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제도 13일까지 합의하기로
산재발전위원회 막바지 논의에 박차 … 산재보험 40년만의 대수술
산재보험제도개선 논의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지난 6월 구성된 노사정위원회 산재보험발전위원회에서는 그동안 △징수·재정 △요양·재활 △급여 △적용 △관리·운영 등 모두 5개 분야에서 90여개의 방대한 쟁점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 최근 대략 10여개의 핵심 쟁점만 남겨둔 채 합의에 이른 상태다.
당초 산재보험발전위는 11월말까지 논의를 마무리 짓고 정부로 이송할 계획이었으나 핵심쟁점만 남아 노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12월말까지 논의를 연장했다. 현재 산재보험발전위는 오는 13일까지 합의를 마무리 짓기로 하고 막바지 협상에 나서고 있다. 현재 남은 쟁점은 뭘까.
◇ 휴업급여 지급기간 제한 않기로 = 이번 산재보험제도 개선 논란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휴업급여 지급기간을 제한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당초 노동부는 지난해 용역연구 결과를 토대로 2년으로 휴업급여 지급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산재환자단체들이 발칵 뒤집힌 바 있었다. 노동계(한국노총)는 “휴업급여는 업무상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노동자에게 요양으로 인해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 지급하는 급여”라며 “그 지급기간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논리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특히 휴업급여지급기간을 제한하려면 ‘원직복직 의무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워낙 산재환자단체의 반발이 심하고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번 논의에서는 휴업급여 지급기간을 제한하지 않고 현행유지를 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앞으로 이번 논의 결과에 따라 법개정이 되면서 기존의 산재환자들이 하향된 기준을 적용받지 않도록 기존의 산재환자는 현행법대로 적용받도록 하기로 합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 직업재활급여 신설 여부 = 노동계는 “재해근로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원직복귀가 보장돼야 한다”며 “전체 요양의 개념에 직업재활까지 포함해야 한다”며 재활을 포함한 요양기간 동안 휴업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번 논의에서 노사는 직업재활급여 도입의 목적에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급여 수준, 지급 기간, 훈련기관 범위 등 현실화 방안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
현재의 논의는, 산재장해등급 1~9등급(전체 14등급)을 재활급여 지급대상으로 하되 급여수준은 최저임금의 100% 또는 평균임금의 70% 수준이 노동계의 요구다. 생계를 위해서는 이 정도 수준은 돼야 하지 않겠냐는 것. 반면 경영계는 “노동계 주장은 과도하다”며 최저임금의 70% 수준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장해등급 1~9급에 해당하는 산재환자가 9천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재활급여 수준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 노동계는 훈련프로그램을 확충하고 1~2년 동안 직업재활급여 지급기간으로 하자는 입장인 반면, 경영계는 현재 재활치료기간과 비슷하게 6개월로 하자는 입장이다.
◇ 진료비 대부제도 도입 여부 = ‘선보장 후정산’ 제도와 맞물려있는 문제다. 현재 산재보험제도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승인 이전에는 재해자 본인의 부담으로 상병을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주치의가 업무상재해라고 판단한 재해에 대해서는 먼저 산재보험으로 치료하고 이후 불승인시 정산하자는 게 ‘선보장 후정산’ 제도이다. 그러나 경영계는 “근로자 질병이나 사고라고 해서 산재보험을 우선처리 하는 것은 일반성 우선을 무시하고 특수성을 먼저 고려하는 비상식적인 것”이라며 반대, 도입은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본인부담금 문제만이라도 해결하자는 데 노사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산재판정 전이므로 먼저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고 본인부담금은 진료비 대부제도를 통해 해결하자는 것이다. 현재 본인부담:산재보험 비율이 2:8, 본인부담:건강보험 5:5 비율이다.
