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리운전 노동자의 현황과 업무형태


  대리운전업은 1998년경부터 등장하여 급속하게 성장하였다. 초창기에는 매우 영세한 규모의 대리운전회사 위주였으나 2003년 이후 시장규모가 확대되어 현재는 수천 명의 기사를 둔 대리운전회사가 등장하였다. 2008년 현재 대리운전업에 종사하는 사람 수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우나 8만-10만 명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대리운전이 급속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대리운전회사는 사업자 등록만으로 영업을 할 수 있어 시장 진입이 수월하였고, 대리운전자들은 구조조정 등으로 실업자들이 양산되면서 자동차면허증만 있으면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일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별다른 규제 없이 시장이 성장하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대리운전 노동자의 근로조건 악화, 대리운전 사업주간 경쟁으로 인한 가격 덤핑으로 업종의 양극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었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대개 오후 8시부터 근무를 시작하여 새벽 4시에서 6시 정도까지 근무를 한다. 대리운전업체와는 ‘도급계약’ 또는 ‘정보이용계약’ 등을 체결하고 PDA를 통해 제공된 콜을 먼저 잡는 사람이 오더를 수주하는 형식으로 일을 한다. 대리운전노동자는 회사와 계약한대로 수입금액의 20-30%를 정률제로 지불하며(일부에서는 정액제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음), 그 밖에 콜 프로그램 사용료, 자동차보험료, PDA 요금료, 전화통화료, 이동 시 교통비 등도 지출해야 한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보통 하루 평균 4-8건의 대리운전을 소화하면서 월평균 100-15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얻고 있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현재 근로자로서 인정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리운전 노동자가 본인 의지에 따라 다양한 대리운전회사와 계약을 맺고 근무를 할 수 있으며, 출퇴근 시간이나 장소도 자유로운 등 통상적인 노동자와는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리운전회사가 프로그램에서 오더보기 금지(락)를 걸면 일을 할 수 없는 등 근로종속성도 있기 때문에 통상적인 자영업자들과도 다른 지위를 가지고 있다.



2. 대리운전 노동자의 건강문제


  오종은의 조사에 따르면 업무수행 중에 재해를 경험한 사람은 21.6%로 나타났고 재해의 형태는 교통사고(45.2%), 타박상/삐임(39.8%), 기타(14.5%), 골절(14.0%) 순으로 사고와 관련된 항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고 및 질병에 대한 치료비 처리 방법은 건강보험처리 27.1%, 가입된 민간 상해보험처리 25.8%, 자동차보험 처리 25.3% 순으로 나타났다.


  위의 조사에서도 나타나듯이 대리운전 노동자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건강문제는 교통사고이다. 따라서 대리운전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보험 가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자동차보험사들이 대리운전보험의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이들의 보험가입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영세 대리운전회사에 소속된 대리운전 노동자는 보험가입이 사실상 어려워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현실이다. 또한 대리운전보험 가입 관리는 회사가 대행을 통해 일괄적으로 하고 있는데 일부 업체의 경우 보험료 대행 및 수납 과정에서 이행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리운전보험은 그 구성에 따라 대인, 대물 등 피해자에 대해서 보상하는 내용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리운전 노동자 자신이 다친 것에 대해서 보상하는 자손은 내용은 빈약한 경우가 있어 대리운전 중 다쳐도 자신의 돈으로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3. 대리운전 노동자의 보호방안


  현재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열악한 노동조건은 상당 부분 근본적으로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덤핑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공급과잉으로 인해 가격이 내려가면서 대리운전업체들은 대리운전 기사들을 다량 모집하면서 수수료를 여러 명에게 받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받을 수 있는 콜 수가 적어지면서 수입이 악화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리운전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대리운전 기사의 자격요건을 강화하며, 가격 덤핑을 막을 수 있는 표준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대리운전 기사라는 직업이 다른 직업들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가는 업종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대리운전 기사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게 되면 아예 대리운전 노동자로도 진입을 할 수 없는 부작용에 대해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대리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가입을 유도하자는 논의가 일부 있었고, 여기에는 몇 가지 논쟁점이 존재한다. 우선 산재보험 가입 적용 방안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그 방식에 따라 대리운전 종사자를 강제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당연적용 방안과 원하는 사람만 가입하는 임의가입 방안으로 나눌 수 있다. 사회보장 측면에서는 당연적용 방안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대리운전 노동자의 경우 상당수가 신용불량 상태로 자신들의 소득이 드러나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강제가입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종은의 조사에 따르면 대리운전 노동자 중 55.3%가 임의가입을 원하고 있었고, 특히 대리운전을 전업이 아닌 부업으로 하는 경우 임의가입을 원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 다음으로 보험료 산출 및 보상기준에 대한 논란이다. 대리운전자는 일정한 임금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소득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콜 획득을 측정하여 간접적으로 소득을 추계해 보험료를 산정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으나, 대리운전업체 및 프로그램사가 콜 획득수를 축소해서 보고하는 (사업주 측의)도덕적 해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리운전 제공시간에 대한 구간별 고시임금을 적용하거나 대리운전 노동자 평균임금을 산정해 적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보험료부담 주체에 대한 논란이 있다. 기존의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보험료를 노동자와 사업주가 1/2씩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리운전 노동자만 사업주가 산재보험료 전액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다른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보험료 부담 방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사업주와 노동자가 1/2씩 부담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하지만 다른 특수고용 노동자들처럼 적용제외 신청을 적용하는 경우 회사가 PDA를 통해 업무 통제를 하고 금지(락)를 걸어 업무를 못 하게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적용 제외 신청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다른 업종보다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또한 많은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하나의 회사가 아닌 중복된 업체에 등록되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보험료를 어떻게 부과할 것인지 하는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