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린다 델프 (Linda Delp), 카를 문테이너 (Carles Muntaner)

? 논문제목 : 캘리포니아 주 방문 간병노동자의 정치?경제적 상황 (The political and economic context of home care work in California)

? 출처 : 뉴솔루션즈 (New Solutions) 2010년 20호 (4권) 441-64쪽

노동자안전보건과 환경문제를 실천적 관점에서 다루는 학술지 2010년 20호에 실린 “캘리포니아 주 방문 간병노동자들의 정치?경제적 상황” 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노인 인구가 점차적으로 증가하면서, 가정에 있는 노인 환자들을 돌보는 간병노동자의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방문 간병노동자들은 주로 여성이며, 저임금과 스트레스가 심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논문은 밝히고 있다.

이 논문은 특별히 캘리포니아 주의 방문 간병서비스 프로그램 (IHSS In-Home Supportive Services)을 다루고 있다. 이는 주 정부에서 운영하는 공공 방문간병서비스로 약 45만 명의 저소득층 노인 환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30만 명 이상의 간병노동자가 서비스 제공에 참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 서비스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간병노동자들은 주로 여성이었으며, 최저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 일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설립되면서 건강보험 가입과 임금 상승이 이어졌다. 그런데 최근 공공 보건서비스에 투입되는 예산이 삭감되면서, 간병노동자와 간병 서비스를 받는 저소득층 노인 환자들의 상황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

간병노동자들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할 뿐 아니라, 교통비나 초과근무수당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며,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일하는 간병노동자와 비교해 임금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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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간병 노동조합원들의 모습 (출처: http://www.cuhw.org/)

다음은 본 연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 캘리포니아 주 방문 간병노동자들의 인구학적 분포

본 연구는 간병노동자 4,530명에 대한 전화설문조사와 6개 초점집단에 대한 면접조사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간병노동자들의 특징과 업무환경,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와 대처방안 등에 대한 조사가 시행되었다.

간병노동자의 86%가 여성이었으며, 히스패닉계가 45%로 절반을, 흑인이 32%, 백인이 23%를 차지했다. 평균 연령은 52세로 기혼자가 대부분이었다. 여성 간병노동자는 남성에 비해 교육수준이 낮았으며 수입도 적었고 히스패닉 계 미국인과 이민자의 비율이 높았다. 대부분 부양가족이 있었으며, 가족에서 유일한 수입원인 경우가 많았다.

전형적인 사례로 소개된 한 간병노동자는 근무경력이 14년이었으며, 몸이 아픈 자신의 아들과 다른 두 명의 환자들의 간병을 맡고 있었다. 남편이 있으나 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있어서 가족의 수입원은 자신이 유일하며, 본인도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간병노동자들은 업무 관련 스트레스에 대한 질문에, 몸이 아픈 중환자들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서 오는 신체적?감정적인 부담, 업무와 가사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바쁜 일정, 낮은 임금과 자신의 건강 문제 등이 주된 것이라고 답했다.

? 방문 간병노동자들이 겪는 신체적, 감정적 부담감

간병서비스를 제공받는 환자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환자를 들어 올리거나, 부축하여 걷거나, 목욕을 시키거나 하는 등 여러 동작에서 간병노동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또한 음식준비, 빨래, 청소 등의 가사 노동도 간병 노동자의 몫이었다. 학대받거나 모욕을 당하는 간병노동자는 많지 않았으나, 이러한 상황에 처한 경우에는 우울증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앞에서 감정을 참아야 하는 스트레스도 흔했다. 심리적인 탈진부터, 요통 등의 신체적 불편감, 가정 방문의 특성상 개에게 물리는 사고까지 다양한 건강문제를 호소했다. 면접조사에서 간병노동자들은 중한 질환을 앓고 있거나 통증이 심하거나 죽음에 임박한 환자들을 간병할 때 신체적, 감정적 부담감이 특히 크다고 했다. 또한 (특히 사랑하는 가족들이) 사망하거나, 환자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을 때 고통스럽다고 했다.

면접조사에서 일곱 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는 6년 경력의 간병노동자는 업무 중 과중한 신체적 부담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하루는 너무 힘들게 일해서 두 손 힘줄에 모두 염증이 생겼어요. 한 손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는 말도 못하게 많구요. 아무튼 그 때는 너무 심해서 젓가락도 들 수가 없었어요. 지금은 알레르기 비염이 심한데, 매일 소독약을 많이 쓰기 때문인 것 같아요. 눈도 시려서 안약을 매일 달고 살아요.”

