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건강연대가 이주노동자 건강과 안전 관련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여 활동을 하지 않은지 꽤 되었다. 인력과 예산은 적은데 할 일은 넘쳐나기에 노동건강연대에게 선택과 집중은 늘 중요한 과제다. 중요하면서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모든 문제가 다 저마다 심각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의 크기, 심각성, 해결가능성, 활동가들의 관심 등을 종합하여 일의 우선순위가 정해지는데 이주노동자 관련 사업은 2006년 정도 이후부터 노동건강연대의 주요 사업에서 빠졌다. 2001년 창립 이후 2005년 정도까지는 이런저런 이주노동자 관련 사업이 있었는데, 2006년부터는 거의 없어졌다.

 

당시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이주노동자 안전과 건강 관련 사업을 해보려 이런저런 시도를 했고, 그에 따라 관련 사업을 하는 단체 혹은 기관이 늘어났다. 꼭 노동건강연대가 하지 않아도 정부가, 다른 단체들이 관련 사업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노동건강연대는 새로운 사업을 기획했다. 이 때가 기업살인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한 때와 겹친다.

노동건강연대 독자적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주노동자들은 국적, 민족 등으로 나뉘어 있어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에 한계가 있었고, 언어가 장벽으로 작용하여 사업을 벌여나가기 어려운 때가 많았다. 요구되는 사업의 성격도 주로 교육, 정보 전달, 의료 지원 등으로 한정되어 있어 노동건강연대 사업의 성격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후 10년이 지났다.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안타깝게도 이주노동자 건강과 안전 관련 환경과 구조는 10년 전에 견줘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오히려 더 안 좋아진 듯하다. 이주노동자 건강과 안전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 접근 수준, 일반적인 노동권 보장 수준, 체류자격의 안정성 및 시민권 획득의 용이성, 이주노동자 커뮤니티에 대한 포용성 등 사회구조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이러한 환경 및 구조는 지난 10년간 거의 나아진 게 없다.

사회구조나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위험은 더 증가하는 양상이다. 10년 전에는 매우 소수에 불과했던 농업, 어업, 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세계적으로 농업, 어업, 축산업은 안전과 건강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업종이다. 한국의 농업, 어업, 축산 관련 사업장은 그 규모가 매우 영세하여 특히 더 많은 위험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50인 미만 농업, 어업, 축산업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도 아니다. 정부의 관리 감독 사각지대인 것이다.

위험하고 어렵고 지저분한 작업은 이주노동자 몫이 되는 제조업 작업장의 경향도 더 심화되었다. 이들의 죽음이나 건강 피해는 소리 소문 없이 묻히는 경우가 많아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최근 제주도 예멘 난민과 관련한 논란에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주민에 대한 막연하고 비합리적인 두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