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영 | 중앙대 교수·사회학
경기도 화성의 삼성공장 가스누출사고, 서울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방화대교 상판 추락사고. 이 사고 모두 노동자의 죽음을 가져온 산업재해 사망 사건들이다. 이러한 사망 사건들은 일반 대중에게도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뉴스거리가 됐다. 이들 사고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서의 산업재해(산재)라는 관점에서 해석되기보다는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사고로만 보도됐다. 그런데, 이들 사건이 단순히 일부 안전 불감증만의 결과일까?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산재 사망자 수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놀랍게도,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2만2897명이 작업 중 사고로 사망했다. 요즘도 하루 평균 5명 정도가 산재로 사망하고 있다. 실제로 산재 사망자는 보고된 숫자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죽는다.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일본의 3배, 덴마크의 6배, 스웨덴의 9배, 영국의 14배이고, 선진국 중 산재 사망률이 가장 높은 미국보다도 2.5배 더 높은 수준이다. 
미국은 1980년 공화당이 집권하면서, 기업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산업안전 규제를 대폭 줄여 산재 사망률이 선진국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의 산재 사망률 수준은 남미 국가들보다는 낮다. 하지만 리비아, 튀니지, 우즈베키스탄, 루마니아와 비슷한 수준이고, 인도보다는 약간 높고, 중국보다는 약간 낮은 수준이다. 한마디로 한국의 산업안전은 후진국 수준이다.
산재사망은 본인 한 사람의 죽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은 가족에게는 평생의 고통이 된다. 특히 가장의 죽음(참고로 산재 사망자의 70% 이상이 남성 가장이다.)은 가족의 경제적인 어려움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트라우마를 남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의 사회 상태에 관한 보고서’(Society at a Glance)를 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언론 보도를 통해 21세기 한국의 자살문제가 사회병리 현상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과거 일부 언론은 자살이 복지 시스템이 잘 구축된 북유럽의 문제라고 잘못 보도하기도 해서, 한국의 자살률이 스웨덴의 3배나 되는 현실을 알지 못하게 했다. 그 전까지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드러나지 않은 심각한 현실이었다.
산재사망은 아직까지 심각한 사회병리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언론 매체들은 최근의 사고를 일부 기업체가 보여준 낮은 안전 불감증의 산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 사회체제의 내재적인 문제라는 인식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높은 산재 사망률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그것은 산업안전에 대한 낮은 국가의 인식과 관심,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고용주의 태도, 위험에 대한 노동자들의 인식 부족이 만들어 낸 산물이다. 
특히 산업안전에 대한 법과 제도를 만들고 규제를 담당하는 국가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 문제다. 산업안전에 대한 제도 미비와 느슨한 규제와 처벌로 한국이 산업안전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또 다른 어두운 이면은 산재사망에 대한 무관심과 무감각이다. 아직까지 수많은 산재사망은 일반 국민들에게 드러나지 않고, 미디어에 의해서 보도도 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죽음’으로 남아 있다.
보이지 않은 현실에 주의를 기울이고, 민감해질 때, 사회는 성숙해질 수 있다. 적어도 언론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 현실을 들춰내 시민들에게 보이게 만드는 일이다. 언론매체는 더 많아졌지만, 그에 비례해 보이지 않은 현실이 더 잘 드러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언론이 비판적인 기능을 제대로 한다면, 후진적인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병리현상도 좀 더 빨리 개선되어 우리 사회의 억울한 죽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왜 어떤 죽음은 보이지 않는지 곰곰이 되물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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