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다. 평소처럼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노노모)’에서 보낸 메일이었다. ‘노동건강연대’에서 세미나를 하니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음~~ 한 번 공부해볼까?’ 생각하다가 수강료를 찾아봤는데, 다행히 없다.  몇 강이고, 무슨 내용인지, 주 텍스트는 어떤 것인지 살펴봤다. 1주일에 한 번씩 4주, 적은 시간일 수도 많은 시간일 수도 있는 시간. 고민을 하다가 혼자 가기는 뻘줌할 것 같아서 아는 노무사 2인 (1인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을 꼬셔서 같이 가기로 하고 전화를 걸어서 세미나에 참석하겠다고 했다.

산재보상 사건을 여러 번 해봤는데, 총론적인 고민을 나눠 본적이 없던 차에 이번 기회에 공부를 해보자 생각했던 것이다. 평소 보던 산재법, 시행령, 판례가 아닌 노동자 건강을 ‘생산의 지점’에서부터 본다는 서문부터가 마음을 다잡게 했다.

1, 2장 첫 세미나,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의사들이 많아서 의학적인 얘기들이 많이 나오면 못 알아 들을텐데’, ‘설마 나에게 질문을 하지는 않겠지’ 등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노동건강연대 사무실 건물로 들어서려고 했다.

그 때 “최 노무사 여기 왔어?” 하며 강문대 변호사님이 나타나셨다. 몇 년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강문대 변호사님이 노동건강연대의 공동대표라는 것은 그 때 처음 알았다. 변호사님은 회의 하신다며 “세미나 열심히 하고, 회원가입하고 같이 활동하면 되겠네” 하며 툭 던지셨다. (회원가입에 대한 은근한 압박)

세미나 학생은 예상(15~20명)과 달리 3명, 다들 노무사, 그리고 구면이었다. ‘다행이다’라는 맘과 ‘뭔가 아쉽다’라는 맘이 교차했다. 선생님이 매번 바뀐다고 하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지만 여러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다고 좋게 생각하며, 학생의 자세로 강독 세미나에 임했다.

‘노동환경’, ‘기술’, ‘사회?정치적 맥락’, ‘규제’, ‘산재보상’, ‘직업보건과학’, ‘민주주의’ 등에 대한 주제로 네 번에 걸쳐서 주요한 내용의 설명을 듣고, 질문하고 답변을 듣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세미나는 이루어졌다.

책에서는 노동자 건강에 대한 문제의식은 자본주의가 생겨나면서 생겨난 것이지만, 그것은 사회정치적 맥락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크다고 하였다. 기술의 발전이 노동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기술의 발전에 따른 직업성질환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도 사회정치적인 부분이 있다고 했다.

또한 산재보상의 인정기준, 그 확장과 산업안전기준에 대한 부분도 노동조합 및 시민들의 산업안전에 대한 문제의식의 확장과 그 힘의 역관계에 따라 규정되는 부분이 상당하며, 기술적으로 모호한 부분을 어떻게 규정할지도 그 힘의 역관계에 따라서 판단된다고 하였다.

노동자 건강과 연계된 관계인들인 노동자, 경영진, 보건의료 전문가 모두 이러한 사회정치적 맥락에 둘러싸여 있다고 했다. 특히 이 책은 보건의료 전문가의 연구가 객관적인 과학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연구계약, 병원고용, 학술연구위원회 등에 의해서 지배층과 기업의 이해에 상충되는 의견, 연구는 제시하지 못하는 모습이 있음을 서술하면서, 미국의 전문가 집단이 이러한 모습을 극복하고 노동건강운동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노동건강연대 회원들이 번역을 하면서 각 장마다 우리나라의 사례들을 정리해서 미국의 사안과 우리나라의 사안을 비교하여 보게 되어 도움이 됐다. 원진레이온 문제부터 현재의 노동건강운동이 있기까지의 고민도 느껴 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의 결론은 ‘더 많은 민주주의’와 ‘기본으로 돌아가자’이다. 생산의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면서 노동자계급과 전문가들의 사회정치적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원칙적이지만 당연한 얘기고, 다시 새겨볼 내용이었다.

이 책 강독세미나는 사안 사안의 개별문제에만 대응하는 것도 버거운 현실에서 총론적이며 원론적인 고민을 하게 해줬다. 또한 ‘노동건강연대, 음 좋은 단체겠네’라고 생각을 했던 것에서 ‘같이 활동을 하면 의미 있고 재미있을까?’, ‘한번 해볼까‘라고 생각을 바꾸게 해주었다. 세미나를 마치고 슬그머니 회원가입원서를 내밀었다. 

2011년 이마트, 공항철도 등 큰 사고가 있었는데, 2012년에는 사회정치적 힘의 우위로 노동자건강에 대한 진일보가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