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03년 7월14일

근무시간에 남편 돌연사 산재처리 안된다니 억울

㈜한진고속 고속버스 운전기사였던 남편이 지난 5월14일 오전 11시12분쯤 대전고속버스터미널 주차장 안에서 갑자기 뒤로 넘어지면서 쓰러져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런데 ㈜한진은 남편을 두번 죽이고 있다.

남편의 사망시부터 장례식 날까지 회사 간부들과 노조 간부들은 유족들에게“다른 것은 일체 걱정하지 말고 장례나 잘 치르라”고 말하였다.

또한 산재처리등은 회사에서 일괄적으로 신청하면 잘 처리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유족들은 회사를 철석같이 믿었다.

담당자에게 산재처리에 대해 서너차례 문의할때마다 “결재 중이다” “처리 중이다” “잠시만 기다려라”는 답변을 들을 수있었다.

그러나 한달 반 만에 근로복지공단에서 유족들에게 통보한 내용은 유족 보상 및장의비 청구에 대해 지급할 수 없다는 통지뿐이었다.

출근을 하다가 죽어도 산재에해당하는 세상에 사망 장소가 엄연한 근무지였으며, 사망 시간도 퇴근 뒤가 아니라한창 일하는 주간 근무시간대였는데도 불구하고 산재처리가 안 되다니 세상에누구를 믿어야 하겠는가 유언 한마디 없이 죽은 남편을 두번 죽이는 꼴이 되었다.

또한 산재 청구 서류에필히 첨부해야 할 망자의 근무표, 배치표, 운행일지 등이 모두 빠져 있는 것을확인한 바, 이는 회사 쪽과 공단의 조직적인 은폐·조작이 있지 않았는지 강한의구심마저 든다.

㈜한진고속과 근로복지공단 쪽은 가슴에 손을 얹고 냉철하게 반성해야 한다.

내남편뿐만 아니라 추후 이와 같은 사고가 재발해도 똑같은 결정이 나오지 않겠는가.만약에 20~30분 늦게 운전 중에 심장마비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버스승객 30~40명정도의 생명도 망자와 함께 보장받지 못할 것은 뻔한 이치 아니겠는가 남편의 장례식은 가족장으로 조촐하게 치러 화장한 다음 유골을 납골당에 모셨다.

장례비용 일체는 유족들이 지급하였다.

그런데 회사 쪽에서는 두달이 지난 지금 이시간까지도 장의비 지원은 물론, 유족 보상금 및 위로금을 한푼도 주지 않고 있다.

힘 없고 가진 것 없고 물정 모르는 촌 아낙과 중1, 고1짜리 어린 두 자식의 생계가막막할 뿐이다.

회사 쪽은 지금이라도 유족들에 대한 적극적인 보상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조현숙/충남 예산군 예산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