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올해 초, 당진의 현대제철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죽었습니다. 질식도 하고, 추락도 하고…
한해가 지나니, 이번엔 울산의 현대중공업입니다. 한국의 3대 조선소라고 불리우는 매우 큰 회사 입니다. 왜 특히 ‘현대’에서 이렇게 사람을 죽이는 걸까요?
현대가 아니라 과거를 살고 있는 기분입니다. 특히나 후진국형 산재사고 선두주자 입니다.
추락, 추락, 화재… 특히나 안전설비를 잘 했을 경우 아주 적은 확률로 일어나는 추락사가, 미래를 개척하는 현대중공업에는 가장 많은 사망 사고 입니다. 안전에 얼마나 투자를 안하는지, 죽음으로 증명됩니다.
1. 사고내역
– 3월 6일 : 현대삼호중공업 하청 노동자, 철판에 깔려 1명 사망
– 3월 20일 : 현대삼호중공업 하청노동자, 족장 작업 중 추락, 1명 사망
– 3월 25일 :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족장 거치대 붕괴 추락, 1명 사망, 2명 부상
– 4월 7일 : 현대미포조선 하청노동자, 8.6m 아래로 추락, 1명 사망
– 4월 21일 :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용접작업 중 화재, 2명 사망, 2명 부상
– 4월 26일 :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 신호작업 중 바다 추락, 1명 사망
위의 표는 현대중공업 계열사에서 발생한 사망이 포함된 사고내역입니다. 짧은 시간동안 8명의 노동자가 죽고, 4명이 부상당했습니다. 추락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 설비만 제대로 갖춰져 있었더라면 막을 수 있을 죽음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막을 수 있는 죽음’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일까요? 한 해 2000명이 넘는 죽음의 대부분은 막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현대의 도시 울산에서는 대다수의 산업재해가 은폐되고, 자연스럽게 산재보험이 아닌, 일반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는다고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수차례 고발된 바 있습니다. 심지어 심각한 상태의 노동자를 트럭에 태워 병원으로 보내, 응급처치를 제때 못받고 사망한 하청 노동자도 있습니다. 일상적 사고의 은폐는 심각한 사고를 막을 수 없게 합니다. 일상적 사고를 바탕으로 위험한 부분을 발견하고 더 안전하게 바꿀 기회를 없애버립니다.
바로 작년, 2013년의 현대중공업 산재은폐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2013년 현대중공업 산재은폐
(1) 조사 개요 – 2013년 3월12일- 22일 약 2주간 지정병원 조사 및 제보 – 106건 산재은폐 의심 건수 적발
(2) 사업장별 조사결과 가. 사업장별 조사 결과 – 현대중공업, 현대 미포조선 하청 노동자 97건, 정규직 노동자 9건 나. 병원별 조사 결과 세화 정형외과 (11건), 가나 정형외과 (10건), 강 정형외과(38건), 큰나무 정형외과(16건), 현대정형외과(2건), 울산대 병원(1건), 센텀 정형외과(3건), 동울산 신경외과(1건), 한솔 정형외과(2건), 마디 정형외과 (2건) 3) 집단 진정 건 40건 – 현대 중공업 35건 (정규직 1건 포함) – 현대 미포조선 5건(정규직 1건 포함) 4) 건강보험공단 조사 의뢰 : 66건
5) 산재은폐 시 사업주와 병원의 유착 (언론보도 요약) – 산재은폐를 위해 사업장별로 병원을 지정 – 사고 발생시 119 응급 차량 이송 시 기록 남는 것 막기 위해 트럭이나 자가용으로 이송 (2012년 9월 응급조치 미비로 사망) – 집에서 개인적으로 다쳤다고 허위 사실 기재 강요 – 병원에 관리자가 와서 병원 초진 진료 기록에 사고발생 장소 허위기재 – 작업복 입고 사고 발생해서 와도 진료기록에 사고발생 장소 누락 – 사고로 치료받는 기간 중에도 출근한 것으로 허위 조작 – 재해율 관리를 위해 사고발생 수 개월 지나 산재 신청 – 원청은 3회 이상 산재 발생 하청 업체 아웃제도: 산재은폐 기재로 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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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에서 하청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치료를 못받게 한 죄도 죄지만, 작은 사고를 방치하고 은폐하여 결국 더 큰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노동자들이 죽었습니다. 그래서 이 죽음은 살인입니다.
