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눈 못감는 ‘청소부 아주머니’
부천역서 열차에 치인지 3주일…

전종휘 기자

경찰, 사고 기관차조차 파악 못해
철도공사-용역업체는 책임 ‘발뺌’
지하철역에서 청소일을 하던 여성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으나, 발생 3주일이 되도록 정확한 진상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다.

지하철 사고도 뺑소니?=지난달 15일 오전 9시께 수도권 지하철 1호선 부천역에서 비정규 청소용역직으로 일하던 전영숙(53)씨가 인천방향 승강장 끝에서 7m 가량 떨어진 선로 옆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두개골이 함몰되고 전신 골절상을 입은 상태였다. 경찰은 전씨가 전날 오후 5시45분~6시10분 사이 선로 3개를 가로질러 건너편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가려다 열차에 치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가 일어난 지 19일이 지난 2일 현재까지 어떤 열차가 전씨를 치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부천 남부경찰서는 사건 초기 의심이 가는 기관차 2대에 대해서만 혈흔조사를 하는 등 초동수사에 허점을 드러냈다.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황승한 경장은 “해당 시각에 역을 통과한 기관사 7명을 불러 조사했으나 사고 당사자를 찾을 수 없었다”며 “이번 주에 나머지 5대에 대한 혈흔조사 등을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씨의 동생 영배씨는 “사고 뒤 시설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철도공사는 용역업체에 물어보라고 하고, 안전관리 책임이 있는 용역업체 쪽은 아예 우릴 만나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위험천만한 작업환경=전씨가 일하던 승강장 끝에서 쓰레기 분리수거장까지는 직선거리로 30여m에 불과하지만, 안전수칙에 따라 선로를 피해가려면 350여m 이상을 돌아가야 한다. 때문에 청소원들은 수시로 규정을 어겨가며 선로를 넘나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전국여성연맹의 이찬배 대표는 “노동자들에게 물어보니 사고 전 대부분 선로 쪽을 통해 분리수거장으로 드나들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부천역에서 만난 한 청소원은 “회사 쪽에서 안전교육을 수시로 받았고, 사고 전이나 뒤나 선로로 통행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같은 날 인근 주안역에서는 청소원이 선로에 내려선 채 역 직원과 태연히 대화를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한국철도공사가 관리하는 수도권 지하철 60개 역 가운데 주안역도 부천역처럼 분리수거장이 선로 바깥에 위치해 있다.

다른 지하철 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위험한 작업환경에 드러나있다고 호소한다. ㅅ역에서 일하는 한 60대 청소원은 “잠시만 정신을 집중하지 않아도 선로로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ㅈ역에서 일하는 김아무개(59)씨는 “천장 청소 때 타는 사다리를 누가 밀쳐 떨어질까봐 항상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