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대 승강장 천장공사(왼쪽), 역삼역 대합실 천장 공사 분진이 떨어지는 모습(오른쪽) ⓒ 안전하고 쾌적한 지하철 만들기 추진위원회

‘석면’ 이걸 몇 년씩이나 들이마셨다는군요
지하철 역사 석면 노출, 앞으로도 쭉 마셔야한다는군요

“망(亡) 근로자 ○○○에서 발생한 원발성 폐암은 노출력 평가 및 산업의학적 고찰 등을 통하여 볼 때, 지하철에서 전기관련 유지/보수 작업을 하면서 석면, 디젤엔진 연소물질 및 다핵방향족탄화소수, 라돈 등 폐암 발암물질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 한국산업안전공단 직업병연구센터의 역학조사 회신 중에서

2005년 7월 36세 지하철공사에서 전기관련 유지, 보수 업무 12년간 해 오던 한 근로자가 폐암으로 사망했다. 그는 폐암의 원인이 될만한 흡연, 과거병력, 가족력 등 어떠한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같은 해 9월 근로복지공단은 직업병으로 인정했다.

△ 23일 ‘안전하고 쾌적한 지하철 만들기 추진위원회’는 정동 세실 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열악한 지하철 지하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 프로메테우스 유정우

모르는 것이 약이 아니다. 알면 조치를 취해야죠

23일 안전하고 쾌적한 지하철 만들기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서울지하철노동조합, 궤도연대,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연맹,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환경운동연합으로 구성)는 서울 정동 세실 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열악한 지하철 지하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회견에서 2006년 11월 서울지하철 환경감독관이 조사한 역사 30개(시료 60건) 중 21개 역사(시료 47건)에서 석면이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추진위에 따르면 그 중 18개 역사에서는 대합실, 승강장 천장 등 시민이 이용하는 공간에서도 석면이 발견(총 41건)되었다. 이들에 따르면 조사된 천정에서는 석면이 최고 25%나 함유되어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지하철이 건설된 83년 이 후 수십 년간 누수, 차량운행으로 인한 진동, 각종 공사 등으로 인한 파손으로 일반 시민 역시 꾸준히 석면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었다는 사실이다. 석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노동부가 서초, 방배, 낙성대역의 시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현재까지 승강장이나 대합실 등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의 천정에서 석면이 검출된 역으로는 영등포구청역, 한양대역, 을지로입구역, 역삼역, 신림역, 시청역, 선릉역, 서초역, 상왕십리역, 삼성역, 봉천역, 방배역, 문래역, 낙성대역, 교대역(2호선), 충무로역(3호선), 숙대입구역, 성심여대입구역(4 호선)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관계당국의 대처는 거의 없다. 추진위는 이미 2001년 4월 원진연구소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가 지하철에 석면이 존재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2001년 당시 가졌던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는 노동부산업안전공단 조사반과 서울시에서 구성한 위원회가 석면이 발생할 수 있는 정확한 노출부를 파악하고 역학조사를 실시하여 사후대책을 마련할 것과 석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작업 가이드라인 마련 및 교육, 훈련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진위는 보고서가 제안한 내용과 대책들이 이후의 모든 작업이나 공사에서 거의 적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109개 지하역사에서 에스컬레이터 등의 편의시설과 냉방화 공사 등 수십 가지의 각종 공사와 작업이 이루어지는데도 ‘석면해체에 관한 법’이 시행된 2003년부터 지금까지 단 9건에 대해서만 노동부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 지하철 현장 근로자들, 별다른 보호장구 없이 무방비로 위해 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 안전하고 쾌적한 지하철 만들기 추진위원회
이들은 지하공간에서 이러한 위해 물질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봤다. 추진위는 “정부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공조덕트 내의 퇴적분진에서도 석면이 검출되었다”며 그 위험성을 설명했다. 환기구를 통해 석면분진이 역사로 유출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하공간을 이용하는 시민이나 그곳에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위험하다. 각종 공사 등으로 많은 부분이 훼손되고 있는 가운데 공기흐름이나 진동 등으로 인해 석면이 지하철 공기 중으로 비산되는데 이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실내에서 순환되기 때문에 지하철노동자나 이를 이용하는 시민 모두에게 폭로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내 대기질 관리 시급하다

우리나라 정부의 관계 당국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추진위는 앞서 언급한 36세 지하철 노동자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노동조합, 환경단체, 보건의료단체, 산재추방단체 등이 안전하고 쾌적한 지하철 만들기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토론회 및 대국민 홍보전, 노동부, 환경부 등 정부부처와의 간담회 등을 진행했다.

