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공장서도 집단백혈병 의혹
김상희 의원 “1998년이후 9명 사망… 직업병 가능성” 주장

성행경기자 saint@sed.co.kr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이어 하이닉스반도체 공장에서도 집단 백혈병 환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상희 의원(민주당)은 7일 열린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지난 1998년 이후 하이닉스반도체 공장에서 9명이 조혈지계질환(백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근로자가 1만3,000명인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상당히 많은 숫자며 백혈병이 반도체 노동자들에게 매우 심각한 직업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1998년 이후 삼성전자 기흥ㆍ온양공장에 근무한 근로자 중 18명이 백혈병에 걸려 9명이 사망했다. 하이닉스, 여타 반도체 공장에서도 백혈병 사망자가 확인되고 있는 만큼 관련 업체들은 은폐ㆍ축소에 급급하지 말고 역학조사에 적극 협조해 사실을 규명하고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 10년간 백혈병 유사질환으로 사망한 근로자 9명 중 7명은 사무직이나 통신ㆍ전장조립 등 비(非)반도체 부서에서 근무했으며 반도체 제조 관련 화학제품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현장 근로자는 두명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백혈병 발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산화에틸렌을 사용한 일이 없다”면서 “백혈병 발병이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과 관련성이 희박하다고 판단되지만 역학조사에는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 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진상 규명과 역학조사 실시를 촉구하면서 의혹이 확산되자 올 2월부터 13개 반도체업체 노동자에 대한 건강실태 조사를 벌였으며 현재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9개 사업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박두용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은 이날 국감 답변을 통해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한 전ㆍ현직 근로자가 80만여명에 이르기 때문에 역학조사가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일단 올해 말까지 조사를 끝낼 계획”이라며 “역학조사가 나와봐야 업무 연관성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기흥ㆍ온양 반도체 공장에서 일해온 근로자 중 13명에게 백혈병이 발병, 직업병 여부를 자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