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질환, 지속적으로 쟁점화해야”
우리나라 근골격계질환 문제와 노조의 개입(2)
조현미 기자 09-02-25
지난 95년 전화교환원들의 근골격계질환 직업병 인정 싸움 이래 10년 이상 계속된 노조의 요구는 그동안 많은 성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근골격계질환이 직업성 질환임을 사회 의제화시켰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요구해 현장의 아픈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뿐만 아니라 많은 현장이 개선됐고 노동자들이 근골격계질환이 직업병이라는 인식을 하는 등 노동자 건강권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저평가된 근골질환자 수
최근 각 단위 사업장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근골격계질환자 수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지만 이는 상당 부분 공상치료자의 증가, 그리고 감소하는 산재 승인율과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7년 정부 통계를 보면 전체 근골격계질환자 수는 7천여명을 넘어 전제 업무상질병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는 노동부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으로 승인해 준 공식적인 숫자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대단히 많은 근골격계질환자들이 직업병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나라와 발생률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근골격계질환자 수는 매우 저평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2006년 기준으로 미국 통계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1만명당 5.3명이 발생한 반면 미국은 39명이 발생했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7.4배 정도 질환자 발생 비율이 높다. 물론 미국의 통계는 1일 이상의 휴업이 발생한 사례이고 우리나라는 4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산재 요양자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직접 비교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1인당 연간노동시간이 2천305시간(2006년 기준)으로 미국(1천804시간)보다 훨씬 많고, 기타 한국의 열악한 작업조건과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질환자 발생률이 낮은 것은 실제 발생률이 저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결과를 참고할 때 우리나라 근골격계질환자 발생률 수준은 아직도 지극히 낮다. 반면 노조가 산안활동을 통해 개입이 가능한 사업장은 오히려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없는 미조직 사업장 혹은 산안활동이 미비한 사업장에서의 근골격계질환자 저평가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허리 통증 정도야 … 참고 일하는 미조직 노동자
이제는 많은 노동자들이 근골격계질환도 직업병이라는 사실과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가 법으로 보장된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조직화된 대기업노조를 중심으로 한 극히 일부 노동자들의 인식 변화에 불과하다.
아직도 미조직된 영세 사업장과 비정규 노동자·이주노동자 등 소외된 노동자들은 근골격계질환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허리 통증 정도는 일하다 보면 당연히 생기는 것으로 어느 누구에게 노동자 건강권 문제를 얘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연례행사 아닌 건강권 문제로 접근해야
최근 많은 사업장에서는 근골 치료(직업병 인정 문제)에 대한 쟁점이 없어지면서 노조의 요구와 관심이 적어지고 있다. 많은 사업장에서는 근골격계질환 문제를 법적인 유해요인 조사와 관련한 연례적인 행사로 인식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이는 근골 문제가 현장에서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의미보다는 노사관계 속에서 이제는 근골 문제가 더 이상 쟁점화되지 않으며, 노동자 또한 치료에 대한 개인적 요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서 비롯된 잘못된 변화이다.
노조 현장 활동의 연속성 단절, 작업개선 한계, 요양 중심의 환자 관리 등은 여전히 한계점으로 남아 있다. 노동 현장이 존재하는 한 근골격계질환 문제는 사라질 수 없다.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수의 근골 환자가 존재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관심과 참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