이들은 “초기에 노동부는 지하환경 문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임하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6년 2월 주무부서의 국장이 바뀐 이후로 지하 환경의 문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환경부는 추진위와의 간담회에서 ‘앞으로 할 예정이다.’라는 접대용 답변 외에는 들은 바 없다”며 “최근의 전화통화에도 노동부는 ‘지하환경 문제는 지하철 노사가 알아서 해라’, ‘석면의 제거는 국내에는 인프라가 없어 어렵다’라는 등 전형적인 관료주의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위험한 것은 석면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답부터 하자면 ‘아니다’. 이미 지하철역과 같은 지하에는 미세먼지, 라돈, 디젤연소물질, 다핵방향족탄화수소,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미생물 등 많은 위험요소가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미 2001년부터 있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2001년부터 제기해왔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은 석면의 심각한 문제와 한국산업안전공단 직업병연구센터의 역학자료를 바탕으로 지하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 실시 할 것과 합당한 관리기준과 지침을 마련하기위해 서울시, 서울메트로, 정부당국(노동부, 환경부) 당사자인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를 포함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아울러 “서울시와 정부는 서울시민에게 공식적으로 사과는 물론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이번 사태는 서울시, 노동부, 환경부 등이 자신들의 오류로 시민들의 건강을 얼마나 위협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지하철은 밀폐된 공간인데 죽음에 가까운 물질을 살포한 것이다. 그러한 위험 물질을 다루는데 있어 시민의 안전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많은 시민과 그 곳에서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위험에 시민이 노출되어 있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항상 거기에 살고있다. 이는 내버려 진 것”이라며 서울시와 정부 관계당국의 무성의를 질책했다.

이어 임상혁 원지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오늘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정부당국에게 따지기 위해서도 아니고, 서울시를 질책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시민들에게 겁을 주기 위한 것도 아니다”고 밝히고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막아내느냐를 고민해 보자는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관계 당국의 성의 있는 대응을 주문했다.

석면(Asbestos)이란?

△ 확대해서 본 석면의 모습
석면(Asbestos)은 광물성 섬유상 물질을 총칭하는 개념이지만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ion, OSHA)에서는 주로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백석면(chrysotile), 갈석면(amosite), 청석면(crocidolite), 트레모라이트(tremolite asbestos), 안토필라이트(anthophylite asbestos), 악티놀라이트(actinolite asbestos)의 6가지 물질을 석면으로 구분한다.

이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는 방음, 장식, 방열 등을 목적으로 벽, 천장, 철재골조에 뿜칠된 표면재, 각종 배관, 덕트의 보온목적으로 사용되는 단열재, 바닥타일, 천장보드 등이 있다. 하지만 이 석면은 죽음의 물질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석면이 인체에 일으키는 영향으로는 비발암성영향과 발암성 영향으로 구분하는데 비발암성영향(Non-carcinogenic effects)에는 석면폐(Asbestosis)가 있다. 이 석면폐는 진폐증의 일종으로 다량의 석면농도에 노출될 경우 폐에 섬유화를 일으켜 발병하며, 잠복기는 8년에서 25년 정도다.

발암성에 대한 영향(Carcinogenic effects)으로는 폐암(Lung cancer) 및 악성중피종암(Mesothelioma)을 들 수 있다. 석면에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악성중피종암은 석면에 의해 발생하는 특이적인 암으로, 그 발생 위험성은 백석면<갈석면<청석면 순으로 커진다. 악성중피종암은 잠복기가 20년 이상으로 긴 특성이 있어 조기발견이 힘들기 때문에 석면노출을 최대한 억제함으로써 예방해야 한다. 석면은 체내 흡입시 제거되지 못하고 늘 폐에 남아 있다. 또한 작은 양의 폭로라도 건강상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석면으로 인한 폐암, 악성중피종 발생 잠복기는 약 30년 정도로 치료의 방법이 아직은 없다.

해외의 경우 영국에서는 석면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가 연간 약 3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1950년대와 1960년대 1차로 석면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이다. 영국에서는 2030년까지 약 1만 명이 추가로 사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에서는 악성중피종 발생 건수가 100만 명 당 13.9명이고 일본에서는 최근 4년간 148건에서 악성중피종으로 산재보상을 받았다. 유럽의 경우 매년 악성중피종 1만 명, 폐암으로 2만 명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호주는 1945년부터 2001년까지 7027명이 악성중피종을 진단받았다. 국내에서도 이미 서울메트로에서 일하던 노동자에 대해 석면에 의한 폐암 사망을 산업재해로 인정한 경우가 수차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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