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늑장처리’ 의혹 국가인권위에 진정
민주노총 광전본부 “석면노출로 폐암 사망, 1년3개월째 산재승인 미뤄”
김미영 기자/매일노동뉴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가 건설현장에서 석면에 노출돼 폐암에 걸린 노동자의 산재요양승인을 1년 이상 방치해온 근로복지공단의 행정처리를 국가인권위에 진정했다.
19일 광전본부는 지난 9월 폐암으로 사망한 고 지항춘씨와 관련해 “근로복지공단의 무책임한 업무처리 행정으로 고인과 유족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면서 “침해된 권리를 회복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인권위에 접수시켰다.
고인은 지난 1985년부터 건설현장에서 설비와 보온작업 등을 해오다 지난 2005년 10월 폐암진단을 받았다. 그해 12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지금까지도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의뢰로 산업안전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실시한 역학조사 결과, 고인의 사망은 “장기간 공사현장에서 작업하던 중 석면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져, 업무상 질병에 가까운 것으로 판정됐다. 그러나 민주노총 광전본부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광주지역본부는 고인의 최종사업장이 천안이기 때문에 관할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천안지사로 이관했고, 천안지사는 석면에 노출된 사업장을 천안에서 찾을 수 없다며 다시 서류를 광주지역본부로 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이에 폐암으로 투병 중이던 지씨는 끝내 운명을 달리했다.
민주노총 광전본부는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에서 산업안전공단 역학조사 결과 망인의 석명 노출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한 기간(1985-1993)에 어느 현장에서 무슨 일을 하였는지 모른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유족보상처리를 미루고 있다”면서 “오히려 유족들에게 근무경력을 찾아오면 유족보상을 처리해주겠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요양신청 접수 후 1년3개월을 넘어가고 있음에도 산재 유무를 판단하지 않자 유족들은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근로복지공단의 늑장처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으며 결국 국가인권위를 찾게 된 것이다.
2007년03월20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