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여부 10달 째 감감 무소식
[ 2007-03-14 오후 5:36:10 ]
근로복지공단 여수지사가 건설 노동자에 대한 산재 여부 결정을 10달 이상 늦추고 있어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업체가 밀집한 여수산업단지 등에서 17년을 일한 이모씨는 지난해 1월 감기를 동반한 급성폐렴 증세를 보였다.
통원치료를 해도 좋아지지 않자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조직 검사를 한 결과 폐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용접공이 작업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드는 ‘비계공’으로 건설 현장에서 일해왔으며 10여 년 동안은 마스크도 쓰지 않고 비계 틀을 설치하거나 철거하면서 먼지를 마시는 것이 다반사였다.
3일에 한 갑 피우던 담배는 3년 전에 끊었고 가족 가운데 암으로 입원하거나 숨진 사례도 없다.
이런 진단에 따라 이씨는 지난해 6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신청을 냈으나 10달이 흐른 지금도 산재 승인 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있다.
반면, 여수산단에서 30년간 용접공으로 일한 정모씨는 폐암 2기 판정을 받고 지난해 7월 요양 신청을 내자 근로복지공단 측이 12월에 산재를 승인했다.
이씨와 정씨 모두 폐암 판정을 받았지만 산재 승인 결정 기간에 이처럼 차이가 난 데 대해 노동계는 대규모 시위와 천막농성으로 맞서며 반발했다.
여수지역건설노조 김행곤 노동안전국장은 “이씨가 건설 현장에서 폐암에 치명적인 석면포를 사용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는데 산재 승인이 늦어지는 것은 불승인하려는 의도가 짙다”며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 여수지사 관계자는 “폐암 판정과 직업병의 상관관계에 대한 역학조사가 필요해 지난해 8월 산업안전공단 부설 직업병연구센터에 의뢰했는데 아직 센터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전남CBS 고영호 기자 newsma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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