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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기 침체기와 자살 사이의 관련성 연구

노동건강연대 정책국

연구제목: Suicides associated with the 2008-10 economic recession in England: time trend analysis

저자: Ben Barr, David Taylor-Robinson, Alex Scott-Samuel, Martin McKee, David Stuckler

발표저널: BMJ 2012;345:e5142

최근 영국정부의 긴축정책으로 특히 공공부분의 일자리가 크게 줄면서, 실업률이 증가하였다. 저자들은 이러한 경제 환경이 영국인들의 건강, 그 중에서도 특히 자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궁금증에서 본 연구를 수행하였다. 특히 영국에서의 자살률은 긴축정책이 시작된 2008년도에 상승하기 시작하였으며, 남자는 7%, 여자는 8%가 증가하였다.

2010년도에는 자살률이 감소하기 시작하였으나, 여전히 자살률이 증가하기 전인 2007년에 비하여는 높은 상태이다.

물론 현재 일어나는 자살률의 증가가 경제위기로 인한 긴축정책 때문에 일어났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자살률의 증가를 경제위기 때문이라고 하는 해석은 너무 성급하고 과도한 해석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여러 개별 연구들은 실업이 자살의 위험도를 증가시킨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자살률의 증가가 경제 하강기에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 관련성의 강도는 나라마다 다른데, 실업자에 대한 고용 프로그램이 있거나 사회적 지원이 발달된 경우는 자살 위험도가 경감된다고 하였다. 물론 경제위기와 전혀 관계없는 다른 요인이 자살률의 증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이 주제와 관련된 과거의 연구들은 주로 한 개 또는 몇 개의 국가의 자료를 모아 이루어져서 자료의 숫자가 부족한 한계가 있어, 관련 요인을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저자들은 한 국가 내에서도 지역적인 실업률의 차이와 자살과의 관련성을 기간에 따라 본다면 보다 의미있는 분석이 가능하다는 의도로 본 연구에서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영국의 지역별로 실업률과 자살률의 차이를 분석하여 실업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을 보았다.

연구는 어떻게 수행되었나

영국의 93개 지역별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사망자 중 검시관이 자살 또는 원인불명의 손상으로 결론을 내린 경우를 연구 대상으로 하였다. 원인불명의 손상까지 포함한 이유는 검시관에 따라 자살로 결론을 내리는 기준이 통일되지 않고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가능한 모든 자살사례를 연구에 포함하기 위함이었다고 하였다.

각 지역별 실업률은 영국 통계청이 제공하는 지역별 실업급여 청구자 자료를 이용하여 구하였다. 이러한 방식이 모든 실업자를 다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연구대상의 모든 지역별로 집계가 되는 가장 정확한 자료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본 연구의 분석은 두 가지 방법으로 수행되었는데, 첫째로 연구기간 (2000~2010년) 중 경제침체기인 2008~2010년에 자살률의 유의한 변화가 있었는지를 봤고, 둘째 연구 전 기간 동안 지역별, 성별로 자살률과 실업률 사이의 유의한 관계가 있는지를 보았다.


연구 결과는 어떠한가

2008년 경제 위기 직전, 2000년부터 2007년에는 매년 영국의 자살률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경제 위기 이후에는 자살자가 다시 증가하여 2008년부터 2010년에는 남자는 846명의 자살자가 증가하였고, 여자는 155명의 자살자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연구 전 기간 동안 실업률과 자살률 사이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에서는 연간 실업률이 10% 상승한다면 남자의 자살률은 1.4%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여자의 자살률은 유의한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러한 분석을 경제 침체기인 2008년부터 2010년으로 한정하였을 때는 이 기간 동안 2007년에 비하여 실업률이 25.6%가 증가하였으며, 이 기간 동안 남자의 자살률은 3.6%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숫자로 따지면, 남자 자살자 329명에 해당된다. 따라서 같은 기간 동안 남성 중에 증가한 자살자 846명 중 5분의 2에 해당하는 329명이 실업률 증가로 인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또한 연구진들은 이러한 연구결과가 얼마나 타당한가에 대해 분석하기 위하여 기간을 나누어 분석을 하고, 자살률이 너무 높았던 해는 제외하고 분석하기도 하였으며, 기간을 더 연장하여 1993년부터 분석을 수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하였으나, 실업률과 특히 남성의 자살률 사이의 관련성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였다.

연구의 한계점은 무엇인가

본 연구는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수행한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실업자와 비실업자 사이에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인 요인 (예를 들어 낮은 교육수준 또는 정신 건강상의 문제 등) 의 분포가 차이가 있는지를 보지는 못하였다.

둘째, 해당 지역 실업자의 수는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으로 한정하였으나, 이는 전체 실업자를 포괄하지는 못한다고 하였다.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면 일을 할 수 있으면서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는 등 몇 가지 기준을 충족하여야 하지만 모든 실업자가 이 기준을 충족할 수는 없다. 영국에서도 전국 취업자 통계가 나오긴 하지만, 본 연구에 이용할 만큼 자세한 지역별 통계는 없다고 하였다.

셋째, 자살은 실업으로 인한 전체 건강영향의 일부분에 국한된다는 점과, 넷째 지역별로 자살에 대한 검시관들의 정의가 다를 수 있다는 한계점 등을 지적하였다.

정책 제안은 무엇인가

저자들은 경기침체기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 대해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먼저 경기침체기는 자살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재취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여야 하지만 2017년까지 경기침체기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정책 수행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하였다.

두 번째로, 경기침체기에 정부 예산의 감축은 공공부분의 일자리를 줄이고, 사회보장 서비스를 감소시켜, 자칫 경기침체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정부 예산의 감축은 상대적으로 빈민가에 더 큰 영향을 주어 자살률의 증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저자들은 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