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만든 병원 측정결과 신뢰못한다?”
근로복지공단 서울본부 항소이유서 ‘물의’
연윤정 기자/매일노동뉴스
“연구소 특성이 원진직업병관리재단 자체가 노동자 내지 노동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설립한 기관으로 객관적인 의학적 판단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한쪽에 치중하는 경향이 높은 기관적 특성을 보이고 있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서울본부가 법원에 낸 항소이유서의 일부다.
‘위니아 만도’에서 13년간 근무한 박민형(가명)씨는 2005년 건강검진 결과 소음성난청이란 진단으로 장해보상신청을 했으나 근로복지공단 서울본부는 “과거 청력에 이상이 없었고 청력이 갑자기 나빠져 돌발성 난청일 것”이라며 불승인됐다.
결국 박씨는 행정소송을 진행해서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근로복지공단 서울본부는 이에 불복하면서 ‘원직직업병관리재단이 노동자들이 만든 단체이니 노동자 편향’이라는 취지의 항소이유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2006년 상반기 ‘위니아 만도’ 작업환경측정을 맡았던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높은 소음이 측정됐다는 결과가 1심 재판시 증거로 제출돼서 박씨의 승소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측은 발끈했다. 이미 박씨 이전에도 ‘위니아 만도’에서는 사업장 소음성 난청자(2005년)가 발생한 경험이 있었고 박씨가 1997~2005년 건강검진 결과에서 지속적 청력이 감퇴되고 있었던 것.
연구소측은 “우리 연구소는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해 국가로부터 지정받는 지정측정기관이고 환경·산업보건 관련 박사 3명, 석사 8명, 학사 5명의 국내 최고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단지 노동자 내지 노동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설립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근로복지공단 판단이야말로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고 우리 연구소를 지정측정기관으로 지정한 노동부의 판단을 폄하한 것”이라고 근로복지공단 서울본부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
원진직업병관리재단은 과거 원진레이온 직업병 환자들이 기금을 모아 만든 곳으로 부설로 녹색병원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있다.
결국 요구에 근로복지공단 서울본부는 연구소측을 찾아와 뒤늦게 사과하고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항소이유서의 일부분을 철회하는 공문을 보내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의 노동자와 노조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2007년04월10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