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방패에 뒷머리 맞고 집단구타 당했다”

[레이버투데이 2006-08-24 18:36]

지난 1일 숨진 고 하중근 씨 부검결과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하씨가 처음 병원에 실려갔던, 즉 지난 7월16일 포항 형산로터리 집회장소에서 병원으로 옮겨지기까지의 과정은 사인을 규정하는데 중요한 단서이다. 하중근 조합원 사망사고 진상조사단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 목격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사고당일 하씨의 움직임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단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집회장소 맨 앞 부분에 있던 하씨는 집회도중 경찰병력이 집회 대열에 갑자기 들이닥치는 과정에서 방패에 맞아 길바닥에 쓰러졌으며, 병력이 뒤로 물러난 뒤 머리에 피를 흘린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진상조사단은 경찰병력이 시위대열 안으로 진입한 뒤 물러나는 과정에서 방패와 소화기 등으로 집단폭행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진상조사단의 조사에 응한 목격자들은 총 12명으로 하씨가 집회에 참가해 이동한 경로, 경찰 방패에 맞는 순간, 직접 등에 업어 차량으로 옮긴 과정 등을 진술했다. 조사는 지난 18일 포항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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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와 경찰 진입

하중근 씨의 고향 선배인 이 아무개씨의 진술을 보면 고인은 이날 경찰이 진입하기 전 집회 대열 맨 앞쪽으로 이동했다. 이씨는 집회 당일 하씨와 말도 주고 받았으며 병원으로 옮겨지기까지 당일 하씨의 동선을 대부분 목격했다. 역시 고인의 고향 선배인 서 아무개씨도 이날 집회가 시작하기전 집회 장소 앞쪽에 있는 성인오락실 방향으로 하씨가 걸어가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2시 시작됐으며 한시간여 뒤인 오후 2시58분께부터 경찰과 시위대는 본격적으로 충돌했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연설이 끝나자 집회 사회자는 “깜짝 놀랄만한 일이 있다”며 “포항건설노조 이지경 위원장을 모시겠다”고 말했다. 당시 이 위원장은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 중이었기 때문에 무전기를 통해 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무대차량 뒤에 있던 (실제 이지경 위원장이 온 것으로 착각한)경찰병력은 “잡아라”라고 소리치면서 맨 앞에 서 있던 노조 가족들을 밀어붙이고 집회 대열 안으로 진입했다.

방패로 뒷머리 맞아…경찰병력에 둘러싸여

이 때, 포항건설노조 조합원인 김 아무개씨는 시위대 앞쪽인 성인오락실 앞에서 집회 상황을 구경하다가 뛰어 나온 전경이 집회참가자 중 한 명의 머리 뒷부분을 가격하는 것과 그 참가자가 앞으로 쓰러진 것을 목격했다. 그 집회 참가자는 기어서 나오려고 했지만 뒤이어 진입한 경찰병력에 둘러싸여 5분정도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김씨는 진술했다. 김씨의 시야에서 하씨가 사라진 이 5분여간에 하씨가 방패나 소화기, 발길질 등으로 경찰에 집단구타 당했을 것으로 진상조사단은 분석하고 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취재기자들에 따르면 오후 2시58분에 갑자기 진입한 경찰은 시위대와 충돌하다가 3시4분께에 뒤로 물러나 정렬했다. 이때 김씨는 갓길에 주차된 차량 옆에서 방패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던 그 사람이 부축을 받아 업혀 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앞서 하중근씨가 집회 대열 앞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목격했던 고향선배 이씨도 경찰이 물러난 뒤 공중전화 박스 부근 갓길에 세워진 차량 옆에서 누군가가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하중근씨를 부축해 세우는 것을 목격했다. 이씨는 당시 “중근아”라고 소리쳤으며, 하씨가 쓰고 있던 손수건이 떨어지자 다른 고향후배에게 줍도록 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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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물러난 뒤 쓰러진 채 발견

역시 성인오락실 부근에서 집회를 구경하던 홍 아무개씨는 경찰이 진입했다가 물러난 뒤, 경찰들이 자기들 대열 속에서 조합원 한명을 데리고 와 손을 놓자 그 조합원이 길바닥에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리고 자신도 경찰 방패에 머리와 손을 찍혀 하중근 조합원과 함께 1톤 트럭을 타고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고인과 형동생하며 지내던 김 아무개씨, 하씨와 같은 분회 소속으로 분대장이었던 최 아무개씨, 울산플랜트노조 조합원인 강 아무개씨가 갓길 차량에 기대어 쓰러져 있던 고인을 목격했다.

고인을 차량까지 옮긴 사람은 금속노조 조합원인 안 아무개씨다. 그는 경찰이 갑자기 들이닥치자 30여미터 정도 도망을 치다가 뒤돌아 봤을 때 갓길에 주차된 차량 옆에 기대어 쓰러진 하씨를 발견하고 등에 업어 트럭까지 실어다 줬다. 안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직접 참가해 “하씨를 처음 부축했을 때는 혼자 서 있을 만한 기운도 없어 등에 업었다”며 “트럭에 데려다 주고 난 뒤 내가 입고 있던 우의와 모자에는 피가 흥건히 묻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해 봤을 때 집회 대열 앞부분에 있던 하씨가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 방패에 머리 뒤를 맞아 앞으로 쓰러져 집단구타 당했으며, 갓길에 세워져 있던 차량에 기대어 있다가 업혀서 트럭으로 이동한 뒤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것이 진상조사단 결론이다. 특히 국과수 부검 결과 발표대로 “넘어져서 머리가 다쳤다”는 말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은 없다는 주장이다.

진상조사단은 “백보 양보해 국과수 발표대로 고인이 넘어져서 사망했든, 집단폭행으로 사망했든 경찰의 폭력진압에 의해 사망했다는 것이 분명한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넘어져야만 머리를 다치나”
진상조사단, 국과수 발표 반박…“구타에 의한 가능성 우선 고려해야”
지난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고 하중근씨 부검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국과수 발표는 뒷머리 양쪽 출혈 등 5군데의 외상과 머리부분 손상에 따른 사망 등, 앞서 3일 발표된 진상조사단 발표와 비교해 고인의 주요 상처 부분과 사망원인은 동일하다. 하지만 법의학적 견해는 다르다.

당시 국과수는 “변사자에게 보이는 두부손상은 직접적인 가격보다는 전도에 의해(넘어져서) 형성됐을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통상 단순하게 넘어져서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만은 어렵다”며 애매모호하게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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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단은 24일 기자회견에서 “국과수 발표는 완전히 다른 상반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며 국과수 부검결과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진상조사단의 김혁주 녹색병원 신경외과 과장은 “국과수는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인 대측충격손상(상처의 반대 부분에 일어난 골절과 손상)에 대해 ‘넘어지면서 관찰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지만, 대측충격손상은 넘어지면서만 발생할 수 있다고 서술한 의학책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국과수 발표대로 넘어져서 왼쪽 머리에 상처가 생겼다면 상처 주위의 귓부분 등 다른 부분에도 상처가 있어야 하지만 왼쪽 머리부분에는 뭔가에 가격당한 상처 외에 긁힘 등의 흔적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김혁주 과장은 또 “5군데의 다발성 외상은 하중근 조합원이 소화기, 방패, 발길질, 주먹 등을 이용해 집단구타를 당했을 가능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과수와 진상조사단 발표가 일치하고 있는 갈비뼈 골절에 대해서도 김혁주 과장은 구타에 의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과장은 “골절된 갈비뼈 부분은 보통 양 팔에 의해 가려지는 부분”이라며 “환자가 머리를 다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상태에서 발길질이나 주먹질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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