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시인 엘리엇은 4월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가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차라리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했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감싸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으니.“
그렇습니다. 만물이 꿈틀거리며 요동치는 봄은 무언가를 망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잔인할 수 있습니다. 간신히 억눌러 놓았던 의지와 기억이 되살아나는 순간, 실패의 아픔과 아쉬움도 함께 되살아 날 테니까요. 하지만, 실패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4월 28일, 우리는 보신각 앞에 모여 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당신의 빈자리, 기억할께요.” 우리의 곁을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며, 아픔을 딛고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봄호를 힘차게 시작하려 합니다.
‘생각 나누기’에서는 4.11. 총선 결과를 노동자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았습니다. 총선 직후에 불어 닥친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하여, 총선 결과에 대한 변변한 평가 글을 접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현직 기자가 취재 현장에서 느낀 소회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풀어낸 글인 만큼,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은 이번 호부터 ‘노동자 건강권’ 이슈에 대한 문제 제기를 노동, 자본, 정부 각 주체를 겨냥하여 ‘연중 기획’으로 연재합니다. 이번 호에 실린 글들은 노동운동진영에 대한 문제 제기입니다. 대선을 맞이하여 10년째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노동자 건강권’이 노동운동진영 내에서 의미 있는 화두로 떠오르기를 기대해 봅니다.
‘특집기획’으로는 ‘산재 노동자 추모의 달’을 맞아 기업살인처벌법을 다루었습니다. 기업살인처벌법 제정 운동의 역사와 의미를 되돌아보고, 입법화를 둘러싼 여러 쟁점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새로운 이슈는 아니지만 2012년 새로운 투쟁을 시작하면서 과거의 논의들을 정리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법의 이면’에서는 최근 노동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을 다루었고, ‘진료실 풍경’에서는 김정민 회원이 검진 의사로 사업장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생생한 느낌들을 재미있게 풀어냈습니다.
‘지상 중계’에서는 산재 노동자 추모의 달을 맞아 노동건강연대와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기획하였던 ‘당신의 건강과 정의’ 기획 강연을 소개합니다. 많은 이들이 참여하지는 못하였지만 강의의 내용만큼은 국내 최고였다는 후문입니다.
‘해외 이슈’에서는 이제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Must Have Item)이 된 아이폰의 중국 제조 공장인 폭스콘 문제를 둘러싼 미국 시민/소비자 운동과 이에 대한 애플사의 대응을 소개합니다. 또한 일본 지진 피해 지역의 석면 문제를 소개하고, 이와 관련하여 도쿄노동안전위생센터가 펼치고 있는 사업들을 소개합니다.
한편, 돌봄 노동자들의 곁에 항상 함께 하고 계시는 최경숙 회원의 삶, 고민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누구나 한번 쯤 꿈꾸어 보았을 주제. 숨 가쁜 도시를 벗어나 살아가는 삶이란 어떠한가를 ‘생활의 발견’을 통해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2012년에는 우리 사회에 매우 중요한 변화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은 더 나쁜 변화가 아닌 더 나은 변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2012년에도 지속적인 고민들을 던져보려고 합니다.
끝으로 봄호 발간이 늦어지게 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편집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