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보건의료진보포럼 – 한국 보건의료, 이것이 최선입니까?] 행사 가운에 “무상의료와 노동 – 한국 노동자의 삶과 노동” 좌담회에 함께 해주신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 일시 : 2011. 3. 19

? 장소 : (전) 서울대 보건대학원 108호

? 사회 : 이상윤 /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

? 발표 : 김혜정 / 서울대병원노동자 (간호사)

          이건복 / 요양보호사

          김현 / 퀵서비스노동자

          황호인 / 대우자동차사내하청노동자

? 정리 :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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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좌담회 모습

? 사회 : 먼저 임금수준을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한국은 전체 고용 중 저소득 노동자가 25%를 차지한다. 미국보다 많은 비율이다. 노동자 평균 임금의 2/3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전체의 1/4이라는 건 굉장히 높은 비율이다. 여성노동자, 나이든 노동자, 젊은 노동자, 학력이 낮은 노동자, 비정규직이거나 서비스 직종, 가장이 아니거나 파트타임일 경우에 저임금일 가능성이 높다. 저소득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 노동이 가져가는 비율이 낮다. 노동에게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제조업만 보면 20년 사이에 자본이 가져가는 비율이 더 늘어났다. 법정최저임금 미달자가 11.5%라고 한다. 최저임금이 평균임금 대비 32%밖에 안 주는 것인데도 말이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를 제외하고 가장 불평등이 심한 나라가 되고 있다.

? 황호인 : 임금차이가 정규직과 많이 나긴 나는데, 비정규직이라 해도 대공장 사내하청은 (비교적) 많이 가져가는 축에 속한다. 죄송하다. 시급은 최저임금에서 얼마 차이 안 난다. 대공장이다 보니 상여금이 좀 많고, 대공장이 임단협 끝나고 나면 성과급도 정규직의 절반, 명절이나 휴가 때 상품권이 나오기도 한다.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항상 절반이다. 금속노조 조합원이지만 정규직노동자 위주로 단협을 하기 때문에 사내하청이 단협을 맺어본 적이 없다. 조합에 가입하면 해고하거나 탈퇴 공작을 하고, 노조와 단협을 하면 업체가 폐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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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황호인 노동자의 발언 모습 

? 사회 : 임금을 노동자사이에 비교하지 말고, 자본과 노동의 비율을 보자.

? 김현 : 수입은 저희가 가장 많다. 비정규직도 아니고 정규직도 아니다.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월매출 700만 원까지 간다. 유류비, 장비, 오토바이, PDA를 본인이 사야 하고 700만 원 매출 올리면 기름값, 회사수수료만 해도 400만원이다. 통신비, 식비, 오토바이 수리비도 들어간다. 노동조합이 조사해보니 10만원 벌면 47,500원을 가져간다고 한다. 실제로는 그조차도 안 된다. 매출의 65%가 나간다. 특수고용이다 보니까 4대보험은 희망사항이고, 산재는커녕 상해보험도 안 된다. 타워크레인이 위험1등급인데 퀵서비스가 그 위에 있다.

? 이건복 : 요양보호사를 아시나요. 치매나 중증노인에게 서비스하는 일인데 재가요양과 시설요양이 있다. 저는 재가요양을 했다. 광진구에 있는 사회적 기업인데, 시급 7천원에 4대보험, 퇴직금 되고 상여금은 없다. 아까 상여금 얘기 들으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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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토론자로 참여한 보건의료 노동자들 (파일 이름: 이야기_그림3.jpg)

? 김혜정 : 이런 자리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노동자 현실이 많이 개선되면 좋겠다. 잘 살면 건강하다고 들었다. 맞는 것 같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도쿄사람들 위한 발전소인데 후쿠시마가 고통당하고 있다. 강남보다 강북사람이 못 살고, 병원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이가 크다. 자본가가 얼마나 가져가는지 공개되지가 않아서 얼마 받는지 궁금한 적도 없다. 내 임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가져가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들은 얘기로는 13년차에 3교대하는 나보다 13년차 금융인, 교사가 더 많이 받는다. 의사들한테 돈 벌어라 시키고 있다. 평가지표 만들어서 성과급을 주는데. 교수 중에 어린교수가 한 달에 2천만 원을 받고 흉부외과 의사는 한 달에 9천만 원 받기도 한다. 제가 세금 떼고 280만 원을 받는다. 제 월급의 1/3을 받는 분, 반 받는 분도 있다. 최저임금 받는 분 많다. 하청하시는 분들, 청소, 시설관리, 주차관리 하는 분들이다. 병원 시설관리 쪽에 청소하는 분들이 환자이송 할 때 옷을 달라고 했는데 해고되었다.