또한 환자를 들어 올리거나 가사노동을 하다가 허리를 다치는 상황도 흔히 일어나고 있다. 간병노동자들의 신체적?감정적 부담감은 근무시간, 임금과 건강보험 가입 수준에 따라 더 심해질 수도, 개선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업무 일정, 경제적 요인, 건강과 관련된 스트레스

업무 일정과 관련된 스트레스는 돌보는 환자 수, 주당 근무시간, 주당 근무일, 수당을 지급받지 못한 초과근로시간 등과 관련이 있다. 간병노동자의 77%가 한 명의 환자만 돌보고 있었다. 초점집단면접 참가자들은 한 명 또는 두 명의 환자만 돌보기를 선호했으나,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더 많은 환자를 간병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간병노동자는 자기 아들을 간병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두 명의 환자를 더 돌보고 있었는데, 이는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 정도의 근무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간병근무 조건 상 업무로 인한 피로를 회복할 수 있는 휴일을 가질 수 없는 점이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간병노동자들은 1주일에 평균 6.3일, 주당 34시간을 근무했다.

대부분의 간병노동자들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다. 평균 가계소득은 연간 10,720달러 (연간 1,200만원, 월 100만원 수준) 정도에 불과하다. 간병노동자의 47%가 임금 수준이 기본적인 생활비용도 충당하지 못할 정도로 적다고 답했다.

간병노동자의 77%가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나, 40%의 간병노동자는 경제적인 문제로 지난 1년 동안 의사의 진찰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초점집단면접에서 간병노동자들은 환자를 돌보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이 아플 때는 진찰을 받지 못하는 모순된 상황을 언급했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주지사가 공공 간병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예산을 줄이려 한다는 소식에 간병노동자들의 대부분은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상황을 걱정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간병노동자는 건강보험을 잃게 되면, 비용이 너무 비싸서 당뇨약을 먹을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 업무조절권한, 가족과 친구의 지원, 노동조합의 역할

간병노동자들의 업무조절권한은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나, 인종과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었다. 여성과 히스패닉계의 업무조절권한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간병노동자의 54%가 실업과 직업의 불안정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이는 여성과 히스패닉계 간병노동자가 학력수준이 낮고 이민자가 많으며 평균 나이가 많은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간병노동자들은 배우자, 친구와 친척이 개인고민을 들어주고, 일이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답하였다. 히스패닉계가 백인이나 흑인에 비하여 가족과 친구로부터 받는 지원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97%의 간병노동자들이 노조 가입이 어느 정도, 또는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노조 가입이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흑인은 82%였으나 히스패닉은 30%에 불과했다. 이는 흑인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미국 노조의 역사성, 히스패닉은 자신의 가족을 돌보는 간병노동자의 비율이 높은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초점집단면접에서 간병노동자들은 노조가 임금 체불 대책 마련, 강좌를 통한 감정적 지원, 푸드뱅크 등을 통한 물질적 지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노조 설립 이전에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으나, 최근에는 노조의 활동이 자신들의 존엄성을 되찾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답하였다.

? 연구 결과에 대한 고찰

본 연구에서 캘리포니아 주 간병노동자는 주로 중년의 유색인종 여성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으며 이민자가 많다고 보고했다. 간병노동자의 계층과 성별에 대한 사회적 제약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건강과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

최근 주정부가 간병관련 복지예산을 삭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환자에게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회운동과 노조 조직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간병노동자는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많은 업무를 수행하며, 업무관련 손상의 위험도가 높고, 자신의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 병원에 갈 수 있는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다. 전통적으로 가정 간병 서비스는 무급으로 가족들에 의해 수행되는 개인 서비스였다.

업무상 손상과 질병에 대한 예방교육과 장비를 누가 부담하며, 업무상 손상을 입은 노동자를 누가 보상해야 할지에 대해 아직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간병노동자가 아플 때 치료해주는 제도, 대체 근무 인력 제공, 환자 수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건강보험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

가정방문 간병노동의 근무환경을 위한 정책적 접근이 부족한 이유는, 임금을 받지 않는 사적 영역이었던 가사 노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정방문 간병노동자의 문제는 성차별, 인종, 이주민의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어려운 주제라 할 수 있다. 

간병노동자가 겪는 업무 스트레스를 성별, 인종, 이민 등의 특성으로 구분하는 연구가 더 필요하며, 업무스트레스가 이들 간병노동자에게 주는 영향의 차이를 보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 방문 간병노동자의 대변인으로서 노조의 역할

본 연구는 노조의 역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가정방문 간병노동자 노조는 “우리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노동자가 아니다 (Invisible No More)”라는 슬로건 아래 간병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존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노조는 여성, 유색인종, 이민자가 자신의 생활과 업무조건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없었던 역사적 현실을 인식하고 이들을 대변하는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방문 간병서비스 프로그램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자신의 가족 중 한 명을 간병노동자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간병노동자와 환자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간병노동자와 환자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주정부의 예산 삭감 정책에 맞서고, 업무조건과 간병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연구는 한국의 간병제도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면서 전통적으로 가족이 무급으로 수행해왔던 가정 간병 노동이 공적보험을 재원으로 하는 유급 노동으로 공적인 사회적 경제체계에 편입되었다. 한국도 캘리포니아 주와 유사하게 환자가 자신의 가족을 간병노동자로 선택할 수 있다.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간병노동의 업무환경과 서비스 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