2. 현대중공업의 사과가 갖는 의미
노동건강연대는 10여년 전부터, ‘기업살인법'(자세히 보기 – 클릭) 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기업의 대표이사가 이 살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런 주장에 따라, 최근엔 대기업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사과문을 발표하거나 직접 사과를 하기도 합니다. 안전의 문제는 단순하게 노동자가 이를 잘 지키는 문제가 아닌, 기업 경영과 돈의 문제라는 것을 회사에서도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현대중공업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린다” |
현대중공업은 최근 발생한 안전사고와 관련해 사과했다. 29일(4월) 현대중공업은 사과문을 통해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잇따른 사고에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관계당국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실천하겠다”며 “안전경영부를 비롯한 각 사업본부 산하의 총 9개 안전환경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의 안전환경실로 개편하고, 총괄책임자를 전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격상하는 등 안전환경 관리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은 “현장에서 안전수칙 위반이 있을 경우 안전관리자가 작업중지권을 즉각 발동해 사고를 예방하도록 하고, 한 주간 재해건수를 기준으로 사고위험 주의보나 경보를 발령하는 사고위험 경보제를 도입해 전 임직원이 경각심을 공유하는 등 안전환경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별진단팀 운영도 약속했다. 현대중공업은 “회사의 시설물과 작업장비 등을 점검하고 진단하는 2인 3개 조의 사고위험 특별진단팀을 상시운영하고, 밀폐공간의 질식이나 해상사고 등 사고 유형별 대응 매뉴얼을 보완해 사고발생 시 신속하고 원활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
3. 정말 사과로 해결 될까요? 기업살인법이 필요합니다.
당진의 현대제철소에서 연속되는 죽음이 있을 때, 노동건강연대는 노동부에 현대제철의 대표이사를 고발했습니다. 5명이 아르곤 가스에 질식한 그 일로요. 사건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현대제철에선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 현대제철 대표이사의 ‘혐의없음’ 통지서가 사무실로 배달되고 나서도 사람이 죽었습니다.
사람이 죽어나가던 중간에, 현대제철은 사과를 합니다. 사과문에는 안전한 기업으로 경영혁신을 하겠다고 밝힙니다. 노동부장관까지 나서서 대표이사를 질타합니다. (물론 고용노동부도 현대제철에 상주하고 있었을 때니, 할말이 없기도 할텐데 말이죠) 그만큼 안전은 기업의 경영문화에 크게 좌우되고, 대표이사의 책임이 막중함을 스스로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사람이 죽었습니다.
현대중공업이라고 다를까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감시의 눈 없이, 스스로 그렇게 한다고 하면 믿어야 하는 걸까요? 한 해 2천명이 넘는 사람이 죽습니다. 막고 싶습니다. 최우선의 예방책으로 ‘기업살인법’이 필요합니다. 기업의 존립을 좌지우지 할 정도의 사회적 처벌을 예고한다면, 아마 어느 기업이더라도 가장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그래야 내 가족이, 내 친구가 죽지 않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공무원의 감시감독이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이 때, 더더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기업은 엄살을 피우겠지요. 그런 제도를 만들면 어느 기업이 살아 남느냐고.
그런데, 그렇게 사람을 죽이는 기업을, 우리는 언제까지 용인해야하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 정몽준 의원님, 서울시장 되고 싶으신가요? 그럼 앞장서서 기업살인법을 만들어주세요. 하청 노동자들이 저임금 받고 일하다가 죽고 다칠 때, 당신은 무얼 하시는지, 지켜보겠습니다.
1. 정몽준 후보님, 왜 아들 발언만 사과하십니까?
http://star.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84365
2. 민주노총, 죽음의 공장 현대중공업 정몽준 시장후보 사퇴 촉구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242946
3.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지난해 교육비 삭감
http://www.asiae.co.kr/news/view.htm?sec=it1&idxno=2014050110441138264
민주노총의 현대중공업 규탄 기자회견 자료집 : 민주노총 현대중공업 규탄 기자회견.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