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콜트악기, 골병드는 노동자
생산직 90% 근골격계 통증 호소…산재환자 5명 ‘정리해고’될 처지

정정천 기자/매일노동뉴스

세계 1위 기타제조업체 인천 소재 콜트악기에서 일하고 있는 다수의 생산직들이 직업성 산업재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산재상담·교육 전문기관 ‘건강한 노동세상’에 따르면 인천 부평 소재 콜트악기 생산직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다수의 노동자들이 근골격계와 천식, 만성기관지염 등 직업성 산재를 호소했다.

조사에서는 콜트악기에서 생산하는 기타의 목재 가공, 도색(사상중도, 상도), 광택, 조립, 조율 등의 과정 전반에서 산재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14~15일의 설문조사에서는 생산직 전체 147명 가운데 104명에 응답했다. 응답자의 평균 연령은 44.6세로 평균 근속연수는 11~15년 사이다.

근골격계의 경우 107명의 응답자 가운데 94명(90.4%)이 목, 어깨, 허리, 팔, 손목, 무릎 등의 부위에서 통증을 호소했다. 어깨와 목이 83명(79.8%)과 65명(62.5%)로 많았다. 이어 손목(62명, 59.6%), 허리(51명, 49%) 순으로 나타났다.

근골격계란 단순 반복 작업에 따라 허리, 목, 어깨, 팔다리 등에 통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가벼운 근육 피로가 풀리지 않고 오래 누적돼 나타난다. 용접, 조립, 운송, 컴퓨터, 사무, 설계 과정에서 주로 생긴다.

건강한 노동세상은 미국 노동안전보건청 기준을 적용, 응답자 가운데 83명(79.8%)을 지속적인 관리대상자로 분류했다. 이 단체는 또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 기준을 적용, 48명(46.2%)은 의학적 관리가 필요한 유소견자로 분류했다.

장안석 사무처장은 “유소견자의 절반 정도가 산재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산업재해 유해요소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마련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목재 가공과 도색과정에서의 천식과 만성기관지염의 통증을 호소하는 생산직도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 104명 가운데 39명(37.5%)이 천식 의심자로, 21명(20.2%)이 만성기관지염 의심자로 분류됐다.

작업성 천식은 화학물질에 의해 발생한 것이 대부분이다. 염료, 폐인트, 분진, 목재 분진 등에 발생하는 직업병으로 자동차 및 관련부품 제조업이나 가구제조업, 악기 제조업 등에서 주되게 발생한다. 만성기관지염은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먼지가 원인으로 폐기능에 이상을 초래한다.

이번 조사는 올해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회사측 구조조정 진행과정에서 조합원들의 고충처리차원에서 이뤄졌다. 금속노조 콜트악기지회 관계자는 “작업과정에서 제대로된 보호장치와 예방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작업자들이 느끼는 고통이 심각한 줄은 몰랐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콜트악기 관계자는 “개별 생산직들이 그렇게 느낄 수는 있지만, 산재예방 관리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다른 악기제조업체에 비하면 근무환경이 양호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콜트악기는 지난 13일 천식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5명을 포함시킨 38명의 정리해고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콜트악기 전체적으로는 7명의 생산직이 산재를 인정받고 있다. 또 38명 가운데는 8명의 노조활동 간부가 포함되는가 하면, 여성이 23명으로 60%를 차지했다.

노조는 “불합리한 구조조정”이라고 비난하고 있고, 회사는 “종합평가를 통해 정리해고 대상자가 결정됐다”며 맞서고 있다.

2007년03월20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