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석면광산 무방비 재개발은 ‘시한폭탄’ / 안종주
충남 홍성·보령 지역에 이어 충북 제천시 수산면 지역 일대 폐석면광산 인근에서도 석면이 문제가 되고 있다. 충남북 두 지역은 백석면과 트레몰라이트(투각섬석 또는 토면) 광맥이 발달한 곳이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는 일제때부터 석면광산이 개발됐고, 광복 뒤 잠시 문을 닫았다가 1960~70년대 본격적인 경제개발 시대를 맞아 다시 주민들이 석면 캐기에 나섰다. 그 후유증이 최근 뒤늦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환경부가 충남 홍성·보령 지역 광산 인근 주민 215명을 검진한 결과, 절반이 넘는 110명이 석면폐와 흉막반 등 석면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지난 1월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충북 제천에서도 단편적인 조사에서 석면 피해자가 나왔고, 석면 폐광 지역에서 대규모 채석장 허가를 내줘 인근 마을과 학교 등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석면추방네트워크의 조사결과가 발표돼 지역에서는 물론,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6월 아시아 최대 백석면 광산이 있었던 홍성 지역을 둘러보고 주민들을 만난 데 이어 지난 2월 초 제천시 수산면 일대를 두 차례 조사하면서 안타까운 광경들을 자주 보았다. 특히 제천에서는 석면광상 지대에다 대규모 채석장 허가를 내줘 그동안 1급 발암물질인 석면먼지를 사방으로 날리게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20∼30년 전이었다면 석면의 유해성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몇 해 전부터 지하철 석면 문제와 재건축·재개발 때 마구잡이 석면 건축자재 해체·제거로 비롯되는 석면의 위험성이 사회문제로 번졌기 때문에 변명도 할 수 없다.
더욱 한심한 것은 문제가 불거진 이후 이에 대처하는 지자체와 정부 당국의 태도와 조처다. 석면 건축자재 등 인공석면 제품뿐 아니라 자연에서 발생하는 석면오염 피해는 이미 미국·이탈리아·터키 등 여러 나라에서 20∼30년 전부터 문제가 됐고, 이들 지역에서 대처한 방법도 잘 알려졌는데, 행정 당국은 이를 잘 몰라서 그런지, 알고서도 그 심각성을 깊이 깨닫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쇠에다 늑장대처를 하고 있다.
자연환경에서의 석면 오염과 관련한 교훈은 미국 몬태나주 리비 광산 지역의 주민 비극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군 석면광맥 지대에서의 건축공사에서 얻을 수 있다. 특히 페어팩스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연발생 석면 대처방안을 눈여겨봐야 한다. 페어팩스군은 석면광맥이 발달한 지역을 샅샅이 조사해 상세한 석면지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 지역에서 토목공사를 하거나 건축물을 짓고자 땅을 팔 때는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고, 석면이 흩날리지 않게 안전한 공사를 하도록 했다. 공사 때 물을 뿌리는 등 습식작업은 말할 것도 없고, 오가는 공사트럭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석면을 제거한다. 공기 중 석면먼지를 포집하는 장치를 곳곳에 설치해 허용기준치를 넘어서지 않는지 감시도 한다.
석면이 가득한 지역에 채석장 허가를 내주거나 땅(돌)을 마구잡이로 파헤치거나 깨부수는 것은 시한폭탄의 시한장치 단추를 누르는 것과 같다. 석면이라는 시한폭탄은 단추를 누른 뒤 20~40년 뒤에 폭발하기에 지금 당장 피해가 없다고 해서 결코 안심할 일이 못된다. 그리고 피해자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그때는 이미 늦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자연발생 석면 오염지역에 대한, 제대로 된 종합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안종주 전국석면환경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