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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재발방지대책합의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고,

사과」ㆍ「보상에 대한 교섭 약속을 이행하라

 

일시 : 2016. 1. 13.() 오전 11:00

장소 : 반올림 농성장 앞(강남역 8번출구)



기자회견문>

 

삼성은 재발방지대책합의내용을 성실히 이행하고,

사과보상에 대한 교섭 약속을 이행하라

 

어제 반올림은 삼성과 재발방지대책에 합의했다. 조정위원회가 작년 11다른 의제들은 일단 유보하고, 우선 재발방지대책에 집중하자고 제안하여 시작된 논의가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이번 재발방지대책합의에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번 합의를 통해 비로소 삼성반도체 공장의 안전보건 문제는 외부 독립기구의 장기적인 진단과 평가를 받게 되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옴부즈만 위원회가 반도체 공장의 유해인자 관리 실태회사의 건강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작업환경의 건강영향에 대한 역학조사도 실시하여 개선방안을 제시할 것이고, 그에 대한 삼성의 이행여부도 평가할 것이다. 그러한 점검과 조사결과, 평가의 내용들은 모두 공개될 것이다. 나아가 삼성은 산재보상 신청을 한 노동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하고, 옴부즈만 위원회는 정보공개 및 영업비밀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안도 마련해야 한다.

 

삼성반도체 공장의 안전보건 상황이 사회적 감시를 받게 된 것이다. 지난 9년의 반올림 투쟁과 지난 3년의 교섭, 무엇보다 최근 100일간의 노숙 농성이 이루어낸 값진 성과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세 가지 문제 중 하나를 이루었을 뿐이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서는 세 가지 교섭(조정)의제인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이 모두 합의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사과’, ‘보상논의에서는 어떠한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 삼성이 교섭(조정) 약속을 파기한 채 자체적으로 강행한 사과와 보상을 앞세우며, 관련 논의를 계속 거부해 왔기 때문이다.

 

삼성은 어제 재발방지대책 합의 직후 발표한 글에서 조정권고안의 기준과 원칙을 기초로 보상과 사과가 진행된 데 이어 예방문제에 대해서까지 완전히 합의에 이르렀다, 마치 이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처럼 말했다. 명백한 거짓이고 기만이다.

 

지금 삼성이 하고 있는 사과는 어떠한가. 

삼성은 임의로 작성한 사과문을 보상 신청자들에게 개별 발송하고 있다. 그 내용은 20145월 권오현 대표가 발표한 공개 사과문과 다를 게 없다. 그저 아픔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는 공허하기 짝이 없는, 사실상 아무런 잘못도 인정하지 않아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위로도 될 수 없는 말 뿐이다. 조정권고안은 사과에 대해서 매우 구체적인 내용과 방식을 제안했지만, 삼성은 이를 전면 거부한 채 자기 멋대로의 사과를 밀어 붙이고 있다.

 

지금 삼성이 하고 있는 보상은 또 어떠한가

삼성은 지난해 9, 자신들이 직접 보상 대상을 심사하고 보상 내용까지 정하는 자체 보상 절차를 강행했다. 조정권고안은 독립된 외부기구에 의한 공정하고 투명하며 안정적으로 계속될 수 있는 보상을 권고했지만, 삼성은 일방적이고 폐쇄적일 뿐 아니라 한시적인 보상을 실시했다. 보상 대상에 있어서도 조정권고안의 내용과 달리 질병의 종류, 발병 시기, 업무 내용 등으로 상당수의 피해자들을 배제했다.

 

그 보상절차를 직접 겪은 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실상은 더욱 심각하다. 삼성은 보상신청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일방적으로 산정한 금액을 제시하며 합의를 종용해 왔다. 보상신청자들이 구체적인 산정 기준을 물으면 회사 내부기준에 따른 것이다. 이의를 제기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못 박았다. 심지어 조정권고안에 따른 보상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 조정권고안의 내용을 허위로 알리기도 했고, 모든 보상대상자들에게 치료비는 전부 지급할 것처럼 공지해 놓고 그 일부만 지급하기도 했다. 공표한 보상기준에서 배제된 피해자들에게 다른 명목의 금전 지급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동안 삼성은 보상과 관련하여 원칙과 기준을 강조해왔지만, 정작 피해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서는 온갖 꼼수와 협잡을 벌여 왔던 것이다.

 

요컨대 지금 삼성이 벌이고 있는 사과보상은 교섭 주체인 반올림과는 아무런 논의도 거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조정권고안의 취지와 내용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들이다.

 

그리하여 반올림은, 삼성이 사과보상에 대한 논의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지금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삼성반도체LCD 직업병 피해자는 총 222명이다. 사망자는 지난 달 사망한 이지혜 님을 포함하여 총 76명이다. 반올림에 알려진 숫자일 뿐이니 실제 피해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들에 대한 사과보상의 문제는 지금 삼성이 고수하는 독단적인 방식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삼성은 이제라도 반올림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러한 요구는 사실 매우 단순하고 또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반올림에 누가 먼저 대화제안을 했던가. 반올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누가 조정절차 도입을 강행했던가. “중재안이 나오면 따르겠다”(14/5/14), “사과, 보상, 재발방지 등 3가지 의제에 대해 성실히 대화하겠다”(14/5/30), “조정에 참여하여 모든 현안을 성실하고 투명하게 논의하자”(14/10/21)며 거듭 약속하고 요구했던 이는 또 누구인가. 모두 삼성이다. 그 약속들을 이제라도 지키라는 것이다.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는 기업이 사회적으로 공언한 바를 아무렇지 않게 파기해서야 되겠는가. 그 기업을 위해 일하다 희생된 피해자들이 가졌던 신뢰를 이렇게 짓밟아서야 되겠는가.

 

반올림은 사과’, ‘보상에 대한 삼성의 태도에 올바른 변화가 있을 때 까지 계속 싸울 것이다. 삼성전자 앞에서의 노숙농성도 더 힘있게 이어갈 것이다. 지난 9년여 동안의 활동과 최근 100일간의 노숙 농성, 고되고 더딘 싸움이었지만 적지 않은 변화와 성과들이 있었다. 매순간마다 진심어린 응원과 연대의 마음들도 있었다. 그러한 성과와 연대에 힘입어, 이번에야 말로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매듭지어 질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16.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