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이면
인간은 쉬고 싶다
김민영 / 노무법인 참터 공인노무사
쉬고 싶다.
일하다가 쉬고 싶고 놀다가도 쉬고 싶고 공부하다가도 쉬고 싶다.
인간은 쉬고 싶다. 그런데 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쉬는 것이란 “피로를 풀려고 몸을 편안히 두는 것”이나 “일이나 활동을 잠시 그치거나 멈추는 것”이다.
쉬다의 명사가 있을까 하여 “쉼”이란 단어로 동일 사전을 찾아보았으나 국립국어원의 국어사전에는 수염의 방언이라는 말 따위 는 있어도 쉬는 것과 관련된 뜻은 등재되어 있지 않다. 다만, “머리쉼”이라고 북한어가 소개되어 있다. “머리를 오래 쓰거나 사색에 집중하여 피로해졌을 때 머리를 약간 쉬는 일”이란다. 북한 인민들도 쉬고 싶은 거다. 인간은 모두 쉬고 싶다.
노동자도 인간이다. 그러므로 노동자도 쉬고 싶다.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노동자가 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루 일과 중에 잠깐 쉬는 휴게, 1주 중 하루 이상 쉬는 주휴일, 매년 일정기간 연속해서 쉴 수 있는 휴가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일이나 활동을 잠시 그치는 휴직이나 퇴사도 쉬는 방법 중 하나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인생에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한 그 휴식은 노동자의 일반적인 생활을 유지시킬 수 없는 것이므로 여기서 논하지는 않겠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통상적인 생활을 유지시키면서 쉴 수 제도로 휴게, 주휴일, 휴가 등이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노동하는 자가 매일매일 기다리는 휴게에 대해서 살펴보자.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 이란
최저한의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노동자가 4시간 이상 근로를 한 경우에는 30분 이상을, 8시간 이상 근로를 한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중에 주도록 되어있다. 이러한 휴게시간을 사용자가 부여하는 취지는 노동자 누구나 노동을 하게 되면 피로가 쌓이게 되고, 이렇게 쌓인 피로를 풀지 않는다면 노동자의 육체적, 정신적 능력이 평소보다 저하된 상태에 놓여서 인지 및 반응 속도 등이 느려짐에 따라 산업재해의 발생가능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노동능력이 회복될 틈이 없는 연속노동으로 표준적인 노동생산성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마련한 것으로 사용자의 필요성 관점이 아니라 노동자의 보호 및 권리의 관점에서 해석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휴게시간은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서 생활을 해나가야 하는 노동자의 육체, 감정을 포함한 정신, 사회성 등 노동능력을 보호·유지·발전시키기 위하여 연속근로를 제한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휴게시간이라 부를 수 있으려면 휴게시간의 취지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길이, 내용이 충족되어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이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 근로시간 도중에 부여된다는 것과 노동자가 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등을 정하고 있을 뿐 그 정의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이들 내용을 토대로 휴게시간이란 노동자가 1일의 근로시간 도중에 잠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하는 것으로 정의해볼 수 있겠다. 이러한 정의에 휴게시간의 취지를 더하면 휴게시간은 충분한 시간이 일시에 주워져야 하며, 업무에 추상적인 지장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하여 자유로운 이용을 방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 근로시간’ 이란
근로기준법에서 노동자란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정신·육체노동을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따라서 근로시간이란 노동자의 노동이 사업장에 제공되는 시간을 말한다.
2012.8.2.일부로 시행되는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에 따르면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하고 있다. 즉, 근로시간은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시간인 것이다.
대기시간이란 외견상으로는 작업을 하고 있지는 않으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시간을 말한다. 노동이 연속적이지 않고 띄엄띄엄 반복되는 단속적 근로에서 이러한 대기시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대기시간에는 언제라도 업무 명령이 있으면 그에 따라 근로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휴게시간과 차이가 있다. 따라서 점포에 앉아 있다가도 손님이 오면 물건을 판매해야 하는 시간은 휴게시간이 아닌 대기시간으로 이는 근로시간에 해당한다.
법률적 용어는 아니지만, 구속시간이라는 말이 있다. 노동자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의 시간을 말하는데, 구속시간에는 소정근로시간과 연장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이 포함된다. 즉, 사업주의 지휘·감독 아래 있지는 않지만, 노동자가 하루 동안에 사업(장)에서 사실상의 구속되어 있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는 것에서 휴게시간이 가지는 한계를 잘 보여주는 말이라 하겠다. 무슨 소리냐면, 휴게시간은 아무리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근로시간 중에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한 시간에 주어지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이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휴게시간을 보통 1시간 점심식사 때에 부여하는 게 일반적이다. 작년 말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컨설팅 회사에서 노사협의회를 통해서 점심시간이 1시간 30분으로 늘었다며 회사가 변화고 있다고 좋아하던 노동자가 있었다. 후배인데, 점심시간은 늘었지만 퇴근시간은 늘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모든 노동자에게 유익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어떤 노동자는 점심시간의 확장보다는 퇴근시간이 빨라지는 것이 더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나와 같은 아르바이트생 말이다.
진짜 ‘쉬는’ 시간을 늘리려면?
휴게시간이 그 취지대로 기능하려면 최소한의 근로조건인 근로기준법 이상의 휴게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무작정 휴게시간(사업장내 “쉬는 시간”)만 늘어난다고 “노동자의 쉬는 시간”이 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즉, 노동자가 매일의 휴식시간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①바로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구속시간을 유지한 체 휴게시간을 늘리거나, ②구속시간을 유지한 채 휴게시간 외 안전보건시간 등을 확보하거나 ③구속시간 자체를 줄여야 하는 것이다.
안전보건시간이라는 말이 옳은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유해·위험작업에 대해서는 유해·위험예방조치(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24조)를 취하는 외에 작업과 휴식의 적정한 배분, 기타 근로시간과 관련된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하는데(동법 시행령 제32조의8 제3항), 이에 따르면 강력한 소음이 발생하는 장소에서 연속된 소음에 노출되는 것이나 강렬한 진동을 주는 작업이 지속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휴식시간 등은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과 별도의 휴식시간이며, 이를 근로조건의 개선 조치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산안법상 상기 조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육체·감정을 포함한 정신·사회성의 유지를 위한 일련의 안전보건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휴게시간만큼 일시에 부여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진짜 쉬는 시간을 늘리는 법은 근로시간을 줄여 구속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연간 근로시간이 넘칠 듯이 많은 통계 수치를 줄여서 사업에 구속된 시간에서 해방되는 게 필요하다. 인간은 쉬고 싶지만 혼자 쉬면 할 수 있는 게 제한된다. 그러므로 같이 쉬어야 한다. 같이 쉬면 휴식의 질이 풍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시간에 대한 감독의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휴게시간의 적용이 제외되는 제63조의 규정 등이 재검토 되어야 한다. 50년이 넘도록 그대로이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