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록하고 되짚다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다음 국어사전에서 
사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관심을 끌만한 일
사태: 벌어진 일의 상태나 일의 되어 가는 형편
위키피디아에서 
사건: 사건(事件)은 무엇이 특정 시간에 일어난 것을 뜻한다. 사람들은 사건의 중요성을 주관적으로 정의하는데 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역사를 돌이켜서 각각의 구간을 구분할 때 사건의 중요성을 소급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휴대폰 부품공장 노동자들이 메탄올이라는 투명한 액체를 다루다 시력을 잃은 일에 대하여 무어라 불러야 할까. 여러 가지로 명명해왔지만 대체로 메탄올 사건 또는 메탄올 사태로 불리어왔다. 국어사전을 보니 사건이라 불러도 되고, 이후 일이 돌아가는 형편도 같이 살피고 있기 때문에 사태라 불러도 되는 것 같다. 
무어라 부를 것이냐, 라는 한가한 소리를 할 형편은 아니다. 이 사건은 많은 함의를 갖고 있다. 모든 종류의 직업병 사건은-다른 사회적 사건들이 그렇듯이- 계급과 노동, 보건의료, 정치적 맥락을 갖지만, 메탄올 사건은 이 맥락을 새롭게 또는 강력하게 해석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에서 ‘공장알바’ ‘생산직알바’ 로 일자리를 구하고, 연락이 오는 당일로 봉고차에 실려 공장으로 가는 고용형태부터, 현재 산재보험이든 사회복지시스템이든 어디에서도 적절한 도움과 재활을 받지 못하는 6명의 시각장애인으로 남기까지. 구체적 기록과 사회적 정치적 맥락 까지 끊어서 짚어야 할 대목이 많다. 
이번 기획에서도 익숙한 문제 몇 가지만 우선 짚어보았을 뿐 국가를 상대로 해 보려고 하는 손해배상청구라는 큰 프로젝트가 있고, 6명의 각 노동자가 보여주는 특수성과 보편성이 있다.
산재보험이 이 기획에 들어간 것을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6명의 노동자는 바로 산재보험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데 이 지점이 산재보험제도의 허약한 토대를 보여준다. 평소 산재보험은 장벽을 높게 쳐서 이용이 어렵다. 조금만 아파서는 참고 일한다. 메탄올은 사회적 주목을 받으니까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산재보험 처리를 했다. 그러나 산재보상금 지급 이외에 시각장애를 입은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보험으로서의 산재보험은 거의 없다. 산재보험 재활사업은 근로복지공단 이미지광고에서나 볼 수 있다.
메탄올 사건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스토리 펀딩으로 네티즌을 만나 1700만원이 넘는 돈을 후원받았다. 뜻하지 않은 불행을 만나 ‘피해자’가 된 이야기 자체로 큰 흡입력을 가졌다. 실명과 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한다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큰 결심이었다. 우리 단체로서도 고민이 깊었다. 그래도 사려 깊은 시민들의 동참으로 큰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후원자를 모시고 토크콘서트라는 행사까지 마쳤다. 보여주는 행사에는 한계가 많다. 그래도 마이크를 타고 나온 말들의 적지 않은 무게를 우리는 놓치지 않으려 한다.  
시간이 좀 지났지만 메탄올 사건의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일지도 첨부한다. 이 일지는 계속 업데이트 될 것이다. 우리는 메탄올 사건의 기록과 제도개혁의 지점,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 대한 추적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