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틀러, “FTA하려면 쇠고기 전면개방하라”
FTA 개막 첫날, 쇠고기-FTA 연계 압력 시작
임은경 기자
웬디 커틀러 한미FTA 미측 수석대표는 4일(우리시각으로 5일 새벽) 쇠고기 주산지인 미국 몬태나에서 열린 한미FTA 5차협상 첫날, “성공적으로 FTA가 체결되고 의회에서 비준을 받으려면 미국산 쇠고기가 완전히 한국시장에 수입되도록 전면 개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쇠고기 문제를 FTA와 연결시켜 노골적인 압력을 시작했다.
커틀러 대표는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맨 먼저 쇠고기 문제에 관한 질문을 받고,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시장을 다시 여는 것은 FTA와 연관돼있다”면서 “기술적으로 엄밀히 보면 한국이 쇠고기시장을 다시 여는 것이 FTA의 일환이 아니라고 볼 수 있으나, 성공적으로 FTA가 체결되고 양국 의회에서 비준을 받으려면 미국산 쇠고기가 완전히 한국시장에 수입되도록 전면 개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이같은 뜻을 “한국측 협상대표들에게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3일(현지시각) 몬태나 출신으로 미 쇠고기 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온 맥스 보커스 미 상원의원도 한국측 협상단을 초청한 오찬에서 쇠고기 스테이크를 대접하며, “뼈가 있든 없든 미국산 쇠고기는 모두 안전하다”고 의도있는 발언을 한 바 있다.
“FTA 비준받으려면 쇠고기 전면개방해야”
첫날부터 숨기지도 않고 의도 드러내는 미국
5차협상이 개막하기가 무섭게 자신들의 의도를 외교적 수사나 온건한 표현도 모두 생략한 채 노골적으로 전달하는 미국의 태도는, 그들이 얼마나 쇠고기 문제에 확고부동한 입장을 갖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려준다. 뒤집어 말하면 미 축산 자본의 압력이 그만큼 거세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와 한미FTA는 무관하다던 한국 협상단의 말이 5차협상 개막과 동시에 일시에 거짓말로 판명나는 순간이다.
한편 커틀러 대표는 또 내년초 실시 예정인 의약품 선별등재제도(포지티브리스트시스템)에 대해 “FTA 논의에서 의약품의 상황에 대해 상당히 실망했다”면서 “의약품 협상은 FTA협상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다. 우리측 입장이 한국측의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관련) 초안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제 제도 실시를 앞두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무역구제 분야에서는 “양국은 무역구제 분과위를 만들어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갖고 논의하기로 했다”며 “논의가 어찌 될지는 앞으로 차차 진행하며 봐야할 것 같다”고 말해 이전과는 달리 상당히 전향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무역구제는 자국법을 개정하는 사안이라며 ‘협상 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미국측 대표가 이같이 말한 것은 대단히 큰 변화이다.
5차협상에서 무역구제를 어떤식으로든 타결보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한국측이, 무역구제를 얻는 대신 무엇인가를 내주는 것으로 ‘모종의 제안’을 했을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부분이다.
무역구제, 확고부동하던 미측 입장 왜 갑자기 바뀌었을까
이밖에 자동차협상에 대해서는 “한국이 우리측 제안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달려있다”면서 “미국 자동차업계가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는 비관세장벽이나 반(反)수입차 정서, 8%의 관세, 복잡한 자동차 세제, 불투명한 표준 등이 개선된다면 미국의 자동차 관세라든가, 미국내 한국의 자동차 수출과 관련된 문제들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의 연장 가능성에 대해, “연장 가능성은 낙관적이지 않고 불확실하다”면서 “주어진 여건하에서 한미 FTA를 체결할 수 있도록 할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시각으로 4일 오전 개막한 한미FTA 5차협상은 첫날 농업, 통관·원산지, 투자, 서비스, 금융, 통신·전자상거래, 지재권, 환경, 총칙 등 9개 분과 회의를 갖는다.
이중에서도 농업 분과에서는 특히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를 놓고 미측의 관세(현재 40%)인하 요구가 거세게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2006년12월05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