? 사회 : 지엠 대우가 어려웠는데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자본에 양보한 과정이 있었다. 최근 자본과 노동의 양상이 변화되었나?

? 황호인 : 대우자동차에서 지엠 대우로 바뀔 때 1천 7백 명 정리해고 됐다. 지엠이 요구해서. 단체협약이 노동자에게 유리한 형태로 되어 있었지만 지엠이 초기 인수했을 때, 기업이미지를 정상화하려고 했다. 노동자들이 자본압박을 많이 받는다. 무조건 양보해 달라고 한다. 단협도 후퇴하고 노동 강도도 세졌다. 노동자들이 돈을 버는 건 잔업, 특근으로 버는 건데, 기본 8시간 일해서는 돈을 못 번다. 엠이 인수했을 초기에만 해도 잔업특근이 없었다. 지엠 판매량이 늘면서, 대우자동차 시절에는 비정규직이 거의 없었는데, 1천 7백 명 빈자리에 비정규직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2006년 2공장이 정상화되면서 비정규직이 대규모로, 2천 3백 명이 들어왔다. 정규직으로 뽑아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서 정규직노조와 합의해서 비정규직을 받았다. 공장이 정말 잘 돌았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오면서 지엠 미국시장이 죽고 한국 지엠도 여파를 받았다. 공장 가동을 멈추기 시작했다. 절반은 휴업에 들어가고 잔업특근 없애고 위기를 조성했다. 정리해고 안 하려면 비정규직이 나가야 한다는 거다. 정규직 노조가 고용안정 확약서를 쓰고 비정규직 천 명을 해고했다. 자본은 고용을 문제로 불안하게 하면서 이윤은 똑같이 가져간다.

? 사회 : 이윤은 계속 나는데, 주주 투자자는 계속 가져가고, 노동자는 잘리고, 임금은 줄어든다. 퀵서비스, 요양보호사는 오래된 서비스가 아니다. 이 직업에 들어온 이유를 물어도 될까?

? 김현 : 퀵서비스 일을 한지 20년이 넘었다. 그 전에는 퀵서비스란 말이 없었고 용역이라 했다. 원래 화물차 운전기사였다, IMF 무렵에 대형사고가 났다. 다시 일어날 수가 없어 시작한 게 퀵서비스 일이다. IMF 때 벌이가 괜찮았다. 화물사고 나면서 3억 원 빚을 졌는데 퀵서비스하면서, 새벽에 야채배달 하면서 3억을 갚았다. 그때는 하루 20시간 일했다. 지금도 하루 18시간 일한다. 갈수록 경기가 안 좋아서 화물 일을 다시 할 수도 없고.

? 이건복 : 전형적인 저소득층으로 살다가 조금 도움이 될까 해서 16년 전 병원 간병을 시작했다. 간병이 참 어렵다. 24시간 간병을 하면 일주일에 하루, 24시간 쉰다. 집을 비우니까 어렵다. 은행구내식당에서 밥도 해보고, 치킨도 해봤다. 일을 조금씩만 하는 게 없을까 벼룩시장을 뒤지다가 저소득층, 정부 보조받는 분들 자활사업을 알게 됐다. 자연스럽게 2008년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했다.

? 사회 : 나이 50, 60이 되셔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어떤 일거리가 있었나?

? 이건복 : 제가 여기서 7년차인데, 벼룩시장 보니 딱 한 가지, 청소용역 일을 할 수 있었다. 50대 초반인데 나이 많다고 딱지 맞았다. 요양보호사는 급여는 적었지만 일할 곳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월 급여 60만원이 안됐다.

? 사회 : 임금 조건 말씀을 들어 봤는데, 한국노동자 노동시간과 삶의 질이 연관되어 있다. 하루 8시간 일해서는 기본급이 안 되니까 노동시간을 강제하게 된다. 거의 모든 시간을 일에 매달린다. 근속연수도 초단기다. 처음 직장 임금이 가장 높고, 점점 임금이 낮은 쪽으로 직업이 변한다. 정부가 육아휴직에 쓰는 돈이 적으면 적을수록 여성의 직업 참여율이 낮다. 삶의 질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5점 정도 된다. 사회활동하고, 친구 만날 시간이 없다.

