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률 OECD 1위 … 선진국 진입 ‘언감생심’

국제노동계 “노조 있어야 노동자 건강 지킬 수 있어”

 

2010. 4. 28. 조현미 기자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하루 앞둔 27일 산재사망 대책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이 GS건설을 ‘2010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매년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는 2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건설업은 매년 단일업종으로는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고 있다. 공동캠페인단이 지난 2006년부터 선정한 4개의 최악의 살인기업 가운데 3개 기업(GS건설·현대건설·코리아2000)이 건설업 관련 기업이다.

 
 5.jpg
 ⓒ 매일노동뉴스
 

 

GS건설은 2005년 이천 GS홈쇼핑 물류센터에서 9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으로 2006년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그런데 GS건설은 그동안 정부로부터 안전과 관련한 각종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수여한 무재해목표달성상, 노동부장관이 수여한 ‘건설현장 안전활동 우수사례 최고상’, 서울시가 수여한 ‘우수관리 건축공사장 최우수상’ 등이 그것이다.

 

 

산업재해 ‘공범자’된 정부

 

공동캠페인단은 “각종 수상 경력을 갖고 있는 GS건설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됐다”며 “한국의 건설기업 평가기준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일자리 사업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희망근로사업에서 일반 사업장보다 두 배나 많은 재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절망근로’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희망근로의 경우 단순히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안전하고 건강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 줬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대통령 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 일부 기능을 지방으로 이양하기로 결정해 노동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동만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건수가 393차례나 된다”며 “지자체는 산업안전보건업무를 수행할 전문성도 인력도 없다”고 비판했다.

 

 

OECD 회원국 중 산재사망 가장 많아

 

최근 공개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사고사망 10만인율(10만명당 사망자)이 20.99로 가장 높았다. 비교 가능한 OECD 21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영국(0.7)이나 노르웨이(1.31)·스위스(1.4)와는 격차가 매우 컸고, 멕시코(10.0)나 캐나다(5.9)·슬로바키아(5.0)보다도 높았다.

 

정부는 최근 G20 정상회의 유치 등을 거론하며 국격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산재사망률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데 어떻게 정부가 국격을 논할 자격이 있느냐”며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국격을 높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산업재해가 줄어들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사업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지적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의 법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했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이천 냉동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4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사업주는 벌금 2천만원 판결을 받았을 뿐이다.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기업주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며 “안전보건총괄책임자 같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사업주의 의무도 폐지될 위기에 놓여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국제노동단체들이 정한 구호는 “노조가 있어야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노조를 압박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