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일과건강 한선미 활동가

[성명서]

정부는 왜 마사회의 비리·적폐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가?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한 한국마사회의 적폐 바이러스

 

우리의 손으로 촛불을 들어 바꿔냈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미련이 아직 남아있었던 탓일까. 정부의 고인에 대한 책임있는 해결은커녕 폭력적인 방법으로 추모공간을 침탈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종로구청은, 서울시는,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는 무자비한 폭력으로 고인을 바이러스 취급하며 문중원 기수의 추모공간을, 추모공간을 지키는 다수의 사람들을, 눈물로 호소했던 유가족을 무참히 짓밟았다.

문중원 기수가 한국마사회의 비리와 갑질을 폭로하고 죽음을 선택한지 오늘로 96일이 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96일 동안 장례를 치르지 못한 고인의 시신을 안고 광화문에서 시린 겨울을 이겨내고 있는 유가족의 염원을 헤아려 마사회의 적폐 바이러스로부터 유가족을 보호해줄 수는 없었나? 정부는 왜 공공기관의 책임자로서 마사회의 비리와 적폐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가?

한국마사회의 비리·적폐를 고발하기 위해 부산경남 경마장에서만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렇듯 한국마사회의 적폐 바이러스는 코로나19만큼이나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그저 방관함으로써 사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코로나19는 정부의 방역만으로 예방의 한계가 있지만 한국마사회 적폐 바이러스는 정부의 책임있는 방역으로 없앨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면에 나서 책임있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코로나19로부터 우한의 자국민 보호를 위해 전세기를 띄웠던 정부의 초기대응과는 다른 방향으로 문재인 정부는 현재 바이러스 확산 책임을 외부화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전국을 강타한 코로나19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과 별개로 공공기관의 책임자로서의 적폐 청산에 대한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 정부가 말하는 바이러스 예방 대책인 ‘사회적 거리두기’와 ‘잠시 멈춤’은 정부가 그 역할을 다 했을 때 국민적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폭력적인 방법으로 적폐 공공기관의 피해자와 거리두기를 하고,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유가족의 애절한 외침을 멈추라고 짓밟는 태도는 문제해결에 있어 정부의 무능함을 드러낼 뿐이다.

고 문중원기수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재난의 시기에 공공의 안전을 위해 기본을 지키고자 했다. 한국마사회의 비리·적폐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가 없는 문재인 정부의 무책임함에 화가 나고 분통이 터졌지만 연대의 온기마저 ‘잠시 멈춤’을 결정했는데 돌아온 것은 처참하게 뜯겨나간 추모공간과 무자비한 폭력뿐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폭력으로 사태를 은폐하려 했던 과거 정부를 그대로 답습하다가는 결국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정부의 책임을 방기하면서 폭력으로서 책임을 외부화하는 문재인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문중원기수의 사망 100일 내 철저한 진상규명과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다.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회피로부터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사죄하는 길이다.

2020년 3월 3일

한국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노동안전보건단체
(건강한노동세상, 김용균재단, 노동건강연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반올림, 새움터,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일과건강,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노동건강연대 남준규 활동가 발언문]

 

안녕하세요. 노동건강연대 남준규입니다.

문중원 열사께서 마사회의 부당한 차별에 항거하시고 세상을 등지신지 96일째입니다.

지난 2월 12일, 희망버스 기자회견 때, 노동건강연대는 2020년들어 언론에 보도된 노동자의 죽음이 58명이라고 했습니다. 그러고서 2월을 다 보내고, 다시 집계하니, 언론에 보도된 사망사고로 죽은 노동자가, 2020년 1, 2월, 단 두 달 동안 99명이었습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노동자의 죽음까지 더한다면 최소 1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떨어지고, 끼이고, 물에 빠져 죽고, 불에 타서 죽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고 2020년 오늘을 살아가는 노동자는 일하다 다치고 병 걸리는 것이 무섭습니다. 그리고 일하다 다치고 병 걸리는 것의 구조적 원인이 되는 회사의 부당한 차별과 불안정한 고용, 위험의 외주화가 더욱 더 무섭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유로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분향소를 강제로 철거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는 집회를 금지시켰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안 된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그러면서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서,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서 모인 우리들 보다 훨씬 더 많은 경찰병력을 동원해서 우리를 막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 태도입니까.

여기 있는 우리를 해산 시키는 방법은 저 공권력이 아니라, 바로 문중원 열사가 남긴 말을 똑바로 세워서 마사회의 적폐를 걷어내고, 위험한 일터를 안전하게 바꾸는 것입니다.

정부는 여기 밀집된 경찰병력을 물리고, 열사와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합니다. 그리고 100일이 되기 전 열사의 장례를 치룰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더 큰 물결이 되고 희망버스가 되어, 몰아칠 것입니다.

노동건강연대도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제공 : 일과 건강 한선미 활동가