? 김현 : 하루 18시간 일하는데, 명절 당일도 쉬지 않는다. 쉬는 날을 정하는 건 자기 마음이다. 요즘은 퀵이 일감이 많이 없는 때다. 아침 6시나 7시에 출근한다. 시스템이, 집에서 오다받고 시작한다. 하루에 처리하는 게, 18시간 일한다고 할 때, 많이 해야 20건이다. 저는 13건 한다. 9시간은 오토바이를 타고, 나머지 9시간은 PDA 쳐다보면서… 0.1초 차이로 좋은 일거리를 놓칠까봐 밥 먹을 때도 쳐다본다. 퀵서비스 노동자가 서울, 경기에 8만이 있다고 한다. 내가 일하는 네크워크 그룹도 600개 기업이 공유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이 한 사무실에 20명만 있다고 해도, 강남에만 3천명이 있다는 얘기다. 3천대 1의 경쟁이다. PDA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이 제일 힘들다. 처음 시작할 때 강남에 앉아서 6시간 동안 한건도 못 찍고 포기하고 집에 간 적도 있다. 일하는 시간은 길고, 수입은 적고, 기사들 경쟁시켜서 스스로 알아서 경쟁하게 만든다. 호홉기도 나빠지고 시력도 빨리 나빠진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시력이 안 좋아져 수입이 줄어든다. 동작도 빠르지 않아서 경력자 우대 같은 게 없는 일이다.

? 황호인 : 퀵서비스나 청소용역 얘기를 들어보면 밥 먹을 시간도, 공간이 없이 일하신다. 우리는 두 시간 일하고 10분 쉬고, 밥도 먹는다. (웃음) 기본 8시간에, 잔업 2시간을 일하고 주야맞교대 일한다. 주야근무가 신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생명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야간노동을 없애기 위해서 주간연속 2교대를 추진하고 있다. 밤에는 잠을 자고 휴일에는 쉴 수 있는 제도를 추진하는데, 만만치 않다. 8시간 근무해서 어려우니까. 정규직이 연봉 5-6천만 원을 받아도, 아이 교육 문제 등 어렵기 때문에 잔업특근에 민감하다. 비정규직은 정규직 5명이 하는 일을 3-4명이 하니까, 노동 강도가 세다. 조장이나 여유인력이 일손을 채우는데 비정규는 여유인력이 없어서 무조건 출근해야 한다. 경조사 가면 밉보인다. 잘릴 수 있기 때문에 노는 날 쉬고 싶어도 무조건 특근한다. 공장이 쉬지 않는 이상 법은 휴일을 보장해도 비정규직은 일을 안 하면 계약해지 당한다. 서로가 특근 경쟁하면서 얽매인다. 서럽다. 기계에 매달려서만 일해야 한다. 인간성도 없어지는 것 같다. 8시간만 일하면 정규직도 신문배달하고 알바 나간다. 비정규직에게 8시간 일하라 하면 최저임금이다. 공장은 24시간 돌리려고 하니까 노동자랑 서로 맞는 거다. 생활임금 수준 받으면 일 못 한다. 고리가 안 끊어지는 이상 힘들다.

? 사회 : 제조업의 월급시스템이 기본급이 너무 작게 책정되어 있고, 일한 시간에 비례해서 받아가도록 하니까 장시간 노동을 피할 수가 없다. 병원 일터는 어떤가?

? 김혜정 :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있다. 용역은 아니고, 병원이 직고용한 비정규직들이다. 정규직보다 노동시간이 길다. 간호사들은 3교대하는데, 8시간 근무라고 하는데 10시간씩 일한다. 신규간호사들은 너무 힘들어서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근무시간이 몇 시간이냐고 가족이 전화하기도 한다. 노동시간은 길어지고, 조건이 안 좋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얘기할 시간도 없고 부서에서 휴가, 교육 가려면 눈치 보인다.

? 이건복 : 8시간 일을 했으면 좋겠다. 두 집에서 4시간씩 8시간을 일해야 하는데 요양보호사가 100만 명이 배출됐다. 일하는 사람은 20만 명이라고 하는데. 요양대상자는 적은데 제공자는 많다보니 경쟁하고, 대상자를 빼가기도 한다. 일거리가 없다보니 하루 8시간 일하는 사람은 얼마 안 되고 하루 4시간 일하는 사람이 많다.

