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건강 상태가 정규직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일호(47·여) 박사는 18일 ‘비정규직 근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Impact of Nonstandard Work on Health in Korea)’이란 박사학위 논문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정신 건강은 물론 만성·급성질환과 자가건강수준 등 각종 건강지표에서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살충동’ 비정규직 여성,정규직에 1.6배=김 박사는 20∼64세 근로자인 남성 2086명(정규직 1693명,비정규직 393명)과 여성 1194명(정규직 774명,비정규직 420명)의 우울증과 자살충동 유병률(해당 질병을 가진 사람 비율)을 비교 분석했다. 이 연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199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표본자료 중 보건의식 행태조사를 이용했다.

연구 결과,우울증을 가진 비정규직 여성 비율은 11.8%인 반면 정규직은 7.2%였다. 최근 1년간 자살충동을 느낀 비정규직 여성은 33.3%를 기록했지만 정규직은 23.8%였다. 김 박사는 이를 다시 교육수준과 가계수입,결혼여부,흡연,음주 등의 변수를 고려해 통계를 내고 비정규직 여성의 우울증과 자살충동 유병률이 정규직 보다 각각 1.66배,1.62배 높다는 최종 결과를 얻었다. 이 연구는 지난 4월 사회보건역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 의학지 ‘소셜 사이언스 메디슨(Social Science & Medicine)’에 게재됐다.

◇비정규직 근로,만성질환도 열악=김 박사는 이어 2001년 보건사회연구원 표본자료중 20∼64세 근로자 중 남성 1563명(정규직 1313명,비정규직 250명),여성 1045명(정규직 737명,비정규직 308명)을 대상으로 비정규 근로와 자가건강수준,만성질환,근골격계·소화계·호흡계 질환 등과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자가건강수준이란 스스로 느끼는 척도로 객관적 상태와 함께 건강을 재는 중요한 자료다. 자신이 건강하지 않다고 느끼는 비정규직 여성 비율은 정규직의 2.01배였다. 비정규직 남성은 척추 디스크 등 근골격계 질환이 특히 많았는데 척추 디스크에 걸린 비정규직 남성은 정규직의 3.14배에 달했다. 이밖에 소화계,순환계,호흡계 등 거의 모든 질환에서 비정규직 유병률이 정규직보다 높았다.

◇‘건강 불평등’도 꾸준히 심화=논문은 1995년과 1999년,2003년 통계청 사회통계조사를 이용해 25∼64세의 남성 6만6743명,여성 2만4493명을 대상으로 고용에 따른 상대적 건강불평등의 크기를 비교했다.

자신을 정규직 보다 건강하지 못하다고 느낀 비정규직 남성은 증가추세였다. 자가건강수준과 급성질환 지표를 살펴본 결과 남성 비정규직이 느낀 불평등의 크기는 1995년 각각 1.33과 1.14이었지만 2003년 1.46과 1.38로 커졌다. 1995년 육체직 비정규 근로자가 느낀 건강 불평등 지수는 1.14였지만 1999년 1.25,2005년에는 1.31로 꾸준히 증가했다. 김 박사는 “비정규직의 건강상태가 나쁜 것은 미래 불안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와 열악한 근로환경 때문”이라며 “비정규 근로자들의 건강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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