철 노동부 산업안전국 서기관은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재해 원인은 높은 이직률·낮은 숙련도 등 근로조건과 작업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 서기관은 “대다수 사업주가 산업재해를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사고로 오인하고 있다”며 “산업안전규제와 사업주 처벌 강화 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동부 점검대상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비율을 확대하고 사업주의 자발적 개선의지가 없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