? 사회 : 삶과 건강의 문제를 이야기해보자. 노동조건은 다 다른데 공통점은 일하다 다칠 위험이 높은 직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산재보험 신청은 어려운 직종이다. 산재보험은 법으로는 비정규직도 적용받는데 보험신청은 못한다. 건강위험도 높고 사고위험도 높다.

? 이건복 : 요양보호 일을 하기 전에는 부상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 오른쪽 어깨에 부상이 왔다. 환자마다 특징에 따라, 같은 부위를 계속 쓴다. 침상에 누운 채로 모든 생활을 하는 사람들 위해서 청소, 빨래, 장보기, 세탁을 다 해야 하고, 목욕, 식사, 욕창관리도 해야 한다. 오른쪽 어깨 인대가 손상돼서 산재신청을 했는데 실패했다. 여성 나이 50대 후반에는 이 일을 안 해도 손상된다면서. 전문의사가 이렇게 말했다. 산재를 진행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요양보호사로 산재신청해보는 사람이 내가 처음이니까 끝까지 진행해봤다.

? 김현 : 산재는, 저희는 평생 가져가야 한다. 일을 하면서 다치는 부위가 많다. 급차선 변경하는 차를 피하려다 혼자 넘어졌는데 일을 못하고 쉬었다. 싣고 다니는 물건이나 학생 태우고 가다 사고가 갈 때는, 운전자는 안 되고 물건과 학생만 보험이 된다. 오토바이 사고 나면 어떤 보험도 안 된다. 운전하다 다쳐서 병원가면 다른 일로 다쳤다고 거짓말해야 치료받을 수 있는 현실이다. 상해보험도 배제되고, 어떤 보험도 들 수 없는데 산재보험 되면 정말 좋겠다. 1-2년 안에 될 것 같지는 않지만 계속 싸워보려고 한다. 병원 가려면 걸어가다 넘어졌다, 자전거 타다가 다쳤다고 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5일제 시행 전에는 사고가 별로 없었고, 사고율도 낮았다. 마음이 느긋했다. 하루 8시간 노동 얘기 들으면 가슴이 철렁철렁한다. 노동시간이 길어야 우리 벌이가 되는데. 비정규철폐 외치지만 비정규직 늘어나면서 우리 벌이가 유지되는 거다. 정규직이 하루 8시간 주 5일 일하면, 우리는 수수료 떼고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번다.

? 황호인 : 제조업은 대공장이라서 4대보험 가입은 되어 있지만 보험을 이용하는 데는 제약이 있다. 자동차 공장은 근골격계 직업병, 과로사, 압착, 사망사고도 발생하는데 중대재해는 산재가 되지만 근골격계 직업병이나 과로는 어렵다. 일하는 게 몸을 비틀거나 기어들어가야 한다든가 하는 작업이 많다. 사람이 비트는 게 아니라 차가 돌아야 하는데, 돈이 드니까 작업자가 움직여야 하는 거다. 정규직은 노동조합 힘이 있으니까 산재가 되지만, 비정규직은 전혀 적용이 안 된다. 작업장은 정규직이 조건도 좋고 에어컨도 나오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주고 한다. 비정규직은 춥든 덥든 분진이 나오든 일한다. 사고위험이 높고, 위험요소 많은데도 다치면 잘린다고 보면 된다. 입원하게 되면 여유인력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바로 빈자리를 채운다. 입원하는 순간 사직서 쓰고 나간다. 산재처리 해주는 것도 아니고, 잘 싸우는 사람이 공상 정도 한다. 하청업체는 산재신고 들어가면 업체 계약이 안 된다. 중대재해 일어나면 업체가 통째로 계약 해지된다. 각종 질병도 특수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일반검진 대충 받고 넘어간다.

? 사회 : 조건도 다르고 고용, 노동형태 다른 네 직종을 모시고 얘기를 들었다. 오늘 정규직과 노동조건을 비교하는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우리나라 정규직이 조건이 좋은 게 아니다. 전체적으로 높여야 하는 거다. 무상의료나 보편적 복지 접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임금 외에 의료, 주거, 복지 같은 사회적 임금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 좋은 말씀 해준 네 분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