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YOURSELF(너 자신을 사랑하라).”

 

방탄소년단(BTS)의 ‘기승전결 4부작’ 앨범 시리즈 주제다. BTS는 지난해 유엔 연설에서도 ‘너를 세상에 말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보건의료단체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들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노동자들이 위험한 일은 당당히 거부하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LOVE YOURSELF: 아프지 않고 일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이라는 안내서를 만들었다. 표지와 4부 구성까지 BTS 앨범과 똑닮았다. 지난 8월 낸 〈청년 노동 서바이벌,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에 이어 이번 책을 기획한 박혜영 노무사는 “사람들은 직장 문을 여는 순간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무조건 복종한다”며 “일터에서 스스로를 간직하고 다잡기 위한 도구로 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노동권을 다룰 땐 주로 아프고 고통에 처한 사람에 주목하고, 사안을 ‘집단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좀 더 가까운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모든 게 신청해야만 이뤄지는 복지구조 하에서 개인의 노동은 고립되기 쉽거든요. 자기를 잘 챙기고 잘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원청의 산재 책임을 강화한 산업보건안전법 전면개정안이 내년 1월 16일 시행된다. 지난해 12월 태안화력 비정규직 김용균씨 사망사건을 계기로 28년 만에 개정됐다. 노동건강연대의 안내서는 정식 출간물이 아니다. 5명 이상이 산업안전보건법 강의를 신청하면 활동가들이 책을 들고 찾아간다. 배송비만 받고 배포한 〈청년 노동 서바이벌〉은 2000부가 금세 동났다. 연대 홈페이지에는 두 가지 책이 PDF 파일로 올라와 있다. 건강하게 일하고 싶은 이라면 누구나 찾아볼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지켜야 하는 법이에요. 노동자들에게 이 법을 교육하면 오히려 ‘알아봐야 뭐해’라고 체념할 수 있죠. 하지만 대다수가 노동현장에서 다치면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부터 찾아요. 모든 예방의무는 사업주에게 있는데도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놓고 사람을 부리는 게 기본이라는 걸 다들 알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이 법의 기본정신이기도 하니까요.”

박 노무사는 2016년 메탄올 중독 실명사건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해 1월부터 한 달 새 20대 노동자 4명이 메탄올에 중독돼 시력을 잃었다. 모두 스마트폰 부품을 만드는 하청업체 파견노동자였다. 자신이 쓰는 액체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하청업체 사장도 위험성을 몰랐다. 이 사건은 신문 1면을 장식했다. 하지만 1년 뒤 만난 새로운 피해자 2명은 이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했다. 정보의 차이가 그만큼 컸다. 박 노무사는 “우리가 만든 이 책도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도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 체념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들은 매일 사망, 추락, 인부 등 온갖 단어들로 죽음을 검색한다. 산업현장의 비극을 찾아내고 기억하고 바꿔나가는 것이 이들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뒤쫓을 필요가 없도록 예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강력한 책임을 기업에 묻는 기업살인법 제정운동을 계속 해나가려 합니다.”

[출처 :  주간경향 2019년 10월 16일자 노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