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노동자 4명 유기용제로 인한 산업재해”…노동부 확인
기사입력 2008-10-12 11:34

【서울=뉴시스】

2006년까지 한국타이어에서 유기용제로 인한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노동자가 4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감사원과 노동부에 의해 뒤늦게 밝혀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12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2006년까지 한국타이어에서 유기용제로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 노동자는 4명”이라고 확인했다.

또 지난 8월15일 감사원이 공개한 ‘산업안전 및 보건 관리 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한국타이어에서 1999년부터 2003년 사이 유해 화학물질에 의한 직업병 환자 4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 동안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과로나 고열 등으로 인한 심장성 돌연사, 관상동맥질환 등의 발병가능성이 밝혀진 적은 있지만 유기용제에 의한 산업재해가 공식적으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올해 5월과 6월 한국타이어에서 화학물질에 의한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노동자가 2명 더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산업안전연구원 “유기용제에 노출돼 발병”

한국타이어 노동자들로 구성된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및 유독물질 중독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1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산업안전공단은 A씨(61)와 숨진 B씨(48)의 발병 원인에 대해 “유기용제에 노출돼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내렸다.

이날 대책위가 공개한 자료는 한국산업안전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작성한 ▲1999년2월 A씨의 말초신경병 등에 대한 업무상 질별 심의 결과 ▲2003년 2월22일 B씨의 급성골수성백혈병 사망 심의 결과다. 또 2003년10월 산업재해를 신청했다가 기각된 C씨의 대법원 판결문도 공개됐다.

자료에 따르면 연구원은 A씨에 대한 개별 역학조사를 통해 “A씨의 말초신경병은 노말헥산 등을 포함한 유기용제에 노출되기 시작한 후 나타났으며 기존의 작업환경측정결과와 연구원이 실시한 작업환경조사에서도 노말헥산 등 유기용제에 노출된 것으로 증명됐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숨진 B씨의 경우 ‘업무상 질병여부에 대한 회신’을 통해 “급성골수성백혈병은 20년간 성형공정에 근무하면서 취급한 한솔에 포함된 벤젠에 노출돼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기록했다.

C씨의 경우 대법원은 판결에서 “9년간 성형과 및 비드실에 근무하는 과정에서 백혈병을 유발하는 벤젠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고, 노출 수치가 낮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벤젠에 노출됨으로써 백혈병의 유발인자로 작용하기 충분하다”며 “유기용제에 노출돼 백혈병에 걸렸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유기용제로 인한 산업재해 2명 더 있다”

특히 지난 2월 연구원의 역학조사 최종결과 발표 후에도 한국타이어에서 화학물질로 인한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 노동자가 2명 더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올해 5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후두암이 발병한 김모씨(45)와 폐암에 걸려 숨진 최모씨(47)의 경우 “유해물질 노출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연구원은 김씨에 대해 “1990년대 작업환경은 2007년 역학조사의 작업환경노출평가 결과보다 PAH, 고무흄 등이 높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유해물질 노출에 의한 발병 가능성을 인정했다.

연구원은 또 폐암에 걸려 숨진 최씨에 대해서도 “가류 공정의 고무흄 및 버핑 공정의 흡입성 분진 등 각종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이 있었고 이에 대한 노출력이 폐암 발생의 잠복기를 충족한다”며 “폐암은 업무와 관련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 “579명 요주의 환자, 언제 사망할 지 몰라”

대책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와 노동부는 유기용제 중독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를 은폐해 왔다”며 “579명의 요주의 환자, 2000명에 이르는 건강검진 재검 대상자가 언제 중증환자가 되고, 언제 사망할 지 모르는 심각한 상태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한국타이어는 허위진단으로 6개월 업무정치 처분을 받은 병원에 건강검진을 의뢰했고, 그 결과 변모씨는 중증 심장질환으로 발전했음에도 건강검진에서 정상으로 처리됐다”며 “검진기관에 대한 관리감독과 유해물질 관리감독 의무를 지고 있는 노동부가 이를 인지하고도 직무를 유기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산업재해로 인정된 4명의 노동자는 작업 환경이 바뀌기 전에 발생한 것”이라며 “한국타이어는 2001년까지 벤젠이 함유된 솔벤트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벤젠이 함유되지 않은 솔벤트를 사용하는 등 작업 환경이 상당히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유기용제에 대한 역학조사는 이미 진행됐고 이상이 없다고 밝혀졌다”며 “6월부터 화학물질인 고무흄과 작업장 내의 고온 현상, 강압적인 사내 조직문화 등과 관련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3월에 완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국현기자 lg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