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발암물질인 석면의 피해를 막기 위해 본격적인 대처에 나섰지만, 때늦은 감도 있다. 민간 석면조사 분석전문회사인 이티에스(ETS)컨설팅 직원들이 서울시내 한 사무실에서 건축 자재에 포함된 폐석면을 조사하려고 천장 안을 살피고 있다.김정효 기자hyopd@hani.co.kr

석면 피해 ‘시한폭탄’ 언제 터질까 조마조마
정부 ‘석면 안전대책’ 배경

조홍섭 기자 김정효 기자

정부가 3일 노동부·환경부 등 5개 부처가 함께 마련한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은 석면 철거 관리에서 실태조사, 피해자 지원 등에 이르기까지 각 부문 대책이 집대성돼 있다. 석면으로 인한 ‘시한폭탄’이 터질 때가 됐다는 위기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치범 환경부 장관은 이날 “석면이 국민건강에 커다란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이를 사전에 예방·관리하려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환경보건 현안으로 다가온 석면오염과 건강 피해의 실태와 대책을 알아본다.

70년대부터 널리 사용 잠복기 거쳐 피해 본격화 예고
직업병 인정 급증 추세… 연 300여명 암환자 발생 추정

■ 오염 실태=환경부는 지난해 5~12월 노영만 한양대 교수에게 의뢰해 1980년대 이전, 80년대, 90년대에 지어진 공공건물과 학교 2개 동씩을 대상으로 석면 사용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공공건물 6개 동 모두 천장과 바닥재 타일, 밤라이트 보드, 단열용 개스킷, 천장재 회반죽 등에 석면이 들어 있었고, 80년대 이전 건물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한 건물의 공기 속에선 권고기준 이상의 석면이 검출되기도 했다. 또 학교 건물 6곳 모두에서도 석면이 나왔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의뢰로 지난해 전국 84곳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90%인 76곳에서 석면 건축재가 확인됐다. 연구책임자인 최상준 박사는 “특히 석면이 검출된 천장재는 부스러지기 쉽고 손상이 심해 최우선 관리 대상”이라고 밝혔다.

방종식 환경부 유해물질과장은 “건축물의 90%가 석면이 든 건축재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오래돼 철거되는 건물은 대개 석면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석면이 든 건축자재는 70년대부터 학교, 공공건물, 다중이용시설 등에 널리 사용됐다. 이들은 30여년이 흐르면서 낡아 쉽게 먼지 형태로 인체에 흡수될 우려가 높다. 특히 새마을운동과 함께 지어졌던 석면슬레이트 농가 건물과 소규모 영세공장은 석면 발생 가능성이 크지만 현황자료가 전혀 없는 상태다.

석면은 헤어드라이어, 다리미 등 가전제품에도 들어 있어 수리나 폐기 과정에서 석면에 노출될 수 있으나 어떤 회사의 어느 제품에 들어 있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