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더위가 심상치 않습니다. 엄청난 추위로 고생했던 지난 겨울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부터 더위와의 싸움입니다. 많은 이들이 지구 종말설에 미혹될 만도 합니다. 하늘을 원망해보기도 하지만, 정작 지구를 위험에 처하게 만든 것은 ‘사람’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코스모스』로 널리 알려진 우주과학자 칼 세이건 (Carl Sagan)은 『Billions and Billions』(한국어판 『에필로그』)에서 냉전 시대에 스타워즈를 꿈꾸던 미국과 소련의 호들갑스러운 우주개발에 대해 쓴 소리를 합니다. “악의에 찬 외계인이라도 지구를 침공할 동기가 있을 거 같지는 않다. 아마도 그들은 사전 조사 후에,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지구인 스스로 자멸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우리는 위험에 처해 있다. 외계 침략자도 필요 없다. 이미 우리 스스로 충분한 위험을 만들어냈다”

3월 초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뒤이은 핵발전소의 대재앙은 과학기술의 불확실성, ‘개발’의 의미, 위험의 불평등한 분포에 대해 많은 고민거리를 남겨주었습니다. 사건은 현재진행형이지만, 한국사회의 관심은 눈에 띄게 저조해졌습니다. 은 이 문제를 노동과 건강의 관점에서 차분하게 조명해보려 했습니다. 에서는 “핵발전과 노동자 건강”이라는 제목으로 일본 핵발전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 후쿠시마 사건의 잠재적인 건강영향, 국내 핵발전 종사 노동자의 실태, 그리고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대안적 전략들을 소개했습니다. 이어서 에서 후쿠시마 현장을 다녀온 일본 출신 활동가 스즈키 아키라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또한 코너를 통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전후 일본사회의 동향도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분주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4대강 사업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랐고, 4월 산재노동자 추모의 달을 맞아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조금이나마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국제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을 기념하여 노동건강연대와 『프레시안』은 “복지 담론 속 숨겨진 죽음”이라는 공동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호에는 당시의 연속기고를 다시 실어, 기사를 놓쳤던 독자 분들이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코너를 통해, [2011 보건의료 진보포럼] 좌담회에 참여했던 산재보험 사각지대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소개했습니다. 이 날 듣게 된 요양보호 노동자의 이야기는 에 소개된 미국 캘리포니아 간병 노동자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회변화에 따른 일자리의 변화, 그로부터 발생하는 노동자 건강 문제가 단지 한국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님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또한 에서는 입증책임을 노동자에게 부여하는 현행 산재보험 제도에 대한 새내기 법무사의 고민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산업재해, 산재보험과 관련된 행사와 토론회가 유독 많았던 4월이었기에, 코너에서는 2011 살인기업 시상식을 비롯하여 산재보험 개혁을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 등 노동건강연대의 활동 소식들을 빠짐없이 간추렸습니다.

이번 호부터 연재가 시작된 에서는 직업의학 전문의와 노동자들이 만나는 공간인 진료실,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상사들을 소개하고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흔쾌히 연재를 결심해 준 이화평 노동건강연대 회원을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에서는 매일 도시와 농촌을 오가는 반농/반도의 장거리 통근족이 경험하는 일상이 그려집니다.  에서는 TV 인기프로그램 “1박 2일”을 통해 생각하게 된 이주노동자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다시금 되짚어 봅니다. 그리고 코너에서는 지난 겨울과 봄을 뜨겁게 달구었던 중동 지역 민주화 운동 상황에서 이집트 노동자들의 투쟁을 소개했고, 지난 호에서 소개했던 방글라데시와 미국 위스콘신 노동자 투쟁 소식의 후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2011년 에서는 좀 더 도전적이면서 일관되고 끈질긴 문제제기를 담아보겠다고 결심한 게 엊그제 같은데, 올해도 벌써 반이 지나갔습니다. 결심을 이뤄갈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 비판, 그리고 새로운 문제의식을 기대합니다.

20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