그러나 노사는 몇가지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진료비 대부의 기준이 뭐냐는 것이다. 경영계는 “먼저 대부를 받아 치료하면 나중에 산재판정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집단요양 시 대부만 받고 안 갚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등 노사간 아직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이밖에 업무상재해 이외에 업무상질병(직업병), 작업관련성질환(근골격계·뇌심혈관·정신질환)의 포함 여부와 대기업 노동자까지 포함할 것인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 재요양 휴업급여 기준 = 최초요양 뒤 재요양을 받을 때 휴업급여의 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는 최초요양시 평균임금의 70%, 재요양시 모두 평균임금의 70%+임금인상분을 휴업급여로 받고 있다. 즉 재요양시 휴업급여는 최초요양 전에 받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휴업급여를 산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계에서는 재요양시 휴업급여는 재요양 직전의 소득이 기준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요양 직전의 소득이 최초요양 직전의 소득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산재발전위원회에서는 재요양시 장애연금을 받으면서 휴업급여를 받는 경우 현행법은 장애연금 지급을 중단하고 있는데, 개선안에서는 연금을 계속 지급하되 휴업급여는 연금의 70%까지 지급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또한 연금이 없거나 휴업급여가 최저임금 미달시 최저임금을 보장하기로 했다. 연금과 휴업급여를 합쳐서 평균임금의 7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 사업주날인제도 폐지 여부 = 사업주날인제도의 폐지 여부도 논의 쟁점이다. 현재 산재노동자가 산재요양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신청서에 사업주 날인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토록 하고 있다. 물론 사업주 날인은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단병호 의원의 제기로 사업주 날인을 하지 않아도 요양신청이 가능하다는 점을 하단에 조그맣게 명시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업주 날인을 받지 않고 요양신청서를 제출한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직접 재해조사에 나서고 있어 역시 요양승인까지 절차가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산재보험발전위 공익위원은 지난 9월 ‘사업주 날인 없이 접수됐을 경우 공단이 사업주의 의견제시를 요구하도록 한다’는 문구를 법안에 명시하자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사업주 날인 거부시 사업주 의견을 제시토록 명시하는 것은 오히려 사업주 날인을 법제화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를 거부하고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산재인정을 위한 재해조사가 일반화되고 작업관련성 질환이 공정성과 객관성이 확보될 때까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장해등급 재판정 여부 = 운동장애나 흉터의 경우에는 장해등급을 재판정하자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운동장애나 흉터의 경우엔 처음 장해등급을 받을 당시엔 심각할 수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소 나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장해등급을 재판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영계의 이같은 주장은 장애연금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1~7급까지는 장애연금 대상이기 때문에 장해등급 재판정을 통해 7급 이내였다가 7급 밖으로 밀려나면 장애연금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반대하고 있다. 반면 공익위원은 모두 5번에 걸쳐 재판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안을 내놓은 바 있다.
◇ 관리·운영체계 노사 참여키로 = 당초 단병호 의원은 지난해 법개정안을 통해 진료비 심사(산재 판정) 기능을 근로복지공단에서 떼어내 별도의 기관으로 두자고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장복심 열린우리당 의원(보건복지위)은 최근 건강보험, 산재보험, 자동차보험의 진료비 심사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일원화 해야 한다는 골자의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산재보험제도 개선 논의에서는 근로복지공단의 진료비 심사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되 관리·운영체계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노사의 견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관리·운영에 노사의 참여를 확대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요양관리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많은 의료기관에서 장기요양 산재환자를 양성하거나 방치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는 것이다.
◇ 최저·최고보상기준금액 조정 여부 = 현재 최저보상기준금액은 하루 4만5,500원, 최고보상기준금액은 15만원으로 이를 좀 더 낮추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노동계는 저소득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밖에 경영계는 산재 심사 및 재심사시 사업주의 이의신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한 산재보험과 국민연금의 중복급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노동계는 원직복직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출퇴근시 산재인정도 요구하고 있다.
◇ 의미와 전망은 = 기나긴 산재보험제도 개선 논의가 마지막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이는 산재보험제도 도입 40년만에 처음으로 노사정 및 공익이 참여해 ‘대수술’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 민주노총이 배제되면서 산재보험제도 개선 논의에 ‘흠집’을 남기고 있다.
산재발전위원회는 남은 핵심쟁점들에 대해 오는 13일까지 합의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당초 노동계와 산재환자단체가 우려했던 휴업급여 지급기간 제한 등은 철회된 가운데 산재발전위원회의 최종 결론에 눈과 귀가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