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건강할 권리를 헌법에, 건강할 권리를 외치다’ 
토론회 지상중계  
기록 및 정리 : 정우준 / 노동건강연대 
2018년 11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는 모든 사람이 아프지 않고 건강할 권리, 즉 건강권을 새로운 헌법에 담고자 열린 행사이다. 
지금의 헌법은 제36조 3항을 통해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열린 토론회는 현행 헌법체제에서 보장된 ‘보건권’을 확장해 ‘건강권’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토론회에서 다양한 시민들이 자신의 경험 속에서 건강권이 왜 모두에게 필요한 기본권인지를 증언해주었다. 지역사회, 학교, 작업장, 병원과 같은 장소에서, 성소수자, 청소년, 노동자, 저소득층, 모든 사람에게 의료 서비스뿐만 아니라 건강할 권리가 헌법을 통해서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① 학교 급식 노동자 박화자 

박화자씨는 12년째 학교급식노동자로 근무하고 있다. 그녀가 하는 일은 시간 내에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일이다. 10명도 안 되는 적은 인원이 정해진 시간 내에 수백인분의 음식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의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160도가 넘는 기름 앞에서 튀김을 튀기고, 무거운 식자재를 들어야하며, 뛰어다니다가 젖은 바닥에 미끄러지는 일이 잦지만 학교는 노동환경 개선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급식실 후드가 고장 나서 여름에 50, 60도까지 급식실 온도가 올라갔지만 비용을 이유로 1년 반 동안 고쳐주지 않았다. 동료 한 명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나서야 학교는 후드를 고쳐줬다. 그러다보니 “산재사고도 많이 나고, 노동 강도가 세지다 보니까 근골격계 질환이 점점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동료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도 학교의 눈치를 봐야하니까 산재 요청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산재를 당당하게 받을 수 있으면 좋겠”고, “다쳤을 때나 골병 들었을 때 산재로 당당히 해서 쉴 수 있도록 하고”싶다고 이야기한다. 급식실 환경을 개선해 살 맛 나게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일과의 대부분을 보내는 작업장의 노동 조건은 시민의 건강에 아주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② 성소수자 청소년 위기지원센터 띵동 활동가 이인섭 
이인섭씨는 성소수자 청소년을 상담해주고 지원해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동성애 성정체성을 지닌 청소년은 또래 청소년보다 두 배 많이 자살을 시도하고, 노인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렌스젠더)는 다른 노인에 비해 더 큰 사회적 고립과 의료에 대한 높은 장벽을 경험한다. 성소수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의 주된 위험 요인은 그들의 유전적, 개인적 요소가 아니라 차별과 혐오와 같은 사회·문화적 요인이다.  
청소년 성소수자는 성소수자임이 밝혀지면 학교 내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가정에서도 커밍아웃 이후 폭력이 많이 발생한다. 성소수자에게 가장 힘든 것은 자신의 정체가 들어나지 않기 위해 “자기 자신을 속이고 살아가야 되는”일이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직업을 잃을까봐, 따돌림 당할까봐 정체성을 얘기할 수 없는 거예요. 그게 답답하고 힘들고 정신적으로 해를 끼치는 일” 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성소수자의 정신건강 문제는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다. 
건강권이 인권의 문제라고 할 때, 인권은 곧 살아감에 있어서의 중요한 부분, 인간으로서 잘 살아갈 수 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성소수자는 한 인간으로 제대로 살아가고 있을까. 차별과 혐오를 없애는 것, 그것은 기본권으로서 건강권이 보장해야 할 또 다른 영역일 것이다.      
③ 당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유종준

당진은 1999년 석탄화력발전소가 도입되어 가동되고 있는 지역이다. 최근 9, 10호기의 가동으로 당진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이 되었다. 값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비수도권인 당진에 발전소가 대규모로 건설된 것이다. 대대적인 발전소의 건설은 당진을 전국에서 대기오염물질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 지역으로 만들었다. 2014년도 오염취약 지역 조사에 따르면 체내 중금속, 뇨 중 비소, 사회심리적 스트레스, 호흡기 질환 등 당진 지역 주민의 건강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국민건강보험 공단자료분석에서 당진 지역의 암발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했는데 99년도 발전소 가동 이후에 지금까지 24명의 암환자가 발생했어요. 그 중 13분이 돌아가셨고 11명이 투병하고 계시죠. 물론 그 전에도 암환자가 발생하긴 했대요. 근데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거예요 유독 발전소가 가동을 한 이후에 급증했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화력발전소와의 인과관계에 대한 조사는 실시되지 않고 있다. 
“가난한 지역, 가난한 마을이 환경도 나쁘고 건강도 안 좋더라고요“ 수도권과 산업계의 이익만을 위하느라 비수도권 국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상황을 변화시키려면 민주주의가 우선이다. 
 
