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석면의 공포] (중) ‘위험지역’ 지하철역
“예상보다 심각하다. 곳곳에서 석면이 검출됐을 뿐만 아니라 석면이 공기중에 날리는 비산(飛散) 가능성도 크다.”
서울신문이 한양대 노영만 교수팀이 작성한 방배역 ‘석면지도’를 분석한 결과 승강장·역무실·매표실·대합실·복도·계단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12일 나타났다. 지하철 석면지도는 국내에서 처음 작성된 것이다. 정부·학계·지하철노사·시민단체의 석면 전문가 20명으로 꾸려진 태스크포스(TF)팀은 방배역 석면지도를 보고 심각성에 의견을 같이했다. 방배역은 내년 초부터 폐쇄될 전망이다.
●석면지도 작성… 예상보다 심각
승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배역 승강장 천장의 35개 채취 시료에서 모두 석면이 발견됐다. 승강장 천장에서 석면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바닥에 떨어진 2개 시료에서도 석면이 검출됐다. 승강장 천장에 뿜칠된 석면은 열차 통과시 발생하는 강한 열차풍으로 비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승강장 천장과 벽, 내부 계단 천장, 민원실 바닥에서는 백석면 외에 트레몰라이트 등 독성이 강한 석면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성균관대 의대 김동일 교수는 “트레몰라이트 등은 백석면보다 발암 위험이 100배 이상 높다.”면서 “대부분 백석면이 수입된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독성이 강한 다른 종류의 석면도 많이 수입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백석면보다 발암위험 100배
김 교수는 “공기중 석면 농도는 공공장소 기준치(0.01개/㏄)보다 낮지만 기준치는 다분히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고, 극소량에 의해서도 중피종이 유발된다.”고 경고했다.
신설동역도 대표적인 위험 지역으로 꼽힌다.TF팀은 역사 폐쇄보다는 심야 시간대 작업을 권고했다. 환승역이어서 폐쇄가 쉽지 않은 데다, 승강장 천장보다는 열차가 지나는 선로 천장에 석면 뿜칠이 많이 돼 있어 운행을 전면 중단하지 않는 한 역사 폐쇄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는 일단 방배역과 신설동역의 석면부터 처리한 뒤 석면이 검출된 다른 역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영등포구청·한양대·을지로입구·신림·시청·선릉·상왕십리·삼성·봉천·문래·낙성대·교대·서초·충무로·숙대·성신여대입구 등 조사한 17개 역에서 모두 석면이 검출됐다.
서울메트로 노조 허철행 산업안전부장은 “조사한 역은 의심이 가는 곳을 선택해 조사한 것뿐이며, 서울의 다른 역사나 개통된 지 오래된 부산지하철도 조사를 하면 석면이 검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의 자체 조사결과에서 서울 1·2·3·4호선에 건축마감재와 환기 및 전기설비, 전동차 부품 등에 석면이 사용됐다.1∼4호선 모두 1993∼2000년 실시된 역사 리모델링 공사에서 석면자재를 철거한 다음에 다시 석면자재로 재시공됐다.
심각성에 비해 석면 제거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비산 가능성이 있는 방배역은 이달 중순부터 응급조치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제거작업 업체도 선정되지 않았다.
서울메트로 김근수 시설본부장은 “제대로 된 업체가 없어 섣불리 나섰다가는 오히려 비산을 촉진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창구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