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중 사고 ‘업무상 재해’ 범위는
공식행사 참석만 해당 자발적 2·3차는 제외
김백기기자 bkikim@munhwa.com
회사 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차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2차에서 술이 취해 화장실 계단에서 굴러 다친 경우는 어떻게 될까. 법원은 직장 회식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것과 관련, 업무의 연속성, 행사의 공식성, 참석의 강제성 등을 중요한 잣대로 사용하고 있다.
의류업체 부장이던 김모씨는 2004년 12월 신임 팀장 환영식 2차 술자리에서 계단에서 굴러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숨졌다. 이 사건과 관련, 서울행정법원 6부는 “팀원 6명만 참석한 데다 팀장이 최종결제해 사업주가 참석을 지시한 공식행사로 보기 어렵다”며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급여지급을 요구하며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2004년 말 회사 송년회에 참석했던 이모씨는 2차에서 3차로 자리를 옮기던 중 교통사고로 숨졌다. 서울행정법원 5부는 “회사측이 비용을 댄 1, 2차 회식과 달리 3차 술자리는 개인 비용으로 부담한 것으로 보이고 이씨가 술자리에 참석하려 했음을 입증할 증거도 없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조선소 용접공인 박모씨는 지난해 2월 팀 회식에서 손가락을 다쳐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냈지만 ‘비공식 모임’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박씨는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울산지법 행정부는 “참석이 강제된 회식도 아니고 비용도 팀원들이 부담했기 때문에 사용자의 관리를 받고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며 “설사 공식적인 자리라고 해도 박씨의 부상은 부주의한 행동 때문으로 업무연속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반면 김모씨는 2005년 회사 회식에 참석했다 화장실에 가던 중 추락사했다. 서울행정법원 5부는 지난해 “거래처 손님을 접대하는 자리로서 불참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회식도 회사가 지배하는 행사에 참여했다면 업무의 연장에 해당한다”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은 회식 2차로 갔던 노래방에서 부상을 당한 우체국 공무원 윤모씨에 대해서도 “공식 행사의 일환으로 예정됐던 2차라면 업무상 재해”라고 판결했다.
김백기기자 bki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