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용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금 한국은 위험수위가 서서히 높아져 물이 끓기 직전”이라며 “산업재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수준의 총체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산재 책임을 작업이 이뤄지는 시간과 장소를 통제하는 원청이 져야 한다”며대림산업과 같이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곳은 교통사고 뺑소니처럼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원장과 노동건강연대 대표를 지낸 그는 산업안전보건분야 전문가 이다.
[위험의 외주화]“산재 책임은 작업 시간·장소를 통제하는 원청이 져야”
– 한국의 산재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으로 심각하다. 원인이 무엇인가.
“산재 문제를 보는 시각이 굉장히 왜곡돼 있다. 처벌이 약하고, 감시체계가 취약하다. 한국의 산업재해율은 OECD 평균의 5분의 1 수준인데 산재사망률은 최고 수준이다. 산재를 산재로 보지 않고 은폐하다가 결국 대형사고로 터지는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불산이 누출됐을 때 가스가 샌다고 하지 않고 쉬쉬하다 문제를 키웠다. 또 ‘나쁜 사고’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폭발사고가 났음에도 과태료 90만원만 내고 시정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런 걸 ‘기업살인’이라고 한다. 위험을 알면서도 죽어도 좋다고 방치한 것 아니냐. 대림산업 폭발사고의 원인이 가스냐 분진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불이 났는데 원인이 성냥이냐 라이터냐 같은 무의미한 논쟁이다. 폭발 위험이 있는데도 용접작업을 했던 것 자체를 문제삼아야 한다.”
– 유해·위험 작업이 기업에서 외주화되면서 열악한 하청노동자들이 산재사고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산업현장의 안전관리를 시간과 장소를 통제하는 사람이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한국은 고용관계가 있는 사업주 책임으로 본다. 이런 시스템이 하청기업에 위험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는다. 산업안전보건 문제는 하청이든 재하청이든 누가 누구를 사용하느냐에 관계없이 시간과 장소를 통제하는 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면 상당 부분 해결된다. 현재는 원청이 아무리 큰 대형사고가 나도 벌금 몇 백만원을 내는 데 그치니 안전관리에 투자하지 않는다.”
– 최근 대형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지난 5년 동안 위험을 방치한 결과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산업안전과 관련해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산업안전보건 분야 전문가 85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산업안전 정책에서 이명박 정권이 꼴찌로 나왔다. 사회가 발달하면 위험도 늘어나는데, 가만히 있으면 위험은 커지게 돼 있다. 지난 5년간 산업안전감독관 수가 별로 늘지 않았고, 산업안전 정책도 개선된 게 별로 없다. 특히 석유화학산업은 1970년대 지어진 공장들로 시설이 노후화한 데다 중국과의 수출경쟁에 내몰려 관리가 더 소홀해지면서 위험이 커지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박 대통령이 구미에 유정복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려보내고 사고대응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안전을 강조하는데 문제의 원인과 선후관계를 잘못 짚은 것이다. 그것으로 사고 예방은 어렵다. 되짚어보면 전부 산재사고다. 산업안전보건청을 독립전문 행정기관으로 분리해야 한다. 한국의 소방이 발전한 게 소방방재청이 분리되고 나서다. 지금처럼 고용노동부 하나의 국으로 둬 담당 국장이 6개월에서 1년간 거쳐가는 자리로는 장기적 대책이 나오기 힘들다.”
– 산재로 사람이 죽어도 벌금만 무는 솜방망이 처벌이 지적 받고 있다.
“형사처벌은 비난 가능성, 책임역량, 결과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책임역량이 큰 대기업은 엄하게 처벌하고 상대적으로 작은 소기업은 정부가 지원하고 도와줘야 한다. 한국은 다 거꾸로다. 결과에 따라 책임역량이 작은 소기업·하청사업주가 엄하게 처벌받는다. 소기업은 사업주가 구속되고, 대기업은 로펌 변호사를 동원해서 다 빠져나간다. 영국·미국 같은 선진국처럼 산재를 ‘기업살인’으로 인식하고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의도적으로 위험을 조장하고 전가할 경우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잦은 산재사고의 원인으로 국가·기업의 안전불감증이 지적된다.
“안전불감증이란 말은 쓰면 안된다. 한국은 자연재해에서 세계적으로 안전한 국가에 속하지만 인위적 재해가 높다. 누군가 돈을 벌려고 위험을 생산하는 것인데, 위험을 만드는 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된다. 원인은 대기업이 제공하고 부담은 국민과 하청업체가 떠안으며 겉으로 두루뭉술하게 ‘안전불감증’으로 포장되는 것이다. 사람들도 식품·환경사고는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지만 산재의 경우 심정적으로 동정심은 일어도 자기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만큼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정부가 나서지 않고 솜방망이 처벌을 하니 기업이 산재 예방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현장에 나가보면 위험수위가 상당히 높아져 있다는 걸 느낀다. 그런데도 가시적 조치 없이 헛다리를 짚고 있으니 안타깝고 화가 난다.”
기사 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192232135&code=940202
기업살인법 자세히 보기 -> http://laborhealth.or.kr/corporate_kil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