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 죽은 노동자의 사연을 알고 싶습니다
2019년 대한민국에선 매일 평균 3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사고를 당해 사망합니다. 직업병까지 합한다면 하루 평균 5~6명의 노동자가 사망합니다. 알려지지 않고 ‘산업재해’로 집계되지 않는 죽음의 통계까지 감안한다면, 일로 인해 죽는 노동자의 수는 예상하기가 어렵습니다.
노동건강연대는 이 죽음을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고 부릅니다. 기존의 산업재해라는 단어는 노동자에게 일어난 불운을 묘사하기만 할 뿐, 그것이 왜 어떻게 발생했는지 말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죽음들에는 분명 원인이 있습니다. 그 원인을 파악하여 사고를 예방할 의무가 그 위험한 환경을 만든 기업에 있습니다. 정부도 사업주가 산업재해 예방 의무를 지키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합니다.
우리가 노동자의 사망에 대한 기업이나 정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우선 일하다 사망한 개인의 사연을 상세히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누가 어떠한 환경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다 죽었는지를 알아야, 과거와 같은 이유로 노동자가 죽는 비극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노동자의 사망 소식은 매우 한정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일하다 사고로 사망하는 노동자들 이야기 중 3분의 1만을 언론을 통해서 접합니다. 노동건강연대가 2018년 정부에 보고된 전체 산재사고사망 노동자 중 몇 명의 사건이 보도되었는지 분석해 본 결과, 578명(전체 산재 사고 사망 노동자의 66.2%)의 이야기는 보도조차 되지 못한 채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동건강연대는 매달, 최소한 언론에 보도된 노동자의 죽음만이라도 한데 모아 세상에 알리고자 합니다. 한달 동안의 노동자의 ‘조용한 죽음’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작은 걸음이 되는 것이 <이달의 기업살인>의 목표입니다.
2019년 12월에는 일하다 죽은 노동자 53명(11월에는 보도되지 않은 11월의 죽음들까지 총 59명)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2019년 12월, 재해 유형별 그래프
2019년 12월 언론에 보도된 죽음들을 유형별로 살펴봤을 때, ‘떨어짐’, ‘사업장 외 교통사고’가 각각 11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컨테이너 사이나 기계 등에 끼여 죽은 노동자와 날아오거나 떨어지는 물체에 맞아 죽은 노동자가 각각 7명씩 있었습니다. 무거운 물체나 나무 등에 깔려 죽은 노동자도 6명이었습니다.
이른바 ‘5대 산업재해 사고’라고 불릴 정도로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는 ▲ 떨어짐 ▲ 끼임 ▲ 깔림 ▲ 무너짐 ▲ 물체에 맞음, 이라는 다섯가지 사고유형만 따져봐도 32명이나 사망했습니다.
‘떨어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재해 유형입니다. 이번 달 언론에 보도된 떨어짐 사고 11건 중 8건은 건설현장에서 발생했습니다. 정부에서도 건설 현장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를 줄이려고 움직이고는 있지만, 사고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바로 기계설비 등의 물건(체)에 끼여 죽은 노동자는 7명이었는데, 그중 5명이 제조업 현장(자동차 부품회사, 타일 제조회사, 공업용 보일러 조립 현장)에서, 나머지 2명은 각각 건설 현장과 부둣가에서 죽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의 떨어짐 사고만큼이나 잦게 발생하는 것으로 유명한 제조업 현장에서의 끼임 사고가 이번 달에도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정부는 제조업의 끼임 사고 예방을 위해 2020년 ‘끼임 위험작업 감독’을 신설하여, 위험 기계·기구(컨베이어 벨트 등)를 다루는 제조업 현장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편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끼여 사망한 3명 중 2명은 이주노동자였습니다.
‘물체에 맞음’ 유형으로 죽은 노동자도 7명으로 보도되었습니다. 건설 현장의 H빔에, 기계의 프로펠러에, 갑자기 폭발해 날아온 드럼통의 뚜껑에, 혹은 60t급의 선박을 동여매고 있던 와이어에 맞아 죽은 노동자가 각각 1명씩 보도되었습니다. 또 119안전센터의 500kg짜리 철제문에 맞아 사망한 노동자가 1명, 채석장에서 굴러떨어진 바위에 맞아 죽은 노동자가 2명이나 있습니다.
깔려 죽은 노동자는 6명이 보도되었는데, 22t짜리 기계가 넘어지며 2명이 깔려 죽었고, 10t짜리 코일에, 자동차에, 쓰러지는 나무에, 무너지는 벽에 깔려 죽은 노동자가 1명씩 있었습니다.
나머지 유형들은 각각 1명씩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우리는 죽음의 숫자보다 같은 유형의 사망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물론, 언론사 기자들에게 사고 소식이 안 닿거나 기삿거리가 안 된다는 이유로 보도되지 않은 많은 죽음들 또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노동자 4명의 죽음은 보도되던 당시나 지금도 원인을 파악하기 힘듭니다. 그후 이 사건에 대한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죽음의 원인은 밝혀졌는지, 우리가 알 수 있는 길은 없었습니다.
이외에도, 노동자의 사망 원인을 알아내는 데 중요한 정보가 언론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달 죽은 노동자 중 42명(이번 달 언론에 보도된 사망자의 79.2%)은 고용 형태가 어떠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그가 원청 정규직이었는지 비정규직이었는지, 혹은 하청업체 소속이었는지 일용직이었는지 말입니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하청 노동자 1명이 늘어날 때마다 노동자가 다치고 죽는 사고가 0.75건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현장의 노동자가 피부로 느끼게 되는 위험은 고용 형태에 따라 매우 큰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언론 보도는 이를 전하고 있지 않습니다.
2019년 12월 ‘노동자의 죽음’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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