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제100차 국제노동총회에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에 관한 협약 (Convention Concerning Decent Work for Domestic Workers, Convention. No. 189, 이하 가사노동협약)”과 이 협약의 적용에 대한 지침이 포함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에 관한 권고안 (Recommendation Concerning Decent Work for Domestic Workers, Convention, Recommendation No. 201, 이하 권고안)”이 함께 통과되었다. ILO의 협약은 2개국 이상이 비준을 해야 하며, 2개국이 비준을 하면 비준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후 효력이 발생한다. 비준을 한 경우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되므로, 한국이 비준을 하려 한다면 우선 관련 노동법에 대한 개정 또는 독립된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현행 국내법과의 조율이 선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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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 ILO 뉴델리 지부에서 가사노동자의 질 좋은 일자리(decent work) 증진을 위해 개최한 사진전 작품 – 약 4천 명의 가사노동자들이 모여 일과 삶에서의 존엄성을 요구하고 있다. 

§ 협약의 주요 내용 

가사노동협약은 전체 27개의 조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문의 주요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협약 제1조는 가사노동과 가사노동자를 정의하고 있다. 조문에 따르면 가사노동이란 “가구 (혹은 여러 가구들) 내에서 수행되는 또는 가구(혹은 여러 가구들)를 위해서 수행되는 노동”이다. “가사노동자”는 고용관계 속에서 가사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정의되는데,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가끔 또는 산발적으로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사람은 가사노동자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협약의 제3조는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의 인정, 강제 노동 금지, 아동 노동 금지, 차별 금지 등을 명시했으며, 제4조에서는 18세 이하의 가사노동자에게 교육 받을 기회를 줄 것을 명시하고 있다. 협약 제5조는 학대, 괴롭힘, 폭력으로부터 가사노동자를 보호할 것을, 제6조에서는 가사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등이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제7조는 가사노동자들이 고용과 관련한 조건들을 고지받고 서면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정했으며, 제8조에서는 이주 가사노동자의 권리에 관해, 제9조에서는 가구 내에 거주하는 가사노동자의 권리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협약 제 10조는 노동시간, 연장노동수당, 휴게시간과 주휴 및 유급연차휴가에 대해 가사노동자와 일반 노동자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하며, 주휴는 적어도 24시간의 연속된 휴게시간이 되어야 하고,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협약 제11조는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12조는 임금의 지급방법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협약 제13조는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제14조는 출산을 포함한 사회보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협약 제15조는 직업소개소의 폭력적인 관행으로부터 가사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며, 제16조는 재판 등 분쟁해결 절차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할 것을, 제17조는 가사노동자들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접근가능한 신고제도와 방법을 마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 전 세계 가사노동자 현황

ILO에서 가사노동자에 관해 5편의 시리즈로 발간한 정책요약집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약 5,260만 명, 전 세계 임금 노동자의 약 3.6%정도가 가사노동자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사노동자의 약 83% (약4,360만 명)는 여성으로, 이는 전 세계 여성임금노동자의 약 7.5%를 차지한다. 특히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경우 여성 임금노동자의 26.6%가 가사노동자이다. 전 세계 가사노동자 중 42.5%는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며, 56.6%는 법정노동시간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44.8%는 일주일 중 단 하루의 휴일 (24시간 이상 연속적인 휴식)도 보장받지 못한다. 여성 가사노동자의 35.9%는 출산휴가에 대한 법적 권리가 없고, 39.6%는 출산휴가 중 임금보전이 되지 않는다. 이 밖에도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일하는 특성상 사생활 침해, 폭언 및 폭력 등을 포함한 비인간적인 대우에 시달리고 있으며, 휴일이 보장되지 않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피로, 스트레스 및 우울증 등의 정신 건강 문제, 안전사고의 문제 등 일과 관련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    

§ 국내 가사노동자 현황

공식통계에 잡히는 국내의 가사 및 육아 도우미 노동자 규모는 2011년 1/4분기 기준으로 약 20만 명이다. 이는 통계청에서 분기별로 실시하는 지역별 고용조사에 근거한 것으로, 2008년 같은 조사에서 약 26만 명이던 것이 2009년 22만 명, 2010년 19만 5천명으로 감소했다가 2011년에 약간 증가한 것으로, 이들의 절대 다수는 여성이다 (표 참조). 지역별고용조사는 국내에 거주하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이들 중 외국인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제시하지 않는다. 한편 가사 및 육아도우미 외에도 가사노동자의 범주에 포함되는 노인이나 환자를 돌보는 일, 산후도우미, 정원 관리, 주택 경비, 가족의 운전기사, 애완동물 관리 등의 일을 하는 노동자의 규모는 따로 파악할 수 있는 마땅한 통계가 없어, 실제 국내 가사노동자의 규모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대략 30~6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2008 

2009 

2010 

2011 – 1/4분기 

전체

256 

220 

195 

201 

남성 

여성 

252 

217 

192 

198 

표.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른 ‘가사 및 육아 도우미’ 노동자의 규모 (단위: 천명)

앞서 전 세계 가사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잠시 살펴보았지만, 국내 가사노동자의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의 가사노동자들은 노동법 적용 예외대상으로 명시되어 있다. 가사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근로자의 퇴직급여보장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시행령,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하자면, 국내 노동법은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사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아도 노동조건이 열악해도 부당한 대우에 시달려도 합법적으로 노조를 만들어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할 수가 없다. 
한국은 ILO 총회의 가사노동협약에 관한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지만, 협약의 비준과 관련한 정부 입장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가사노동협약의 기본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관련 법 개정과 비준 등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만일 정부가 협약에 대해 원칙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이 진심이라면, ILO  가사노동자협약 통과에 맞춰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가사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도록 관련법령을 즉시 제·개정하고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 특히 가사노동자들이 직면해 있는 직업소개소의 불공정한 계약과 임금착취문제, 이주 가사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노동기본권 보장 등의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가사노동을 공식노동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