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공단 역학조사 범위, 보다 다각적이고 세심해야
여수산단 등 직업병 예방 역학조사 앞서 노사정 입장 개진
지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 실태 조사’와 ‘작업 환경 측정’을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인가.
여수산업단지 석유화학 업체와 포스코 광양제철소, 그리고 일용 건설 노동자 등에 대한 정부의 직업병 예방 역학조사를 앞두고 25일 오후 2시 여수시 선원동 한국산업안전공단 전남동부지도원 3층 세미나실에서 노사정이 간담회를 했다.
노동부가 산업안전공단 직업병연구센터에 역학조사를 의뢰한 것을 두고 노사정이 모인 자리다.
◈ 노동계 입장
노동계는 우선 건강실태의 경우, 여수산단과 광양산단 노동자에 대한 역학조사 범위를 암뿐만 아니라, 직업성 질환까지 확대해서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문길주 산업안전국장은 “여수산단에 암보다는 근골격계 질환과 소음성 난청, 천식, 피부 가려움증 같은 증상을 노동자들이 더 호소한다”며 “이번 역학조사에서 발암성 물질만 조사하는 것은 산업안전공단과 노동부가 헛다리 짚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작업환경실태는 유해물질뿐만 아니라 신체에 부담을 주는 작업과 직무 스트레스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역학조사를 원천적으로 반대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역학조사 주체는 경영계(환경안전팀)와 노조, 전문가집단(직업병연구센터), 정부(노동부)가 공동 참여해 어느 한쪽의 주장만 반영되지 않도록 하자고 얘기했다. 이에 따라 반드시 노조의 참여 보장을 촉구했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의 역학조사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면 재취업 때 불이익이 우려되기 때문에 비밀 보장도 동시에 요청했다.
비정규직은 6개월 이상 근무했으면 조사 대상으로 하고 여성 노동 등 취약 노동자도 조사해야 한다는 것.
◈ 기업 측 입장
반면 회사 측은 노조와 상급단체의 참여는 물론 참관이나 사업장 출입도 허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관계자는 “노동부와 직업병연구센터를 신뢰하지 못하면 끝없는 논란이 걱정된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다만 역학 조사에 외부 전문가를 포함할 경우, 꼭 기업의 참여를 보장해 달라고 했다.
이와 함께 직업성 발병 원인도 개인의 유전적 요인과 흡연, 음주, 운동부족, 잘못된 식생활 등에 대한 조사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비정규직의 경우 고유의 근무조건과 작업환경에 따라 질병 발병 여부가 결정된다며 이에 걸맞은 조사도 당부했다.
역학조사 대상 사업장은 특정 대기업으로 한정하지 말고 전체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하자고 제시했다.
◈ 직업병예방센터 입장
직업병예방센터 박정선 소장은 “입수 가능한 모든 자료를 바탕으로 ‘제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이어 “제대로 측정하도록 노사가 성실히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하자 노동계는 “회사 측이 잘 안내면 어떤 제재를 할 것인지”를 되물었다.
이를 두고 노동부 여수지청 서기원 산업안전과장은 “사업주 쪽을 철저히 감독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여수지청 근로감독관이 여수산단 모 대기업과 건설회사 등 하루에 3군데 업체를 돌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례에서 보듯, 서 과장의 말을 믿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라는 비아냥도 쏟아졌다.
박 소장은 이와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의 역학조사 결과 자료는 개인 차원이 아닌 집단적 차원에서 활용할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직업병예방연구센터는 앞서 전·현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여 일반 국민과 산단 노동자의 암 발생 빈도 등을 비교 분석할 것이라는 계획을 설명했다.
특히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 상태를 ‘등급화’하고 노출 등급별 특정 질병 사망률과 암 발생률도 살피기로 했다.
역학조사는 올해 1월 전문가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5~11월에 1차 연도 현장 조사에 들어가며 12월에 중간 평가를 거친 뒤 2008년 1~9월에 2차 조사를 벌이고 연말 쯤에 결과를 발표한다는 복안이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 민주노총은 박상일 여수시지부 의장과 오종효 광양시지부 의장 등 지역 노동계 대표들이 모습을 보였으나 LG화학과 남해화학 등 기업은 공장장이 아닌 팀장 등 실무자 수준에서 참석해 노동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전남CBS 고영호 기자 newsman@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