④ 성남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활동가 백승우 
성남은 1973년 시로 승격된 이후 분당, 판교 개발로 현재 인구 백만에 이르는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구도심과 신도심의 격차는 매우 크다. 의료기관의 경우 대형병원이 신도시에 위치하고 있고, 구도심에 있는 민간병원이 폐업하면서 중증질환과 응급의료에 대한 공백이 발생했다. 공공의료성남행동은 공공병원 설립을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이다. 구도심과 신도심의 건강격차가 크다보니 “생활의 질의 격차가 워낙 심하니까 시민들이 갖는 박탈감 되게 크”고 “실질적으로 시민들이 아프면 서울대 병원이나 이런 곳에 가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시민들은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거리, 아파도 재정적인 상황이 안 좋아도 적정 진료를 받을 수 있” 기를 원한다. 
현재 성남 공공의료기관은 시민의 거센 요구로 실천되어 설립을 시작했지만 건설사의 법정관리로 인해 중단된 상태이다.   
⑤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치이즈 
치이즈씨(가명)는 고등학교 생활이 힘들어 학생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생애주기에서 가장 활발하고 건강해 보이는 청소년이지만, 청소년은 학교, 학생이라는 이유로 갖은 차별과 통제를 겪고 그 때문에 다양한 건강문제를 겪고 있다. 고등학교 기숙학교에서의 경험은 통제와 차별이 건강문제를 일으키는지 보여준다. 
“기숙학교에서 7시 50분까지 등교했고 밤 11시 반까지 야자를 했어요. 수면부족 보다는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시험이 한 달이 아니라 정말 일주일 간격으로 쪽지 시험들이 있잖아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는 버릇이 생겼어요. 졸리지도 않는데 억지로 그냥 자는 거예요.  아웃해버리는 느낌이었어요.” 소화불량과 편두통은 청소년의 만성질환이 되었다.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스트레스, 영양, 주거 노동 문제 등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학생은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학생이니까 견뎌라, 어린아이가 무슨 건강이냐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 성인이 될 때까지 몇 년 고생하면 된다는 인식은 청소년의 건강문제를 ‘지금’의 문제로 여기지 않게 만든다. 청소년의 아픔의 건강이, 미래를 위해 견뎌야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존중되고 보장되어야 한다. 
⑥ 건강보험 체납 피해자 김금선 
김금선씨는 5년간 약 150만원의 건강보험료를 체납했다. 남편은 쉬는 날 없이 일하지만 경기가 나쁜 탓에 생활비를 주지 않았다. 건강보험료가 체납되자 병원에 갈 수 없었고, 아픈 몸은  더 나빠졌다. 무릎은 계단을 내려가지도 못 할 만큼 아팠고, 갑상선항진증 후유증이 심헀지만 치료받지 못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체납에 대해 압류, 독촉 통지만 보냈지, 왜 체납을 했는지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병원 가는 게 두려어요. 언제 끊겨 있을지 모르니까. 그래서 병원도 웬만하면 가지도 못하고.” 아이들에게는 “아프지 말라 그러죠” 또 열한 살 아이가 “너무 성격이 활발해서, 부러질까봐 다칠까봐 정말 알게 모르게 노심초사 키”울 수 밖에 없다. 
김금선씨에게 건강은 권리가 아니다.  
문 : 헌법에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해서 보호를 받는다. 이걸 혹시 아셨어요?
답 : 아니요. 전혀 몰랐죠. 
문 : 건강은 권리다, 인권이다. 이런 거는?
답 : 아니죠. 자기 문제인 줄 알았죠.
문 : 헌법에 건강과 관련해서 뭐라고 한마디라도 넣었으면 좋겠다. 이런 게 있으신가요?
답 : 너무 광범위한 느낌이라. 누구나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런 거.
2016년 7월 기준으로 6회 이상 보험료 체납으로 건강보험 급여를 제한받고 있는 지역가입자는 134만 7천 세대, 사업장은 3만 7천 개소이다. 이 중 월 보험료 5만 원 이하 ‘생계형’ 체납 세대는 체납 세대의 67.4%, 2년 이상 ‘장기’ 체납 세대는 체납 세대의 53.4%이다.  
⑦ 장애인 가족 최은경 
최은경씨는 뇌병변 사지마비 와상 1급에 지적장애 1급의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어 타인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들을 키우고 있다. “제가 예전에 일산 호수공원을 가는데 거기 구름다리처럼 해놨더라구요. 장애인들한테 하는 그건 완전히 죽음의 다리죠.”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건강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난다. 최은경씨 아들의 경우 학교에 가면 경직으로 인해 다리가 뻗치기 때문에 아침 9시부터 가슴과 다리를 꽁꽁 묶어놓는다. 그럼 12시까지 혼자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그 자세로 굳어질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학교에 치료사가 상주하고, 수업 안에 치료가 들어 있어야 하지만 최근 치료사가 사라지고 치료에 대한 부분이 현금지원으로 바뀌었다. 장애인은 다양한 치료와 보조기기를 필요로 한다. “저희 아이처럼 설 수가 없는 아이들은 엑스레이 서는 것조차 제대로 못 서거든요. 그런 기계 자체가  제대로 되어 있는 게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