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는 ‘집단백혈병 사태’…노동부는 삼성 편?
노동부, 시민단체 ‘건강실태’ 자료요청 지속거부
[ 2008-10-07 12:11:21 ]

CBS사회부 최선욱 기자

삼성반도체의 집단 백혈병 사태가 국정 감사가 시작되면서 가려져 있던 베일이 하나씩 벗겨지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산업안전공단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998년 이후 삼성전자 기흥과 온양 공장에 근무한 노동자 가운데 18명이 조혈지계질환(백혈병)에 걸렸으며, 이 중 9명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은 그동안 백혈병 환자가 8명 발생했다고 주장해왔다. 또 하이닉스 반도체공장에서도 1998년 이후 9명이 백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이미 시민단체가 여러 차례에 걸쳐 노동부에 자료를 요구했지만 거부해오다 이번 국감에 결국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서 노동부의 ‘삼성 감싸기’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반도체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하 반올림)와 노동부에 따르면 반올림 측은 지난 4월22일 국내 13개 반도체관련회사들이 노동부에 제출한 ‘건강실태 조사표’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했다.

그러나 노동부 측은 지난 5월1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근거, 개인 정보나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며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이에대해 시민단체 측은 노동부가 자체적으로 공개거부 결정을 내린 것은 ‘기업비밀’을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삼성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결정이며 특혜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의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노동부의 정보공개 거부 결정이 내려진 이후 한국반도체 산업협회가 노동부에 정보공개거부요청 공문을 보내면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지난 6월 5일 ‘회원사에서 제출한 근로자 건강실태조사표는 제품기술 노하우와 영업상 주요정보, 근로자의 개인정보까지 담겨 있어 조사 목적에 부합되지 않아 외부유출을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결국 노동부가 이미 한 달이나 먼저 공개거부 결정을 내린 정보청구 건에 대해 한국반도체 산업협회가 공문을 보낸 건 노동부의 특혜시비를 줄여보기 위한 보완책이라는 지적이다.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했던 한국노동연구원 공유정옥 씨는 CBS기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당시 개인정보나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며 자료를 거부해 그럼 백혈병이 몇 명인지만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거부했다”고 밝혔다.

또 “반도체업체들이 화학물질을 무엇을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기업비밀을 이유로 거부했다”며 “인체에 무해하든 유해하든 근로자가 취급하는 화학물질을 공개하는 건 국민의 알 권리가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공유 씨는 “당시 노동부가 반도체제조업체들이 사용하고 있는 화학물질들을 구두로라도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며칠 뒤 ‘관련업체들의 요청’이라며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유 씨는 “노동부가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한 것은 대기업에 대한 눈치보기식 행정이 아니냐”며 “명백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한편 노동부 관계자는 “정보공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법률’에 근거, 개인정보 등은 거부할수 있다”며 “당시에도 그런 내용으로 공개거부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제조업체들이 제출한 노동부에 제출한 ‘조사표’는 업체 담당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당시 기업비밀이나 영업비밀이라는 어떠한 단서를 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정부의 대기업 봐주기 의혹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동부가 정보공개를 거부했던 화학약품도 국감에 제출된 자료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 모두 산화에틸렌 물질을 사용해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백혈병 발병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역학 조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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