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궤도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라!!
지난 6월 23일 한국철도공사 구로승무사업소에 근무하던 최정환 기관사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뛰어 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의 죽음은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의 원인을 기관사 개인 혹은 관계된 노동자의 실수’로 치부하면서 이들에게 징계와 모욕적인 처분으로 인해 발생한 심리적 불안이 가중된 결과이다.
기관사 업무가 원인이 되어 심리적 이상증세를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지난 6월 11일 남영역에서 달리는 전동차에 스스로 몸을 던진 고 박동춘 기관사에 이어 이번 달에만 두 번째이다.
철도 100여 년의 역사동안 십 여 일만에 두 명의 기관사 잇달아 업무에 기인한 심리적 불안으로 목숨을 끊은 것은 처음이라고 본다. 따라서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여 동일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그만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여야 한다.
다만, 우리는 몇 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기관사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슷한 경험을 한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건강하다’ 혹은 ‘개인적으로 내성적인 성격 탓이다’는 말로 진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두 분의 기관사는 분명히 업무와 관련된 일로부터 시작되어 심리적 이상을 호소한 것이다.
둘째, 전동차 운행을 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이후의 대책이 아닌 ‘기관사 근무환경 개선’을 목표로 하여야 한다.
사고를 경험한 이후 안정기간을 부여하고 정신과 상담을 하게 하는 것은 심하게 이야기하여 사후약방문이다. 중요한 것은 기관사들이 일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좀 더 편안하고 좀 더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징벌주의적 관리형태를 없애야 한다.
공기업 전반에 성과주의적 평가 및 인사제도가 도입되면서 ‘무엇인가 실수를 하면’ 반드시 징계나 모욕적인 처벌이 뒤따르고 있다. ‘작은 실수라도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극도로 긴장한 채 오랜 시간 동안 업무에 임하다 보면 오히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극심한 탈진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징벌주의적 행태는 버리고 보다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한 관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전동차를 운전하는 기관사는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차 보루이다. 이들의 안전이 결국 전동차를 이용하는 수 많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시민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기관사의 건강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두 분의 기관사가 경험한 불안과 공포가 다른 기관사들에게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관계 기관에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두 분의 명복을 빕니다.
2012년 6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